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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잠 Feb 26. 2024

또 눈


또 눈.

아침에 방을 나오니 어제와 다른 세상이 창 밖으로 보인다.

이놈의 심장은 죽은 것 같다가도 번쩍하고 살아 나 콩닥콩닥 뛰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지겹다는 눈, 내게는 숨구멍 같은 눈. 또 눈이다.






뚫어져라 창을 바라보며 진하게 커피 한 잔을 내린다. 

드립포트에서 쪼로록 떨어지며 하얀 연기를 내뱉는 물이 여과기의 커피를 지나 서버로 이어지면서 진한 갈색으로 변했다. 똑똑 떨어지는 사이 '퍽'하고 젖은 눈이 지붕에서 떨어져 바닥을 친다.

화들짝 놀라 드립하던 손이 미끄러지고 탁자 옆으로 커피가 흘렀다. 아쿠 아까버라.

눈에도 향기가 있었던가

한 모금 마시는 커피에 눈 향기라고 느껴지는 깨끗함이 함께 베어 따뜻하면서 시원하다. 







2월의 함박눈은 지독하게 촉촉하다. 

푹 젖은 채로 가지위에 내려 앉아 나무 뿌리를 뽑아 낸다.

생가지 꺽이는 고통을 참아내며 보란듯이 꿋꿋히 서있는 나무가 있다. 다시 살 수 없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얀 속 살 다 드러내고도 아무렇지 않게 서 있다. 







눈 더 많은 곳으로 가볼까... 어디는 가볼까...  몸은 가만히 버려 두고 머리속 생각만 전력질주 하는 사이 강원도에 계시는 스님에게 문자가 왔다.

차가 폭 파묻혔다.

80센치가 넘게 내린 눈 속으로 차는 사라지고.... 사람은 양옆으로 눈을 밀어내고 눈터널을 걸어다닌다고 했다.

어째요, 스님. 조심하셔요.

문자는 이렇게 보내고

나는 생각한다.






                                                         '크크크, 재미지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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