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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다 Nov 11. 2022

방과 후 수업 참관 주간을 마치며

빡센 한주였다-

바이올린 연주회 순서를 기다리는 1호.


1호가 다니는 학교의 방과 후 수업 참관 주간이었다.

보통 방과 후 수업은 매일 다르기 때문에 선생님들에게는 '주간'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실지 모르지만,

이런 행사가 있는 줄 모르고(!) 매일 방과 후 수업을 넣어두었던 나로서는 말 그대로 참관 '주간' 이었다.


학원 하나 다니지 않고 말 그대로 명랑 초딩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1호는 그 와중에 엄마의 참관에 욕심을 냈다.

"모슨 수업에 다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매일 가긴 했지만 언젠가 하루는 조금 일찍 일어났다가 집에서 서운함을 한바가지 맞아야 했다.


아- 그런데 난 또 이런거에 약하다.

아마도 워킹맘이라는 자격지심이 있는 것 같다.

결국 나의 지난 일주일은 최대한 미팅 일정을 조절해가면서 회사-학교-회사를 반복하게 되었다.


그런데 가보길 잘했다. 기대 이상으로 즐거웠다.

1호는 흥미 위주의 방과 후 수업을 듣는다.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 프라모델 만들기, 3D펜, 바이올린, 그리고 영어.

다음주에는 정규 수업 참관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비교과(?) 영역 수업을 보기는 쉽지 않으니까.

그 고사리 같던(이제 과거형) 손으로 뭔가를 만들고 연주하고 하는 것이 제법 신기하기도 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즐겁게 하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보냈기 때문일까-

나에게는 방과후 수업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

애초에 아이의 의지가 없는 한 빡세게 공부시킬 생각이 없으니 학원과 비교하지 않았음은 물론이요, 정말이지 시간 때운다- 보다 쪼꼼 더 좋은 시간 보내길 기대하는 마음 정도였다.


그래도 이것은 놀라웠다.

오- 방과 후 수업이 아니면 내 아이가 언제 어디서 6명 소규모로 역사 수업을 듣게 되겠는가.

소규모라 아이에 대한 케어도 훌륭했지만 수업 내용도 좋았다.

일제시대를 다루는 중이었고, 자결한 독립운동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해도 자살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매우 나쁜 일이다.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이 통할 수 없다.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훌륭한 위인들의 자결이라는, 시대적 아픔을 어린이들의 눈높이와 윤리 의식을 고려하며 전달해야 하는 선생님의 고민이 느껴졌다.


집에서는 혼자만의 작품활동이었던 프라모델을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생각보다 좋았다.

서로 만들고 싶은 걸 고르고, 만들다가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서로 도와주고, 다 만들고 나서는 전시하고 하는 활동들 말이다.


3D펜 수업은 혼돈의 카오스였다.

이게 안되요, 저거 어려워요, 이게 뭐에요, 장갑 붙었어요.... 온갖 질문이 교실을 떠다녔다.

그리도 3D펜이라는게 저학년이 다루기엔 꽤 위험한 물건인데 어린 친구들도 자리에 앉아 집중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마치 어린이 공방 같았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만드는 날. 1호는 남은 시간에 3호를 위한 마법봉을 만들어주었다.



영어 수업은... 너무 죄송했다.

집에서 최소한의 숙제 말고는 거의 안하는데, 그마저도 요즘에는 쉬는 시간에 하는 것 같던데, 그래도 영어가 조금씩 느는 것 같더란 말이지.

5명이 한반인 소규모 클래스였다.

집중력부터 실력까지 선생님이 강제 캐리하고 계셨다.

죄송합니다, 티쳐...


마지막 날 진행한 바이올린은 감동이었다.

돌아가면서 연습한 곡을 연주하는 일종의 연주회였다.

이번 학기 들어 처음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이 3명이 함께 곰세마리를 합주하고, 너무 어려운 곡이라 선생님이 반주를 해주지 못한다던 4학년 형아는 엄청 현란하게 모짜르트 블라블라 라는 곡을 연주했다.

바이올린은 들고 다니는 줄만 알았던 1호도 제법 그럴싸하게 연주했다.

자기 말로는 실수가 너무 많았다는데 내 귀에는 하나도 안들렸다.

그렇게 많은 손님 앞에서 끝까지 연주해낸 것만으로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드디어 끝났다..!

아오... 이거 원래 매년 또는 매학기 하는건가? 지금까지는 코로나라 안했던거고??


흠.................


 무리한 일정 조정이 필요했지만, 내년에도 이런 기회가 온다면 또 보러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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