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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병권 Nov 11. 2018

해질녘, 북악을 오르다

우정 시선


해질녘, 북악을 오르다


산 그늘이

마을을 덮어 갈 무렵

갱도 속을 향하는 탄차처럼

어둠이 되어 북악을 오른다


그림자보다 빛이 두렵다 말한 이는

어둠의 아늑함을 진즉 알았을 터이다


석양을 뒤로 하고 오르는 산은 

어둠이다


긴 고요 속에 

숲과 나무는 광합성을 멈추고

둥지 속 산새와 함께

침잠한다


어쩌다 오가는 인적이라도

스치는 인연이라 감히 일컫지 못한다


모두가 내려가 버린 산을 찾는 이는

빛이 두려워, 인연이 두려워

어둠을 찾아온 사연일 터


그늘 속에서 홀로 

남 모를 아픔을 캐어 내는

그림자로 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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