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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드러운 연유라떼 Apr 05. 2018

백팩, 만들지라(3)

하나. 사장이 말하는 가방 회사 창업

1THEBAG 첫 번째 백팩, 세상에 나오다.


샘플을 만들어주겠노라 하는 샘플사를 찾으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될 것만 같았다. 아주 제대로 착각하고 김칫국 마시는 소리다. 이제 겨우 샘플사를 찾는 작은 고비를 하나 넘긴 것이다. 최대한 원하는 샘플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샘플사와 상담은 필수다. 가져간 디자인은 샘플사가 디자인한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샘플사와 오랜 시간 미팅을 통해 나의 디자인을 샘플사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카피할 제품이 있어 이대로 만들어주세요~라고 부탁하지 않는 이상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 내는 일인데 쉬울 리가 없다. 샘플사도 사람이다. 그들도 가져간 디자인을 납득할만한 시간과 정보가 필요하다. 시간이 걸릴 지라도 샘플 하나를 가지고도 꽤 오랜 시간 회의를 진행해야 가져갔던 자신의 디자인과 흡사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만약 이 단계를 무시하고 처음 만나는 샘플사를 믿고 그대로 진행하면 정말 네 맘대로 인 샘플을 받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신경을 제대로 쓰지 않은 의뢰자의 몫이지,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다. 


물론 일부 대기업에서는 샘플 지원 자금도 넉넉하기 때문에 작업지시서만 달랑 넘기는 경우도 있다. 실패하면 또 만들면 되고, 그 실패한 샘플을 기반으로 또 다른 디자인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럽... 다.) 하지만 나 같은 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이 하는 것처럼  하나의 디자인당 샘플을 수십 개씩 제작하는 낭비는 할 수 없다. 그래서 샘플 하나 제작에도 영혼을 갈아 넣어 심혈을 기울여야만 했다. 


원칙적으로 샘플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실을 제외하고 원단과 안에 들어가는 모든 부자재까지 구해다 줘야 한다. 이 모든 재료는 샘플을 의뢰하는 측에서 시장에서 직접 수급해줘야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샘플사가 마법사가 아니기에 뿅뿅 원하는 재료 나와라! 한다고 재료가 뿅 하고 튀어나오지 않는다. 물론 일부 샘플실에 따라 기본적으로 구비하고 있는 원단과 부자재의 수는 달라진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모든 재료가 없다고 생각하고 준비할 마음을 가지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누군가 그랬다. 고작 가방 하나인데 그거 제작하기가 정말 쉽지가 않다. 맞다. 하지만 고작 가방 하나는 아니다. 그 정도 열정과 노력이 들어가야 제품 하나가 비로소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그 노력으로 탄생한 고퀄리티의 제품을 알아보는 눈이 있다. 나는 그리 믿는다.


샘플을 맡기고 2주면 충분하다는 샘플사의 말과 달리 1THEBAG의 첫 번째 백팩은 약 한 달의 시간이 넘게 걸러려서 나왔다.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몰랐고, 샘플 만드는 거 구경도 하고 싶은 마음에 첫 2주는 거의 매일 샘플실로 찾아갔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 샘플 제작 과정은 사뭇 달랐다. 순진한 마음에 샘플을 만든다면 납기를 약속한 해당 시간 동안 오롯이 주문받은 가방에 집중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본 봉제 공장에서의 샘플 제작 과정은 그야말로 샘플사가 시간 날 때 혹은 마음 날 때 만드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브랜드력이 부족한 내가 감히 시간을 독촉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우리 가방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통보를 듣게 될 까 슈퍼 을 된 마음으로 나를 다스렸다. 그나마 매일 찾아갔기에 빨리 만들어지고 있다고 스스로 위안했다. 


1THEBAG의 첫번째 샘플


결국 약 한 달이 지나고 나서 샘플사는 1THEBAG의 첫 가방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그 샘플 백팩 하나에 백만 원 이상을 요구했다. 비쌀 것이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생각보다 적지 않은 금액이라 적지 않게 놀랐다. 더군다나 첫 샘플이다 보니 사실 샘플의 완성도를 비롯해 상태도 솔직히 말하면 별로였다. 물론 디자인 상의 허점도 실물을 확인하고서야 보였던 점도 있다. 


하지만 봉제를 비롯해서 원더백의 첫 샘플은 어딘가 알 수 없는 엉성함이 자리 잡았었다. 오죽하면 만들었던 샘플사도 나중에 이런 가방에 백만 원씩 받았냐고 사기꾼 아니냐고 뒷말하지 말라고 할 정도였다. 사실 저 말을 들었을 당시는 샘플사의 의미심장한 그 말의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샘플을 받던 그 당시에는 가방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서 잘 모르기도 했던 때이기도 하고 신생 회사라는 이유로 아무도 우리 가방을 맡지 않으려 했기에  그저 제작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했던 터라 솔직히 그런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정말 순진하고 멍청했던 때이다.


이 백팩이 1THEBAG의 첫 샘플이다. 물론 이 첫 샘플 또한 지금의 원더백 돌고래와는 많이 다르다. 하지만 기능 면에서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 샘플을 받아 들고서는 와!! 드디어 샘플이 나왔다!!라는 순박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는 솔직히 제품을 제대로 볼 눈도 사실 없었다. 디자인 감각이 떨어지느냐 이런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세상에 우리 1THEBAG 첫 가방이 나왔다는 사실에 눈이 멀었고, 뇌가 사고하길 멈췄다고 그렇게 밖에 변명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먹구름처럼 몰려왔고 그제야 제정신을 차렸다. 


그 후로 늦었지만 체크할 수 있는 사항은 모두 체크했다. 일단 디자인은 정말 손 볼 곳이 많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방이 나름(Carrying)의 본질에 충실한지 여부였다. 그래서 가장 먼저 사용 시 기능의 활용도 정도를 먼저 확인했다. 그리고 약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가방 애용자들이 요청한 기능이 실제 제품으로써 활용이 가능한지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했다. 


누가봐도 백팩에 응급 수혈이 필요해 보인다.


먼저 기능면에서 구현된 것은 대부분 합격점을 얻었다. 특히 3면에서 전부 열리고, 전체로 개방되는 점, 노트북 수납과 카메라가 수납 가능하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제 역할은 충분히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하지만 보강재를 넣었음에도 앞부분 상단이 무너졌고, 가방 앞에 달린 신발주머니는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걸을 때마다 아래로 축축 쳐졌다. 그리고 모델이 착용했을 때를 봐도 일단, 가방의 폭이 사람 몸통만 하다. 원더백의 첫 샘플을 자체 품평회를 거치고 난 소감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첫 샘플은 동자승의 수행 보따리였다. 


자체 품평회를 거치고 가족과 지인들을 대상으로 2차, 3차 품평회를 열었다. 나보다 더 냉정한 평가가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4차 품평회로 서울역에서 원더백이 생각하는 타겟층을 찾아 양해를 구하고 무작위 품평을 거쳤다. 그들의 평가를 잠시 나누어보자면 누가 사겠냐 너무 크다, 얼마 줬냐, 원단이 좋네, 가방이 크다는 점이 너무 좋다,  보기에 투박하다, 엣지가 없다 등 디자인 제품으로 명함을 내밀기도 전에 첫 번째 샘플은 온갖 수모를 겪었다. 4차 품평회를 거치고 마음은 너덜너덜 해졌지만 그렇다고 자존심이 상한 건 아니다. 어떻게 보면 겨우 1차 샘플을 만들었을 뿐이었다. 오히려 고마웠다. 그간의 품평들은 한줄기 빛이 되어 나와 원더백의 소중한 연구자료가 되었다.




 < 백팩 만들지라 >는 가방회사 사장이 직접 쓰는 창업 다이어리 형식의 기획 연재물입니다. 이 글은 예쁘고 기능도 갖춘 만능 백팩이 없나 고민하다가 약 500명의 설문 조사와 제 아이디어를 접목해 직접 가방을 만들고 창업하게 된 이야기로 구성되어있습니다. 1THEBAG 가방은 신월동에 있는 40년 경력의 전문가들의 손에서 만들어집니다. 첫 번째 펀딩과 그 이후에도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이 글에 나오는 백팩, 1THEBAG 돌고래는 블랙 컬러로 와디즈에서 두 번째 펀딩 진행 중입니다. 


각이 제대로 살아 있는 1THEBAG 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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