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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행진 하던 국제유가가 최근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유가가 급등하여 내년에는 국제유가가 1배럴당 10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경계론도 나왔었다. 유가가 하락하는데 주요한 요인은 미국이 생산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거에는 OPEC이 세계 에너지 가격을 좌지우지했으나, 러시아의 천연가스 개발 그리고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로 인해 그 영향력은 많이 줄었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의 에너지 정책으로 급변하고 있는 각 국가의 모습, 특히 일본과 중국 그리고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급격히 가까워진 사우디에 초점을 맞춰 적어보고자 한다.
2012년만 해도 일본은 미국의 셰일가스 수입이 불가한 나라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한-미 FTA로 인해 미국산 셰일가스를 수입할 수 있는 자격(?)이 있었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에 끈질긴 구애 끝에 미국산 천연가스 수입국으로 허가를 받았다. 일본은 왜 그렇게 미국산 천연가스와 원유 수입에 매달렸을까?
에너지 안보와 해상 자위대의 영향력 확대
주요 에너지원을 수입하여 쓰는 국가에 '에너지 안보'는 중요하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 이면에 숨은 의도는 해상 자위대와 관련 있다. 2015년 이전 일본의 자위대는 '미-일 방위협력지침'으로 인해 활동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2015년 이 지침이 개정되면서 일본 자위대의 활동 범위가 '일본 주변 지역'에서 벗어났다.
2011년 1월에 원유 운반선 '삼호주얼리호'가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돼 우리나라 청해부대가 출동하여 '아덴만 여명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제 일본의 해상 자위대도 이런 작전이 가능해진 것이다. 미국에서 일본으로 향하던 원유 운반선이 태평양이나 남중국해 부근에서 피랍되면 해상 자위대가 출동하고 단독 작전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것이다.
이렇게 일본은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자위대의 활동력 강화를 얻어냈다. 최근에는 미국산 천연가스 구매를 늘리겠다는 발표도 했다. 그리고 현재 세계 각지에서 연합 훈련 및 단독 훈련을 진행하면서 군사력 증대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은 현재 미국과 무역전쟁을 하고 있다. 서로 관세 보복을 하면서 '치킨게임' 양상까지 보인다. 그러나 미-중간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최근 미국에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다. 이는 에너지 수입 부분에서도 보인다. 지난 17일 중국이 미국산 천연가스 구매 확대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2017년 기준으로 중국은 수입산 천연가스 중 약 49%를 호주에서 들여오고 있다. 그 뒤에 카타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순이다. 이렇게 주로 아시아-태평양 국가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있는 중국이 미국산 천연가스 구매를 확대하겠다고 한 것은 이례적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중국, 세계 셰일가스 매장량 1위 국가
중국은 셰일가스 매장량이 전 세계 1위이다. 그러나 개발을 못했다. 셰일가스를 채굴할 때 필요한 기술이 '프래킹 기술'인데, 이 기술에는 막대한 양의 물이 필요하다. 중국은 세계 주요 물 부족 국가이다. 따라서 지하수를 개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미국 셰일가스에 비해 깊숙한 지층에 매장되어 채산성은 더욱 떨어진다.
최근 중국이 다시 셰일가스 개발에 돌입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현재 중국은 세계 천연가스 수입 2위 국가가 됐다. 그만큼 아직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셰일가스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매장됐다고 하지만, 이미 수출까지 하는 미국을 따라잡기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크게 가까워졌다. 그러나 최근 사우디의 빈살만 왕세자가 터키에서 카슈끄지 기자 암살 배후로 지목되면서 두 국가의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유력 언론인으로,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과의 수차례 인터뷰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으며 개혁 성향 일간지인 《알와탄》의 편집국장을 지냈다. 2017년부터는 미국에 머무르면서 워싱턴포스트에 사우디를 비판하는 칼럼 등을 게재해 왔다. 그러다 2018년 10월 2일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실종됐으며 이후 피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미국 '증산' vs 사우디 '감산'
현재 사우디는 석유 생산량을 줄이자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그 이유는 사우디 재정의 대부분이 석유 수출에서 나오기 때문에 공급을 줄여 석유 가격을 올려서 재정을 충당하겠다는 의도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생산량을 늘려 국제유가를 더 낮추려고 한다.
여기에는 두 국가의 이해관계가 모두 얽혀있다. 미국이 셰일가스로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절반 이상 줄였어도 아직은 상당부분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주장하고 있는데, 세계 에너지 가격이 급격히 올라가면 미국 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는 다음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우디의 차기 지도자로 꼽히는 빈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산업 구조 다각화에 힘을 쏟고 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사우디가 과거처럼 OPEC의 대장(?) 국가로서 세계 에너지 가격을 좌지우지할 수 없고, 이는 사우디 국가 재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떄문이다. 그래서 첨단 산업과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큰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 다각화까지는 시간과 돈이 많이 필요하므로 저유가를 바라진 않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