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셩 Nov 01. 2020

청소기가 먼지를 튕겨버릴 때

내 몸도 청소기처럼 사용설명서가 있으면 좋겠다



20. 9. 12의 일기



오늘 아침 사무실 청소기를 돌리다 보니

자꾸 먼지가 튕겨나가는 것이었다.

저번에도 그랬는데

본분을 잊은 청소기 같으니라고.


먼지통을 먼저 비워봐야겠다 싶어 청소기 머리 부분을 들어올리며

어쩌다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청소기 헤드 부분 (입구) 을 들여다 보았는데....


머리카락이

머리카락이

머리카락이 새로운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었다...!!!


돌돌돌돌 뭉친 머리카락들... 틈새없이 엉겨붙어 있는 머리카락들 ㅠㅠ

이러니 먼지가 튕겨나갈 수밖에...

잡아당겨보니 뽑히지도 않아 가위로 잘라내야 할 판이었다.


헤드를 살펴보니

분리해서 청소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비되어 있다.

그러나 유심히 살펴보지 않았다면 평생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다.


헤드 속을 분리해서 가위로 머리카락을 잘라내어 모두 제거했다.

(안 본 눈 삽니다)

먼지통도 비우고, 먼지가 드나드는 통로에 낀 먼지들도 구석구석 비워내었다.


청소기 청소(!)를 완료하고 청소기를 돌려보니

바닥에 흡착이 되는 수준이 다르다.

먼지가 튕겨나가지 않고 곧이곧대로 청소기 속으로 순순히 빨려들어간다.

오호 쾌재라-!


청소기 청소를 하다보니 생각이 떠오른다.

우리 몸도 똑같은 것이다.


몸도 마음도 쓰다보면 반드시 찌꺼기가 쌓인다.


별 생각 없이 그냥 쓰고 있어도 사용은 가능하나

언젠가부터 먼지가 튕겨나가는 청소기처럼 잡음이 생겨난다.


먼지통 비우는 것처럼 쉬운 관리는 가끔씩이라도 하게 되지만(그마저도 안 하면 큰 문제 발생)

청소기 헤드 부분은 그렇게 자주 들여다보게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언제가 되었건 반드시 들여다 봐야 하는 부분이었고

그 결과 변화는 엄청나다.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그러니 정성으로 살피는 것과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 모두 중요하다.

그리고 실제로 비워내는 과정까지.


몸도, 마음도 마찬가지로

살피고

알아차리고

바꿔나가는(비우든, 채우든)

그 과정이 모두 소중하고 모두 필요하다.


먼지를 튕겨버리는 청소기를 청소하며

내 몸은 얼마나 이렇게 세심하게 살펴보았던가

반성하게 된다.


헤드가 막힌 청소기처럼

언젠가 어딘가가 나도 모르게 막혀

튕겨내고, 제 역할 못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좀 더 나를 구석구석 살피는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그리고 조금 더 새벽운동에 정성을 쏟게 되었다는 후문... ^^






사실은 나의 스승 우리집 고양이들이

이미 알려주고 있었던 것.

매일매일 정성을 다해 내 몸을 가꿔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고양이는 늘 아름답고

모든 걸 꿰뚫어 볼 줄 아는 게 아닌지...



^^







매거진의 이전글 무기력과 회한의 해, 망상과 비현실의 계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