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친구관계 어떻게 조언해 주면 좋을까요?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학년을 막론하고 부모로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아이의 친구관계인 것 같습니다. 아이의 원만한 친구관계를 위해 엄마들이 무리를 이루어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고, 엄마들 무리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갈등은 다시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사회적 동물이라 불리는 인간에게 무리 짓기와 관계에서 오는 여러 가지 갈등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너무 자주 그 ‘관계 맺음’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요.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과 갈등은 비단 아이들만 겪는 문제는 아닙니다. 2020년 벼룩시장 구인구직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직장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스트레스 원인 1위가 상사나 동료와의 인간관계인 걸 보면 ‘관계'에서 오는 갈등은 전생애를 걸쳐 겪게 되는 어려움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겪고 있는 당장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보다 앞으로 인생을 살며 인간관계 때문에 겪게 될 스트레스에 흔들리고 않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삶의 기준 혹은 삶이 자세를 어려서부터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 많이 들어왔고 별생각 없이 우리가 아이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친구랑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야지!”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고 계신가요? 혹은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는 일이 쉬우신가요? 우리는 자신이 속한 집단 안에 있는 사람들하고는 다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더 잘 통하는 사람이 있고 덜 통하는 사람도 있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고 그냥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은연중에 ‘두루두루 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사회성도 좋은 괜찮은 사람’이라는 사회적 통념 때문에 불편해도 말하지 못하고 싫어도 거절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또 모든 사람에게 다 잘하려고 애쓰다 틀어지기도 하고 친해지려고 오버하다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서 자책하기도 합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본능적으로 누구나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은 평가를 받고 인정받을 수는 없습니다. 친구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던 아이에게 저도 처음에는 아이가 시도해 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말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시도해 본 대부분의 방법은 친구들의 마음에 들 수 있도록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노력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겨 갑자기 아이가 인싸가 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으며 점점 위축되더군요. 그러다 문득 ‘꼭 아이가 다 사이좋게 지내야 정말 잘 지내는 것일까?, 그렇게 지도하는 게 아이를 위해 맞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기더군요. ‘왜 개인의 특성을 버리면서까지 집단에 들어가야 할까, 타인에게 맞추어야 할까’ 하고요. 생각해 보니 그럴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러다 오은영 박사의 블로그에서 아래와 같은 글귀를 접하게 되었고, 이후 친구가 없다고 하거나 무리에 끼지 못해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classmate와 friend의 차이를 설명해 줍니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아…그럼 제가 이상한 게 아니네요. 제 잘못이 아니에요.”라며 마음 편해했습니다.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을 우리는 친구라고 하지 않고 동료하고 합니다. 주어진 직무를 해결해 나가며 때로는 협력하고, 지나다 마주치면 가볍게 인사하는 정도만 되면 직장생활에 문제없듯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나치게 친구관계를 강조하지 마세요.
영어로 같은 반 아이는 classmate, 친구는 ‘friend’라고 해.
분명히 구별이 되지.
그런데 우리는 ‘친한 친구’도 ‘친구’
‘같은 반 아이’도 ‘친구’라고 해.
이걸 네가 구분해야 돼.
같은 반 아이들은 그냥 싸우지 않고 튀지 않고 지내면 되는 거야.
네가 궁금한 거 물어보고,
누가 물어보면 대답해 줄 수 있을 정도면 돼.
같은 반 아이가 아닌 친한 친구, 소위 ‘절친’이라고 하지.
‘절친’은 누구나 대개 3명을 넘기기가 어려워.
친한 친구는 시간을 들여서 만들어 가는 거야.
같은 반 아이들이라고 모두 ‘절친’처럼 지낼 수는 없단다.
<오은영의 행복한 아이 中>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인간관계에서 오는 행복과 스트레스는 전 생애에 걸쳐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 반복적으로 겪게 될 일들입니다. 따라서 타인과의 관계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그 자체가 삶의 중심을 차지해 일희일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을뿐더러 자신을 힘들게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좋은 관계라고 해도 늘 좋을 수 없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지속적으로 놓이게 되면 자존감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거절하는 방법과 거절당해도 괜찮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연습시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집단주의가 강한 문화에서는 거절하는 것도 거절당하는 것도 참 힘듭니다. 크든 작든 부탁을 받았을 때 들 줄 만하면 들어주고 상황이 여의치 않거나 마음에 내키지 않으면 거절할 수도 있는데,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거절’은 나쁜 것이란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싫어도 힘들어도 거절하지 못할 때가 많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다시 관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많은 학교폭력의 문제들이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시작되기도 한다는 것을 기억해 두시면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면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까 봐 자신에게 멀어질까 봐 걱정합니다. 꼭 말해주세요. 거절해도 괜찮다고. 그래도 아무 일 없을 거라고. 그리고 ‘너를 힘들게 하는 부탁이나 부적절한 부탁은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이 너를 지키고 친구도 위하는 방법’이라고요. 반대로 ‘친구가 너의 부탁을 거절했다고 해서 너를 싫어하거나 너와 계속 놀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도 알려주세요. 내키지 않은 부탁은 잘 거절할 수 있고 거절당해도 상처받지 않는 마음 단단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소위 멘탈이 강합니다. 주변의 사소한 행동이나 반응에 연연하지 않고, 관계에 끌려 다니지 않습니다. 아이가 인간관계에서 겪는 스트레스나 문제를 부모가 도와줄 수는 있어도 대신 나서서 해결해 줄 수는 없습니다. 결국 아이 스스로 이겨내고 해결해 나가야 하죠. 이때 부모의 역할은 곁에서 항상 아이를 지켜주고 사랑해 주고 지지해 주는 나무 같은 존재로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켜주는 것입니다.
부모가 아이를 받쳐주는 든든하고 폭신한 등받이가 되어 아이가 비난에 의기소침 해 하거나, 칭찬에 흥분하지 않고 당당한 태도로 비난과 칭찬을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주자. 비난하는 사람은 사라지게 마련이고, 열성적인 지지자도 언젠가는 돌아설 수 있다.
<틀 밖에서 놀게 하라, 김경희 >
어떤 책에서 보았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제 아이가 어릴 때 읽었던 육아서에서 ‘혼자 놀 줄 아는 아이가 같이 놀 수 있다’라는 문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많은 아이들을 만나보니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인 아이로 자란 아이들이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에 더 유연하게 대처하고 심리적 회복탄력성도 더 높았습니다. 가정에서 아이를 존중해 주고 사랑해 주며 자신감 있는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좋은 토양을 마련해 준다면 아이는 비바람을 만나도 더 단단해지며 결국은 아주 멋진 나무로 성장할 것입니다.
참고자료: 오은영의 블로그 행복한 아이
참고도서: 틀 밖에서 놀게 하라/김경희 지음/포르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