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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 Nov 01. 2018

두 번째 직장(3) - 공유자전거로 경험한 고령화

부산은 빠르게 늙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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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big-thinking/18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


    이는 우리나라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나도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론칭하기 위해 부산으로 출장을 가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해운대 / 광안리 / 광안대교 / 부산국제영화제 등이 내가 이전에 가지고 있던 부산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자전거 배치를 위해 부산의 모든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내 생각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71018000297

기사中 - 국회 입법조사처가 2015년 내놓은 한 정책보고서 내용은 충격적이다. 출산율이 현재 수준으로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의 인구는 2200년이 되면 지금의 부산 인구보다 적은 322만 명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때의 부산 인구는 12만 명으로 예측됐다. 


    부산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고령화가 가장 심한 곳으로 꼽힌다. 심지어 '지구 상에서 가장 먼저 없어질 도시'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도 얻었다. 사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실제로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나도 부산에 내려가기 전에 그렇게 생각했다.




    부산에는 총 16개 행정구역(강서구, 북구, 사상구, 사하구, 서구, 중구, 연제구, 동래구, 금정구, 영도구, 동구, 부산진구, 남구, 수영구, 해운대구, 기장군)이 있다. 이 중에 공유자전거 배치를 위해 돌아다니며 고령화를 몸소 느낄 수 있던 지역은 사하구, 중구, 영도구, 동구 이렇게 4개 지역이었다.


    사하구'다대포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다대포 해수욕장은 최근에 도로를 넓히고 주변 경관을 세련된 모습으로 바꾸고 있다. 그 주변으로 신축 아파트도 많이 들어섰고, 국내외 관광객들의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다대포 해수욕장 지역을 벗어나면 넓은 산업단지가 존재하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대부분 강서구와 사상구 등에서 출퇴근한다. 따라서 사하구 주거단지 지역을 가면 거의 나이가 많은 분들만 만나 뵐 수 있었다.


부산 사하구 '다대포 해수욕장'


    부산 중구'BIFF(비프) 거리''자갈치 시장'이라는 유명한 관광지를 가지고 있으므로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다녀가는 지역이다. 그러나 겉과 속은 전혀 달랐다. 중구의 주거단지 지역으로 들어가면 젊은 사람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나이가 드신 분들만 가끔 모습을 보이신다. 중구에 있는 주민센터 몇 곳을 방문할 일도 있어서 가보면 방문객 대부분이 고령자들인 것을 볼 수 있었다.


부산 중구 영주동 '모노레일'


그리고 중구에는 높은 언덕을 오를 때 필요한 '모노레일'도 있다. 이 모노레일은 사용연령에 제한이 없고 관광상품으로도 인기가 많지만, 중구의 현재 인구구성을 보았을 때 늘어나는 노인 인구의 이동 편의성을 고려하여 설치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할 것 같다.


    영도구는 중구 바로 밑에 있는 하나의 섬 전체가 행정구역이다. 영도구는 '한국해양대학교'가 있고, 지리적 환경이 나쁘지 않아 공유자전거 배치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영도구 구석구석을 돌아다녀 보면 굉장히 고령화가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역 조사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면 자전거에 대해 문의하고 사용법을 묻는 대부분의 고객이 고령자분들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영도구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꽤 있는데, 고객 조사를 위해 학생들을 인터뷰해보면 영도구 밖에서 통학하는 학생이 많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이는 결국 영도구의 중고등학교로 통학하는 학생들을 제외하면 영도구는 확실히 노인 인구가 많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영도구청에서도 노인 인구가 부산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다 보니 공유자전거로 인한 안전사고에 대해 문제 제기와 해결책을 요구한 적이 있었다.


부산 영도구 관광지도


    마지막으로 동구'부산역'이 있어, 김해공항과 함께 부산의 관문(?)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부산역 주변으로는 유동인구가 아주 많은 편이고, 넓은 인도와 부산에서 보기 드문 평지 도로가 존재하여 자전거를 사용하기에 나쁘지 않은 지역이었다. 부산역 바로 앞에는 차이나 타운의 불빛으로 굉장히 화려하다. 그러나 부산역에서 10분 정도만 벗어나면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부산 동구에는 시장 골목이 많은데, 그 주변과 주거 단지를 보면 사하구와 중구처럼 노인 인구가 더 눈에 많이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부산 동구 '부산역'




    물론 위에 언급한 구역 이외의 부산 지역은 많은 젊은 사람들과 나이 많은 분들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다만,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겉으로 보이는 '젊고 화려한 부산'이 아닌 그 속에 보이지 않는 '늙고 병들어가는 부산'의 모습이 존재한다는 것과 그 모습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한 번쯤 생각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위의 내용은 구체적인 통계나 수치를 비교해가며 쓴 글이 아니다. 이후에 '대한민국의 고령화'에 관한 글을 쓸 예정이므로, 이번 글은 부산으로 장기 출장을 간 직장인이 보고 느낀 점을 글로 남긴 '출장 감상문' 정도로 봐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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