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21 춥고 배부른 하루

@하바롭스크

by roobtop

눈 뜨니 다음 날.

조식 없이 예약한 호텔인데 밖에 나가자니 너무 본격적으로 무장하고 나가야 한다는 느낌에 1인 500 루블 내고 조식당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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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당 창으로 비치는 아침 해. 신기하게 일출이 핑크빛 보랏빛으로 예뻤다.

이 색감을 보려고 늘 여행 가면 매직 아워 맞춰서 선셋 포인트 찾아가곤 했는데, 신기하게 러시아에선 일출이 이렇게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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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사진이 백 장이든 천 장이든 재밌게 봐주는 Y를 위해 조식도 착실하게 찍어 두었다.

당연히 리조트 같은 데 비할 바는 안 되지만, 추운 날의 따뜻한 한 끼 정도.

여기서도 얇고 쫄깃한 팬케이크, 블린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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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창문 헌터?

어쩜 이리 햇살이 예쁜지.


블라디/하바롭은 할 거 없다-는 명성에 걸맞게 일정도 매우 여유롭게 짰던 터라 꽤 늑장을 부리다 나왔다. 시내까지 걸어서 갈 만한 거리라 얼음 강 따라 슬렁슬렁 산책하며 걷기.

근데 확실히 하바롭스크는 블라디보스토크보다 10도 이상 낮은 게 온몸으로 체감됐다. 나오자마자 미처 가리지 못한 얼굴이 너무 추워 마스크를 꼈는데, 나의 날숨이 콧대 위로 빠져나오다가 속눈썹에 붙어 얼음이 되었다.

겨울 짤 같은 데서나 보던, 물 뿌리면 언다는 러시아가 이래서구나- 약간 실감됐다.

속눈썹에 얼음이 맺히다니! 외려 속눈썹이 거슬려서 곧 마스크는 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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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 해양 공원과는 다르게, 아무도 없는 아무르 강가에 웬 차우차우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이 있었다.

맨발로 다니는 너에게 리스펙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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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 강가 따라 걷다 보니 하바롭스크의 메인 스트릿이 나왔다.

성모 승천 대성당 들렀다가 점심으로 찜해 두었던 흘레보먀시로 들어 가 버거 주문.

수제 버거는 맛있었고(서울에서도 맛볼 수 있는 맛있는 수제 버거 정도지만), 레모네이드라고 써져 있어서 시킨 음료는 진저에일과 섞은 느낌이었는데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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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울 만하면 아무 가게에 들어 가 구경을 했는데, 문재인 대통령 마트로슈카도 있었다.


걷다가 걷다가 레닌 광장에 다다라 얼음 조각 수상작들도 구경하고, 꼬꼬마 사이에 끼어 얼음 미끄럼틀도 타고.

좀 더 걷다가 걷다가 보니 중앙 시장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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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따뜻한 실내 시장이 있었다.

한국에선 홈플이랑 이마트만 가면서 여행지에선 굳이 재래시장 찾아가는 청개구리 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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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 햄, 치즈부터 디저트까지 다채로웠다.

메도빅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아 시도했지만, 역시나 여전히 khleb mleko가 1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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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 심보는 디저트에서도 발휘. 굳이 찾아 먹지 않는 디저트도 맛집 저장해 두고 찾아갔다.

에끌레어 공장이라는 귀여운 매장에 가서 꿀 에끌레어, 초코 에끌레어 포장해서 호텔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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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나쁘진 않지만, 보기에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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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기 전 들른 성모 승천 대성당에서 산 십자가 펜던트. J를 위해 샀다.

선물 사야지- 의무감 가지고 여행했다가 온종일 선물 고민에 여행을 망쳤던 경험이 있어서 웬만하면 선물은 아예 안 사는데, 이건 너무나도 J에게 찰떡인 선물이었다.

러시아 정교회는 십자가에 가로 두 줄이 더 있어서 교리가 다른 크리스천에게 선물하기 좀 그런가.. 싶었는데 이건 그런 것 없이 작고 심플하면서도 화려한(?) 그 말도 안 되는 모순적인 매력이 있어서 샀다. 아마 순은이고 퀄도 좋은데 200 루블인가? 저렴해서 냉큼 샀다.

역시 기념품은 성당이나 박물관 미술관에서 사야 해.


에끌레어와 커피 마시며 몸 좀 녹이고, 얼마 간 또 나가기 싫어 빈둥대다 보니 배가 꺼졌다.

이때를 기다렸으니 찾아 두었던 샤슬릭 집으로 이동! 늘 여행 가기 전 검색할 때면 그 지역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 OO교환학생, OO생활 등으로 키워드를 검색하곤 하는데 저녁 식당으로 찾아 놓은 이 집 역시 교환학생 블로그에서 본 식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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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았다가, 내가 러시아에 있구나를 또 한 번 체감한 순간.

모자 안 쓰면 위험한 추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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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로 50분 걸린다고 나왔지만 시간 많아 그냥 버스 탔는데 20분밖에 안 걸려 도착한 것 같다.

Irkutskaya Ulitsa, 8.

버스에서 내려 구글맵 켜고 식당 찾아가려니 살짝 으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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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어둑+개 짖는 소리의 조합.

그렇게 무섭진 않았지만, 겁이 조금이라도 많다면 일찍 가는 게 좋을 것 같던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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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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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메뉴판 밖에 없었지만, 직원 분이 매우 열심히 설명해 주셔서 이것저것 시켰다.

아마도 양고기를 매애~매애~하면서 설명하길래 아~ lamb? 했더니 lamb! 하시고

우~하길래 아~~ 소?! 했더니 소!! 하시길래 오~~ 했지만, 구글 카메라 번역으로 확인해 보니 아니었다.

이 형 나처럼 그냥 따라 하는 걸 잘하는 형이었어. 하지만 돌이켜 보니 러시아에서 만났던 그 어떤 서버보다 열성적으로 설명해 주셨던 것 같다. 팁 좀 많이 드리고 올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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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추우니 자꾸 보르쉬. 근데 여행 중 먹었던 것 중 제일 뜨끈뜨끈+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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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치에 끼워 나오고 서버 이고르 형이 먹기 좋게 다 빼주셨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고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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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보다 밖이 더 추워서 창문 밖에 둔 물은 이렇게 꽁꽁 얼었다. 냉장고 필요 없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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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한겔스크 보드카+오렌지 주스를 섞은 스크루 드라이버로 평온하게 마무리.

느긋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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