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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btop Feb 01. 2020

20200119 비행기 타고 택시 타고 열차 타고

@블라디보스톡

비행기 타고 택시 타고 열차 타고

지난 가을, 아베 사태로 예약해 두었던 가고시마 여행을 취소하고 시간이 제일 잘 맞았던 블라디보스톡을 택했다. 누가 썼는지 참 잘 만든 '가장 가까운 유럽'이라는 카피,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누구누구 만남' 영상 등으로 유행이 한창이라 왠지 꺼려지기도 했지만, 러시아는 처음이라 오케이했다.


자칭 프로 여행러이므로.. 공항에서 아주 매끄럽게 출국 수속, 면세품 수령, 담배 선물 구입, 라운지 이용까지 착착착 마치고 아침 비행기에 탔다.



미리 신청해 두었던 대한항공 스페셜 밀 글루텐 프리. 일반식보다 괜찮았다.

두시간 반 정도 지나니 정말 창문 밖으로 흑백 필터를 씌운 듯한 겨울 왕국이 보였다. 드디어 강추위 시작.


블라디 공항에 도착해서 시내 도착 전까지 쓸 5만 원 정도를 환전하고, 유심을 사고, 단단히 준비해 뒀던 방한용품을 장착했다. 히트텍+발열조끼+털신+롱패딩 조합으로 무장하고 러시아 공기 마시러 출발!


근데 동남아 가면 공항을 나서자마자 후끈하고 습한 공기에 숨을 멈추게 되는데, 의외로 블라디는 영하 10도? 정도였는데 체감상 한국의 겨울과 엄청 다르진 않았다. 물론 이 허세는 블라디에서만 가능ㅎㅎ



시내로 가는 길 택시 안에서 처음 본 얼음 바다.

바다가 얼다니! 



사진으로 많이 봤던 블라디보스톡역.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시작이자 끝인 곳인데, 생각보다 작고 귀여운 느낌이었다.



저녁 열차라 캐리어를 내내 끌고 다닐 수 없으니 역 안에 있는 짐 보관소에 캐리어를 맡겼다. 스파씨바!



미리 찾아 뒀던 카페 khleb | Moloko


꼭 먹어야 한다는 디저트 메도빅(미데힉)이 있어서 시켜 보니 정말 맛있었다. 워낙 꿀 맛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때 먹고 맘에 들어 여행 내내 사먹었지만, 처음 먹었던 이 집이 제일이었음.

찾아 보니 여기 저기 있어서 다음에 또 가야지 했지만 다른 데 가보느라 이때가 끝이었다ㅠ



메인 스트릿인 아르바트 거리는 생각보다 아담해서 슬렁슬렁 산책했다. 

마지막에 가려고 찍어 뒀던 와인랩은 가 보니 우리나라 gs25급으로 많아서 시장조사차 첫 날부터 갔다. 다들 산다던 고오급 보드카 벨루가가 있었지만, 살짝 맛볼 목적으로 패키지가 더 예쁜 아라한겔스크 보드카 작은 병을 사고, 술맛 싫어서 안 마신다면서 양주는 좋아하는 Y를 위해 벨루가 베리맛도 하나 장만.

여긴 술 가격도 너무 저렴하고 접근성도 좋아서 술꾼 안 되기가 힘들겠고만.



벽에 붙어 있는 키릴 문자가 한창 신기해서 한 컷. 간판이나 메뉴 보면서 C가 S구나, H가 N이구나-하며 한 글자 한 글자 익혔다.



길 따라 걷다 보니 해양 공원이 나왔다.

땅 아니고 바다인데 이렇게 꽁꽁 얼다니! 그러나 쫄보인 나는 아주 멀리 가진 않았다. 얼어 있는 건 알지만 왠지 깨져 버릴까봐 두근두근



해 질 무렵이 되니 확실히 보기 좋던 아르바트 거리.

LED 가로등 아니라 운치 있어.



조지아 음식점 satsivi에서 열차 타기 전 저녁.

힌차푸리(빵에 치즈/계란), 샤슬릭(고기 구이), 보르쉬(러시아st 소고기 국밥), 힌칼리(피 두꺼운 러시아 만두), 조지아 와인 등 블라디 여행기에서 많이 봤던 것들 다 시켜 봤다.

조지아 와인 한 잔은 담금주 같은 맛이 나서 묘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열차 타러 다시 블라디보스톡역

드디어 탄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창구에 가서 예매해 뒀던 이티켓 보여 주며 실물 티켓으로 교환해 달라 하고, 편하게 자기 위해 미리 역 화장실에서 클렌징도 싹 하고 여유 있게 기다렸다.

근데 분명 출발 시간 10여 분 전이고 전광판에도 도착했다는 듯 뜨는데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등줄기부터 올라 오는 쌔한 느낌에 창구에 가서 티켓 보여 주면 손짓 발짓으로 물어 보니 직원 분이 크게 놀라며.. 여기 아니라고 run! 하며 달리라 했다. 훟 그렇지 이렇게 멍 때리며 사는데 이런 일이 안 일어날 수가 없지!하며 에스컬레이터 하나 없는 계단을 미친 듯이 오르 내리며 3번 플랫폼으로 달렸다. (물론 나 말고 캐리어 2개 들고 뛰는 S가 극한직업)

다행히 무사히 기차에 타고 이 추운 날씨에 식은 땀 흘릴 뻔했지만, 탔으니 됐다.



열차 감성보다 안도감을 더 크게 느끼며 한 컷.

1층은 밥 먹을 때 침대 접고 자리 공유해야 된대서 독립적인 2층을 택했다. 이불보는 살짝 거칠지만 빳빳해서 깨끗한 느낌을 줬다.

다음 작은 역에서 이고르 형이 한 명 탔는데-러시아 남자 보면 그냥 우리끼리 이고르 형 or 이반 형이라고 불렀다-, 별 말은 없지만 행동 하나하나 젠틀해서 편안하게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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