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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디트 Jul 06. 2023

친구 집에 가기가 귀찮아지기까지

  원래 옛 생각을 자주 했지만, 요새 부쩍 옛 생각을 자주 하고 있다. 옛 생각을 깊게, 더 많이 하는 건 사실 그리 썩 좋은 전조는 아니다. 좋냐 나쁘냐를 정확히 갈라야 한다면 나쁘다는 쪽에 더 가까울 것이다. 이를테면 코로나 긴급 키트를 사용하고 나니 애매한 두 줄이 뜬 상태 같은 거라고나 할까. 많이 아플 예정이거나 이미 많이 아픈 상황일 수도 있을 그런 상태. 그러니까, 코로나보다 깊고 뼈 시린 우울증의 전조인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썩 건강한 상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는 일인지라 계속해서 옛 생각을 했다.


  생각을 많이 하면 흘러넘치는 게 있는 법. 나는 자연스럽게 회사 동료에게 그 흘러넘치는 것을 건넸다.


  "옛날에는 친구 집에 가면 그렇게나 즐거웠는데."


  "이제는 아니야?"

 

   그분은 잠깐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너는 혼자 오래 살았잖아. 옛날이랑 다르게."


  무미건조하게 건넨 말이었지만 실은 그 말은 나의 외로움의 본질에 꽤나 가까운 것이었다. 난 잠깐 그 말을 음미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옛날, 부모님과 함께 살던 그때의 집과 지금 혼자 살고 있는 이 집은 오롯이 혼자된다는 경험만 두고 보면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즉, 친구 집으로 가서 재밌기 위해서는 바로 그 옛날의 집, 자유롭지 않은 집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부족함이 있어야 행복이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의 우울함은 부족함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삶이란 참 신비롭다. 무언가를 욕망하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게 될 줄이야. 10대 때의 나에게 이야기하면 콧방귀를 뀔 소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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