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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su Sep 09. 2021

뉴욕에 오다.

리틀 아이랜드와 뉴욕

미국 뉴욕, 허드슨 강변의 피어 54가 변신을 시작했다. 2013년 헤더윅 스튜디오(Hetherwick studio)의 계획안이 아이디어 디자인 공모전에 당선되었고 이후 취소의 위기를 겪어 2017년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5월, 공원은 리틀 아일랜드(Little Island)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하나의 조각 작품처럼 보이는 리틀 아일랜드는 공원이면서 큰 공연장 프로그램을 주요 프로그램으로 담고 있다. 디자인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 들였을 노력과 시간들을 짐작하는 것만으로도 뉴욕은 역시 대단한 도시라는 생각이 들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The Little Island @ NYC.


뉴욕에 온 이후 첫 롱 위켄드 휴일이다. 주말마다 여행객 모드로 이곳저곳 다니느라 바쁜 와중에 이번 주말은 메모리얼 연휴가 낀 주말이니 사람들은 다 외곽으로 놀러 갔을 거라는 헛된 희망을 품고 리틀 아일랜드로 향했다. 12시 전까지는 예약 없이 들어갈 수 있어 아침부터 서둘러 갔는데 웬걸 최근 들어 가장 많은 사람을 본 것 같다. 긴장된 마음으로 복작복작한 사람들과 더불어 줄지어 리틀 아일랜드에 입장했다.

주말에 처음으로 찾은 리틀아일랜드.

튤립이라고 불린다는 물 위로 솟아 오른 콘크리트 기둥들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궁금함에 들어가서 걸어보고 싶게 만든다. 132개의 콘크리트 기둥 위에 조성되어 있는 공원. 사진으로 미리 살펴보고는 결국은 그냥 공원이겠지 하고 큰 기대 없이 들어갔는데 직접 걸어보고 느끼는 공간감은 달랐다. 콘크리트 기둥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전망대를 만들고 공연장을 만들어낸다. 산을 오르듯 길을 따라 오르면 자연스럽게 아일랜드의 코너에 다다르고 허드슨 강변으로 뷰가 펼쳐진다. 공원의 여러 디테일과 식재 뭐 하나도 대충 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더윅 스튜디오의 발랄한 아이디어가 뉴욕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 Mattew Nielsen이라는 조경회사뿐 아니라  다른 많은 협업을 통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공원은 설계와 시공도 중요하지만 이후의 관리와 운영 또한 중요하다. 특히 식재는 계절마다 변하고 해를 거듭할수록 울창해지기 때문에 정원의 관리 또한 중요하다. 또 공원을 어떤 프로그램으로 채우는가도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 공원이 실현되도록 투자한 Berry Diller는 이후 20년간 운영, 관리에까지 지속적 투자를 한다고 하니 정말 기대되는 점이다. 뉴욕의 퍼블릭 프로그램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베리 딜러의 공공공간에 대한 사랑과 이해에 실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실제로 다양한 공연들과 아이들과 가족을 위한 아트 프로그램, 공원 투어 가이드까지 풍성한 프로그램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훌륭한 공간이 만들어지려면 디자이너의 디자인 역량뿐 아니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클라이언트와 관련 정부 부처, 주민들의 역할 모두 중요하다. 이 모든 노력이 합쳐져서 누구나 언제나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장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 안목과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 곳은 뉴욕은 그래서인지 유난히 뛰어나게 좋은 공간들이 많다.


뉴욕에 온 지 두 달이 채 안되었지만 수많은 뮤지엄과 잘 지어지고 관리되고 있는 공원들만 찾아도 이미 가고 싶은 곳의 리스트가 밀려있다. 실은 동네를 걷는 것 만으로 매일 많은 영감을 얻고 있다. 더운 여름으로 접어드는 계절을 변화를 느끼는 것도 10년 동안 계절이 비슷한 샌프란시스코에서 살며 잊고 있었던 새삼스러운 기쁨이다.

특히 도시와 공원을 디자인하는 조경가로서 경험하는 모든 것이 공부이고 창작의 영감이라는 점이서 다양한 자극이 풍부하고 자원이 풍부한 뉴욕에 오게 되어 개인적으로 많이 설렌다. 주변에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만큼 문화, 예술 전반에 걸친 사람들의 관심과 수준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 그 도시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내가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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