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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 Mar 24. 2019

신한금융그룹과 토스는 왜 헤어졌을까?

본질은 제3인터넷은행 설립이 아닌 '플랫폼 전쟁'이다.

<이전 글>

https://brunch.co.kr/@big-thinking/31

    정부에서 '금융 혁신'을 내걸고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이어 제3호, 4호 인터넷은행을 추진하고 있는데, 얼마 전 이와 관련한 이슈가 하나 발생했다. 이른바 '토스 뱅크'(가칭) 설립을 위해 협력했던 토스(비바리퍼블리카)와 신한금융그룹이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신한금융, 제3인뱅 추진 '토스 컨소시엄' 불참 선언', 서울경제(2019-03-21)

컨소시엄 구성 변경에 대해 토스 관계자는 “큰 틀에서 양사의 시각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보니 이후 사업 모델 수립과 컨소시엄 구성 등 실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협의를 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이라는 혁신적인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다른 컨소시엄 주주들과 계속해서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1VGOBBXRTO


    위의 내용처럼 신한금융이 지분을 더 확보하여 적극적인 경영에 참여하길 원했으나, 토스 측에서 이를 원하지 않았다는 분석과 서로 생각하는 서비스 방향과 구조가 달랐다는 분석 등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저런 분석은 어렵기만 하고 크게 와 닿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해당 이슈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금융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킨 토스


    처음으로 토스를 접했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2016년 4월에 첫 직장에 들어간 후,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회사 선배한테 돈을 보낼 일이 있었는데, 내가 계좌번호를 묻자 "계좌번호 말고 토스로 보내줘요~"라는 선배의 말을 듣고 처음 토스를 설치하고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은행 앱에 접속하여 공인인증서를 거쳐 송금하던 것이 얼마나 불편한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사실 토스를 접한 모든 사람이 나와 똑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 이유는 토스 이후로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너도 나도 간편한 송금 서비스 및 기타 서비스가 가능한 앱을 출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존 시중은행들은 송금 수수료나 이체 수수료로 적지 않은 이익을 내고 있었는데, 토스로 인해 상황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이렇게 금융 시장에 큰 바람을 일으킨 토스는 2018년 10월에 가입자 1,000만 명을 넘겼다.


'골리앗이 무서워하는 다윗' 핀테크 성공신화 써가는 토스, 한국경제매거진




플랫폼의 최강자 카카오의 등장


    그러나, '카카오'도 '카카오페이'를 출시하고 동시에 제3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를 설립하면서 토스는 큰 변환점에 직면했다. 그 이유는 카카오가 우리나라 최고의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사람은 약 4,400만 명으로 집계된다. 우리나라 인구가 약 5,177만 명(2018년 기준)이라고 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카카오는 4,000만 명이 넘는 카카오톡 사용자들을 카카오페이와 연결했다.


2017년 10월 카카오페이는 가입자 2,000만 명을 돌파했다.


    그 결과 2014년에 출시한 카카오페이의 가입자수는 2,300만 명(2018년 8월 기준)을 넘어섰다. 가입자수만 보면 카카오페이는 토스를 넘었고, 아직 정확한 집계 자료는 없지만 전체 송금액도 카카오페이가 이미 토스를 넘어섰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카카오페이는 어떻게 토스를 금방 따라잡았을까? 단순히 토스와 다르게 횟수에 제한 없이 송금수수료가 무료라서 그런 것일까?




토스는 '플랫폼'을 구축하려고 한다.


    나는 이런 상황을 보면서 결국은 '플랫폼 전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카카오페이가 4,400만 명이라는 엄청난 사용자를 가진 카카오톡으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토스는 엄청난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으로 본다.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톡 기반으로 금융서비스뿐만 아니라 캐릭터 상품, 음악, 배달, 게임 그리고 쇼핑까지 수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카카오는 카카오톡 하나에 돈을 벌 수 있는 많은 통로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토스는 그렇지 않다. 2016년에 내가 처음 토스를 사용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송금 이외에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 서비스들이 과연 토스의 수익과 직접적인 연결이 되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토스도 분명 이를 알았을 것이고,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제3인터넷은행 설립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토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금융그룹인 '신한금융'을 파트너로 선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신한금융그룹'의 신한은행은 '쏠(SOL)'이라는 서비스를 만들어 토스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현재 가입자수가 800만 명을 넘은 상황이다. 이는 신한금융그룹에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다.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KB·신한은행, 모바일 플랫폼 서비스 확대 사활, 한국금융신문(2019-03-04)

http://www.fntimes.com/html/view.php?ud=20190228214623505dd55077bc2_18




토스는 자생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토스가 서비스를 출시한 후 첫 고비를 맞이했다고 본다. 토스는 금융 규제가 넘쳐나는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스타트업이고, 금융 시장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그리고 지금은 제3인터넷은행 설립은 물론 증권사 설립까지 추진하면서 토스만의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달리고 있다. 업종은 다르지만 이전에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많은 규제와 기존 업체들과의 갈등을 경험해본 터라 향후 토스의 행보가 더욱 관심이 가고 그 결과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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