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까?
1. 창조적 균열의 시대
2020년 우리는 전례 없던 펜더믹을 겪게 되었다. 학교는 문을 닫게 되었고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교육을 받으며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게 되었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동안 우리는 어두컴컴한 터널을 지나왔다. 2022년, with 코로나를 선택하며 전면 등교를 시작하게 된 교육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학생들의 학력 격차, 미래교육 등 코로나 이전에도 품고 있었던 교육계의 문제들은 더 선명해졌다. 많은 이들은 코로나로 인한 위기라고 이야기 하지만 필자는 작금의 상황은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창조적 균열의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새로운 세대를 위한 교육의 기초를 다시 세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부디 교육계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흑사병 끝에 르네상스라는 찬란한 변혁을 일으켰던 것과 같은 경험을 하길 바란다.
2. 균열이 가고 있는 학교
1) 얼떨결에 시작된 온라인 교육
갑작스러운 코로나-19 펜더믹으로 인해 등교 수업이 불가능해지면서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을 반 강제적으로 준비하게 되었다. 평소 스마트 디바이스를 잘 다루지 않아 왔던 교사들에게는 낯설고 힘든 상황이 벌어졌고 온라인으로 실시간으로 공개된 수업은 교사들에게 위기감으로 다가왔다.
펜더믹 이전의 학교는 배움과 수업이라는 본질적인 가치보다는 공문처리, 학교 행사 준비, 구성원과의 관계에 많은 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적응해왔던 교사들은 코로나-19로 야기된 상황들이 위기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위기만 던져준 것은 아니었다. 펜더믹으로 인해 각종 행사가 줄고 교육청에서도 학교에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업무를 추진하게 되었다. 또한 반강제적으로 공개된 온라인 수업은 학교, 수업, 배움 등 교육의 본질적 가치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2) MZ세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폭발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등극하고 사회적으로 MZ세대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게 되면서 이들에 대한 이해는 많은 조직에 필수 과제로 자리 잡게 되었다. 교육계에서도 이미 이들 세대가 자리 잡고 있는 비율은 과반을 넘었지만 다른 조직에 비해 이들에 대한 이해는 더뎠던 것이 사실이다. 여전히 교사 개인의 개성을 중요시 여기기보다는 튀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전체주의적인 학교문화가 나다움을 추구하는 MZ세대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교총에서 조사한 유형별 교권침해 상담사례 접수 현황 중 교직원에 의한 피해 사례가 가장 높은 것을 보면 이를 추측할 수 있다.
그나마 이러한 환경에서도 스스로의 자구책을 고민하며 활동하던 다수의 MZ교사들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교직사회에서도 이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되었다.
3) 회식이 사라진 학교
코로나로 바뀐 직장 생활의 긍정적인 문화 중 회식 자제가 1순위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직장뿐만 아니라 교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학교도 역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직장이기 때문에 친목을 다지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친목을 가장한 강제적인 모임과 회식, 그리고 배구 모임, 직원여행 등 소수의 기호를 강요하는 집단주의 문화들은 MZ세대가 다수를 차지하는 교육계에 맞지 않는 조직문화인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위와 같은 집단주의 문화의 양태들이 반 강제적으로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회식을 하지 않아도 학교교육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었다.
3.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1) 미래가 요구하는 우리의 모습
미래시대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소양을 기르기 위해서 교육부는 새로 적용할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맞춤형 교육과정을 강조하였고 이를 위해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성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또한 최근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개정을 통해 교과서 자유발행제 도입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였다. 일련의 이러한 과정들은 교사의 권한과 선택권이 넓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논리적인 비약이지만 종국에는 교사가 학급 학생들 수준에 맞는 교육과정을 직접 구성하고 이에 필요한 교재를 직접 제작하거나 선택하는 교육 전문가로서의 교사의 본질적인 모습을 되찾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2)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학교 현장에서 19년 동안 근무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공문, 행사 때문에 교실 교육에 집중할 수 없다.’ 이 말속에는 교실 교육에 집중할 수 없는 확실한 핑계가 있다는 안도감도 존재함을 고백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위에서 서술했듯이 집단적인 문화에 균열이 가고 있고 교육청에서는 교사들의 잡다한 업무를 줄이는 방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게다가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고 나다움을 강조하는 MZ세대들이 교육계의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벌이진 반 강제적인 이러한 상황은 교사가 교육의 본질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어왔던 장애물들이 하나, 둘 걷히고, 개인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제대로 된 민주적인 교육 환경에서 전문가로서의 교사의 본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필자는 생각했다. 하지만 with코로나를 선언하고 등교 수업을 하게 되면서 공문들은 서서히 늘고 있고 과거에 불필요하게 시행했던 행사를 하나, 둘 다시 시작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주었다.
학교 현장은 지혜롭게 위기를 극복했고 기회 앞에 서있다. 구시대의 낡은 관습이 무너지고 전문가로서의 교사가 자리 잡을 수 있는 학교 문화가 정착되길 다시 한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