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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btop Feb 01. 2020

20200120 야간열차 타고 자면서 갔는데도 피곤하다

@하바롭스크

머리만 대면 자는 나의 놀라운 능력이 열차 안에서도 발휘됐다. 가끔 브레이크를 밟을 때 침대에서 떨어질 것 같아 놀라 깨면서도 다시 열심히 잤다. 거의 여덟 시간 이상?

차장님이 조식 갖다 주실 때 깼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조식은 선택할 수 있는 거 같았는데 아마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던 우리의 조식은 햄이 든 기본 블린.

나름 요거트, 쿠키까지 야무지게 들어 있다. 블린도 언뜻 보기엔 보기 좋은 비주얼이 아니었는데 배가 고팠는지 의외로 찰진 식감이 괜찮았다.



창 밖을 구경할 새도 없이 금세 날이 밝았다.



블라디완 또 다른 느낌의 하바롭스크역 도착.

그러나 기차를 내리자마자 아 이게 10도 차이구나- 할 만큼 추위를 느꼈다. 영하 20도라니. 내 생애 처음 겪는 기온이었어. 털신도 뚫는 추위..



역 바로 맞은편 버스 정류장에서 호텔로 가는 버스 탑승.

버스를 타면 버스 차장님이 다가와 버스비를 받아 가신다.

그런데 버스에서 S와 둘이 멀뚱히 있다가- 휴대폰 보다가- 하니까 어떤 아주머니가 굳이 우리 옆자리로 오시더니 어디 가냐고 물어봤다. 어느 호텔 간다니까 옆에 다른 젊은이에게도 소프카 호텔 가려면 어디서 내려야 하냐 묻고(물론 알아듣진 못했지만, 분명히 이런 대화였겠지), 차장님까지 합세해서 우리의 호텔 무사 입성을 도와주셨다. 사실 구글 맵 보면서 언제 내려야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적당히 모른 척하며 거듭 감사 인사를 드렸다. 러시아 사람 무뚝뚝할 것 같은 이미지였는데 엄청 친절하다.



버스에서 내려 호텔 가는 길에 있는 러시아 동방정교회.

하바롭스크의 랜드마크인데 호텔 바로 근처에 있다.

해 질 때 아니고 뜰 때인데도 이렇게나 예쁜 핑크빛이었다.



일단 호텔에 캐리어 맡겨 두고 아침 먹으러 나왔다.

스톨로바야(식판 들고 원하는 거 골라 담는 식당) "8 minutes"


손짓으로 가리켜 가며 주문하고 마지막에 메뉴 확인받고 계산하면 끝! 간편한 식당이었는데, 알고 보니 여기저기 엄청 많은 체인점이더라.


뜨끈한 국물 러버인 나는 아침부터 보르쉬를 선택했다. 펄펄 끓는 국물이 아니라서 좀 아쉽지만, 그래도 전혀 이질감 없이 먹기 좋은 보르쉬. 추운 나라라서 열량을 확보하기 위해 마요네즈나 스메따나(러시아 사워크림)를 많이 먹는다더니, 보르쉬에도 이렇게 사워크림을 넣어 준다.

 


에피타이저, 식사부터 디저트, 차까지 모든 게 있는 스톨로바야.



밥을 먹고 나니 몸이 꽤 뜨끈해져서 길 따라 좀 더 산책했다.

러시아엔 스타벅스 대신 해적커피, plantatsiya가 많다길래 기억해 뒀던 그 플랜탓시야로.

전날 맛있게 먹었던 메도빅이 있어서-가격은 반밖에 안 했다!- 자연스럽게 메도빅을 주문했다. (근데 그저 그럼)



카페 앞에도, 광장에도 저렇게 얼음 조각이 있다. 진짜 겨울왕국이야.

체크인 시간까지는 조금 남아서 카페에서 여유 부리기. 실내에서 밖을 바라보면 참 춥지도 않고 예쁘기만 하다.



그리고 신기했던 노점. 주로 버스 정류장 앞에 이런 작은 가게들이 많았는데, 다들 여기서 빵도 사고 과일도 사고 이것저것 많이 사더라.



이 빵집은 괜찮아 보여서 찍어 뒀는데 결국 사 먹진 못했네.



괜히 왼쪽으로 가봤으니 이번엔 오른쪽으로 가자-하며 걸었더니 나온 영원의 불꽃.

참전자들을 기리는 영원의 불꽃은 참 많은 도시에 두었다.

최근 누가 저렇게 예쁜 꽃을 두고 갔나 보다.



드디어 호텔 입성. 한국 떠난 지 이틀 만에 들어온 집 같은 공간이다.

창 밖으론 꽁꽁 언 아무르 강이 보이고, 조용해서 참 좋았다.

방도 엄청 널찍하고 따뜻하고 뷰도 평화로워서 그대로 잠들었다. 일부러 효율적으로 움직이려고 야간열차 탄 건데, 그것도 피곤했는지 놀랍게도 낮에 그냥 잠들어서 눈 뜨니 아침이었다. 다음에 열차 탈 일 있으면 그냥 주간열차 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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