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K Jun 20. 2024

부모의 자녀 양육방식 유형 4가지


학교와 교실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공유하지만, 학급을 구성하는 아이들은 모두 다르다. 학년 또는 반으로 무리를 놓고 보면 비슷해 보여도 그들 각자가 이미 겪어 온 시간과 현재 경험하고 있는 삶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수년간 학교에서 만나온 많은 학생 중에는 학생의 부모가 부러울 만큼 사랑스럽고 완벽한 아이가 있었는가 하면, 마음이 짠하도록 안타까운 아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보면서 부모로서의 내 모습을 돌아보곤 한다. 한 해를 시작하며 부모로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자녀와 더 나은 관계형성을 위해 노력해 보는 것은 어떨까?


처음부터 부모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아이를 키우며 부모로 성장해간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아이를 품에 안으며 느끼는 경이감, 행복감과는 별개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매우 힘들고 자신의 많은 것들을 잠시 혹은 영구히 뒤로 미뤄 놓아야 함을 의미한다. 양육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 또한 적지 않다. 아이를 사랑하고 잘 키우고 싶은 마음과 양육 과정에서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 우린 많은 갈등과 고통을 겪기도 하고 그 영향은 모두 아이에게 전해진다. 따라서 부모에게도 준비가 필요하고 공부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아이를 양육할 때 부모가 갖추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태도가 '애정'과 '통제'의 적절한 조화라고 말한다.

출처 : freepik


1. 부모의 자녀 양육방식 유형 4가지

미국의 발달심리학자 다이애나 바움린드(Diana Baumrind)는 가정에서의 자연스러운 관찰과 구조화된 실험실에서 부모-자녀 간의 상호작용 관찰을 통해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부모의 양육 방식을 애정과 통제의 수준에 따라 4가지로 분류했다


① 허용적 유형(애정/ 통제)

애정이 높지만 통제하는 정도가 낮을 경우 허용적 부모로 분류한다. 이 유형의 부모는 아이에 대한 애정을 충분히 표현하고 자녀의 요구에 수용적이며, 아이가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한다. 그러나 자녀의 요구에 지나치게 관대하거나 행동 통제를 거의 하지 않고 아이의 행동에 대해 면밀하게 모니터링 하지 않는다.


② 권위적 유형(애정/ 통제)

애정과 통제가 모두 높은 경우 권위적 부모로 분류한다. 권위적 유형의 특징은 통제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합리적인 이유를 꼭 설명하며 자녀에게 온정적이라는 것이다. 자녀의 요구에 수용적이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아이의 행동과 정서에 대해 면밀한 모니터링을 한다. 또한 아이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하지만, 지켜야 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엄격한 태도를 취하며 행동에 분명한 한계를 알려주고 지키도록 한다.


③ 방임적 유형(애정/ 통제)

애정과 통제가 모두 낮은 경우 방임적 부모로 분류하고 전문가들은 이를 최악의 유형으로 여긴다. 아이에게 애정이 없으니 관심을 두지 않고 훈육 역시 전혀 없다. 무관심한 부모 아래 성장한 아이들은 관심을 끌기 위해 크게 감정을 표출하는 경향이 있고, 이는 문제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④ 독재적 유형(애정/ 통제)

애정은 낮지만 통제는 높은 경우 독재적 부모로 분류한다. 독재적 유형의 부모는 자녀를 지나치게 억압하고 간섭하며 자녀가 부모의 지시에 복종하기를 기대한다. 통제의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복종 여부에 따른 조건부 애정과 관심을 보이고 복종하지 않으면 자녀에게 처벌과 강제적 힘을 행사하기도 한다.


2. 부모의 좋은 '권위'가 필요하다

부모의 4가지 양육방식 유형 중 아이의 성장에 가장 탁월한 양육방식은 무엇일까? 연구를 진행한 바움린드는 권위적 부모 아래에서 성장한 자녀가 가장 잘 발달하고 있다고 밝히며, 자녀에게 미치는 부모의 좋은 '권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권위적 부모의 아이는 대체로 쾌활하고 열의가 있으며 자기 신뢰가 높아 새로운 과제에 빨리 숙달되고, 자기 통제적이어서 타인을 방해하는 행동을 삼가는 경향이 있다. 책임감 있고 독립적이고 자율성이 높으며 성인이나 또래들과 협력적인 경향 또한 높다. 반면 독재적 부모의 아이는 침울한 경향이 있고 상호작용 시 불안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욕구가 좌절될 경우에는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며 의존적이고 성취동기가 낮다고 한다. 또한 허용적 부모의 아이는 자기 통제가 부족하고 수동적이고 의존적이며 비성취적 행동을 보인다. 방임적 부모의 아이는 자존감이 낮으며 무기력하고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여 반사회적 행동을 하기도 하며, 그 결과 청소년기에 과도한 음주나 비행을 범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3.  권위적 부모의 아이가 뛰어난 이유

우리나라 속담에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다. 미운 사람일수록 잘해줘서 악감정을 쌓지 않게 하라는 것이 원래 뜻이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느낀 속담의 속뜻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자칫 아이에게 절제를 가르치지 못하게 됨을 경계하라는 말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자식이 예뻐 자꾸 맛난 떡을 입에 넣어주면 결국 아이는 소화불량에 걸리거나 과식으로 인해 비만이 된다. 아이를 기르는 과정도 마찬가지이다. 자녀가 예쁘고 사랑하는 마음이 커 모든 요구를 수용하고, 자녀의 기를 살려 주기 위해 잘못을 해도 나무라지 않고, 행동을 통제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한계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조절력을 학습할 수 없다. 평생 자기가 원하는 대로, 요구하는 대로 인생을 살 수 있으면 문제가 없겠지만, 가정을 벗어나 어린이집, 학교, 사회로 나가면 그 누구도 자신의 부모처럼 대해주지 않음에 좌절할 수 있다. 가정에서 부모는 바로 그 한계를 가르쳐주어야 한다.

심리학자 스메타나(Smetana)의 연구에 따르면 자기 일을 독립적으로 많이 결정한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많은 통제를 받은 아이들보다 청소년기 자율성이 더 낮고, 학교에 더 적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의사결정을 많이 하게 하는 것보다, 부모가 자녀의 현재 능력의 한계를 파악한 후 달성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선택할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자율성 형성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즉, 아이는 부모가 제안한 다양한 대안 안에서 자신의 목표, 가치, 흥미에 따라 결정할 수 있을 때 자기 결정감을 경험하게 되고, 그렇게 쌓인 성공 경험에서 자신감이 높아진다. 따라서 모든 선택과 책임을 자녀에게 이양시키기보다는 자녀를 면밀히 모니터링 하여 자녀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그렇지만 선별된 대안들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 : freepik

4. 권위 있는 부모가 되려면

바움린드의 연구를 비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또한 서구 문화를 바탕으로 한 연구를 우리에게 곧이곧대로 적용하는 것도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위계질서가 뚜렷한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독재적 양육을 하더라도 권위적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 못지않은 긍정적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이는 아시아 문화권의 아이들은 부모가 다소 강압적인 복종을 요구하더라도 자신의 성공을 위한 헌신적인 관심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서이다.

다만, 부모의 통제 수준이 모두 높은 권위적 부모 유형과 독재적 부모 유형의 차이는 눈여겨볼 만하다. 둘의 큰 차이는 통제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어떤 행동을 통제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을 때, 통제의 이유를 설명하는 행위는 아이에 대한 존중과 믿음의 표현이다. 부모의 일방적 훈계와 지적 그리고 강요에 의한 행동수정은 편리하고 당장의 효과는 크지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외적 정당화'가 이루어져 다음에도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그러나 설명하고 이를 바로잡을 방법을 제시하는 훈육은 아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했다는 '내적 정당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후에 옳은 행동을 하는 경향이 더 많다. 강요가 아니라 나 스스로 옳은 선택을 한 것이라는 감정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권력은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강제력을 말하지만, 권위는 그것을 따름이 정당하다고 합의한 강제력을 말한다. 평소 아이에게 사랑을 충분히 표현하고 존중하면 아이는 부모의 권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아이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요구와 기대는 높으면서 정작 부모가 아이에게 좋은 행동모델이 되어주지 못한다면 자녀는 부모의 권위를 권력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따라서 모든 훈육에 앞선 것은 바로 부모 자신이다. 부모가 삶의 가치와 기준을 정하고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간다면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를 신경 쓰고 챙기지 않아도 아이는 잘 성장할 것이다. 부모를 통해 아이는 성장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골 학교에 대한 환상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