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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호성 Aug 21. 2019

Phantom Image Maker 5

1-2 '왜?'에 대한 응답

앞에 믹싱의 목적을 서술하면서 

의미부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왜?’라는 질문은 

음악가에게  가지 정도의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소리를 만드는 본인이 

소리와 연주에 ‘인과의 의미 부여하고 

설명이 가능한 의도성을 갖고 있다는 

증명이라는 측면과

 다른 하나는 

 작품을 듣는 청중이 이해할  있는 

의미의 전달성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나는 연주곡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재즈 곡에서 

제목은 그래서 곡이 갖는 예술적 의미가 

충분하게 설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나는  연주를 들으면서 

불친절하고 놀기만 하거나 자기 자랑만 하려는 연주자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악기 소리에 의미 전달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의미 전달은 명확한 의미(주로 문학)의 전달도 있지만 음악, 미술 등이 주로 표현하는 포괄적, 복합적인 의미 전달도 있다.


예술의 추상성에 대한 개념이 그 부분을 주로 이야기한다.


음악은 가사와, 제목을 뺀다면

그 추상성의 비중은 크게 올라간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 추상성에서

의미를 전달받는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성적 영역이 그것이다.


상황을 하나 상상해보자.


믹싱 작업을 마무리했다.

음악을 잘 이해하는 친한 지인에게 또는

작업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은 선배에게

내 작업의 결과를 들려줬다.


그 상황에서 ‘이거 왜 이렇게 했어?

(좋은데? 또는 안 어울리는데?)’라는

질문이 나왔다.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이번 글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하는 글이다.


이런 질문에

음악가들은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잘 대답을 하지 못한다.


똑같이 믹싱 아티스트들도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러면 상황을 조금 바꿔서

믹싱 아티스트에게 다시 질문한다.

질문의 범위를 조금 많이 좁혀보자.


‘드럼 리버브가 좀 이상한 느낌인데?

룸이 너무 강조된 거 같아. 왜 이렇게 잡았어?’

(이 질문은 실제 있었던 대화다.)


‘그냥…’


적당한 대답인가?

(날 이해시켜줘~)


또 다른 질문이다.


'와우~ 여기 베이스 좋은데.

어쩌다가 이렇게 했어? 나도 좀 가르쳐 줘~'


'그냥…'


믹싱 작업은

한 무리가 형성한 장르적 경향성과 트렌드를 따르는 방법도 있고

(레퍼런스에 아주 충실하게 따라가는 방식)

음악이 고유하게 갖는 울림을 찾아가는

창조적인 방법도 있다.

(이러나저러나 결과는

믹싱 아티스트의 실력에 따라

비슷한 결과물로 종결된다.)


‘이거 왜 이렇게 했어?’의 가장 좋은 대답은


이 노래에서 만들고 싶었던 느낌은

이런 느낌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느낌이랑 가장 어울리는 연주(소리)가

이렇게 떠올라서

지금처럼 만들게 됐다는 대답이다.

거기에 덧붙여서 의도와 이미지, 느낌을 설명한다면

아주 충실한 대답이 될 것이다.


그 대답이 상대를 충분히 이해시켰는지 또는 부족한지는

그다음에 이어지는 대화로 확인하고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시간 예술의 형태인 음악은

녹음 기술이 개발되기 전에는

작품에 '왜?'라는 질문과

그 대답으로 이유를 설명하는

미학적, 철학적 접근이 상당히 어려웠다.

(악보라는 기록 방법이 있었지만

악보는 직접적인 예술 표현을 설명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기록방식이다.

컴퓨터로 신호만 기록하는 midi에서도

음 하나에 주어지는 세기 값만 128단계이다.

악보에서 그런 정보를 읽을 방법은 없다.)


일정 부분을 지정해서 이야기하고 싶지만

얘기하려고 할 때 이미 그 부분은 지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녹음기술이 발달한 이후에도 이미 자리 잡은 이야기 방식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경향성은 지금까지 거의 바뀌지 않았다.

(문화는 자리를 한번 잡으면

그걸 흔들만한 충분한 에너지가 투입되지 않으면

웬만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음악을 말이나 글로 설명하게 되는

음악 미학, 비평의 영역은 다른 예술의 미학들과는 조금 다른 형태인

감성, 이미지, 인상 비평의 방향으로 일찌감치 발전되었다.

천사를 만나게 해 준다거나 구름 위에 떠있는 느낌을 준다거나 하는

뜬구름 잡는 인상 비평의 형태들이 대표적인 예다.


'왜?'라는 질문을 생각하고

그에 대한 이유와 대답이 필요해지는

중요한 이유는

한 단계 더 깊은 음악적 성찰과

다음을 생각하기 위한

시작점이 되기 때문이다.


믹싱 아티스트는

음악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적절한 이유에 의한 공간을 구성하고

자연스러운 형태의 악기 배치와

아티스트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반영하는 톤 메이킹 노래 전체의 다이나믹 등을 시간의 흐름에 맞게 구성해야 된다.


그래서 지금 이야기하는 '왜?'에 대한 응답이

더 구체적이고 의미 전달이 분명해야 한다.


그래야 작업을 마무리 한 이후에

정 반대 입장이 되는

(이제 아티스트에게 왜 이렇게 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아티스트와의 소통에서

이유와 대답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아티스트의 설득과 수긍, 동의를 얻는 것이 가능해진다.


스스로 고백을 하나 하면

며칠 걸려 애써서 만든 믹싱 작업에 대해

젊은 시절엔 고집이라고 생각할 만한 부분들이 많아서 작업을 끝낸 이후에 아티스트와의 소통이 불편했던 경험들이 많다.

지금은 꽤 많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소통이 불편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노력하지만 젊은 시절엔 그 부분 그렇게 어려워했었다.

그리고 사소한 의사소통이 지속적인 작업을 보장한다는 걸 그때는 잘 몰랐다.

지금 내가 갖게 된 독불장군의 이미지가

그때 형성이 된 부분이 많아서

가끔 과거의 일을 생각하면서

뼈저리게 후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음 이야기는

표현법에 있어서의 당위와 역설에 대한 이야기다.

소리는 뇌에서 인식하고 해석하는 경험적인 요소가 강하다.

그래서 당위라는 개념과

그에 반대되는 역설의 개념이

강한 인상과 거부감 없는 인식을 만드는

중요한 방법이 되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 에피소드 1-5


믹싱의 이해 - '섞는다'는 의미

무엇을 섞는 것일까?
믹싱은 작업을 하면 할수록
음식을 만드는 것과
상당히 비슷한 느낌이라는 점을 느끼게 된다.
재료의 중요성은
녹음된 소스의 중요성과 많이 닮아있고
재료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어떤 감성을 깨우게 되는지
그리고 많이 다듬고 만지는 방법도 있지만
재료 원형 그대로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는 것처럼
별 다른 이펙팅 없이 녹음 소스를
그대로 활용하는 방법 또한 있다.


또 다른 의미에서
건축(인테리어)의 느낌도 있다.
주로 컴프와 리버브가 관련된 작업으로
작품에 직접적인 공간의 느낌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스테레오 상태에서 소리의 이미지(위치감)가
조금 더 확실하게 느껴지도록 하는 방법이다.


한 가지 더 추가되는 의미는
회화(미술)적 느낌으로
주로 톤에서 느껴지는
소리의 색감에 대한 의미이다.
주로 이퀄라이저와 컴프레서를 복합적으로 활용하는데
이 부분은 톤과 밀도감에 대한 인식의 조절이다.


결국 믹싱이란?

마이킹 되거나 녹음된 소스를
음악이 근원적으로 갖고 있는 목적에 맞도록
귀에서 청각 상의 인식 차이를 의도적으로 만들어서
음악의 목적성을 극대화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믹싱 작업의 예술성은
이 부분 (음악의 목적성)이 극대화될 때
작곡, 편곡, 연주와 확연히 구분되는
명확한 영역을 갖게 된다.

이쁜 소리가 슬픔을 표현하기엔 부족한 느낌이고
강한 소리가 리듬감의 전부를 표현할 수 없다.


청각적 상상력은
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복합적 감각영역이고
감성은 그 경험적 감각 영역 위에 세워지는
개인적이면서도 객관성을 필요로 하는
인식의 특수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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