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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su Aug 03. 2022

아이의 감정도 자란다.

다섯 살 기록

서머캠프를 시작하고 아인이를 픽업하는데 유난히 짜증이 가득 차있다. 첫 주라 피곤해서 그렇겠지 하고 이해하며 꾹 참고 받아주면 되었을 것을. 하루의 끝에 가득 쌓인 피로에 나는 끝까지 참지 못하고 큰소리를 내고 말았다. 왜 이렇게 짜증을 내냐고 엄마도 일하고 와서 힘들다고.

아인이는 “나도 왜 짜증이 나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했다.


새로 시작한 서머스쿨의 첫 주, 등교시간이 30분 이상 당겨져서 평소보다 수면시간이 줄어서 피곤할 테고 새로운 환경의 변화에 은근 긴장했으리라.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 먼저인데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엄마 5년 차인 아직도 역시 서툴기만 하다.


아이의 몸이 자라듯 감정도 자라난다. 눈만 마주쳐도 방긋방긋 웃어주던 아기는 무서움이라는 감정, 부끄러움이라는 감정, 화나는 감정, 짜증이라는 감정 등을 탑재하며 무수한 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난다. 아이의 감정의 세계가 점차 다양해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참 신비로운 일이다. 동시에 그 감정을 어떻게 만져줘야 할지는 늘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다. 나 잘하고 있는 걸까.


어느새 훌쩍 많이 커버린 아인이가 때때로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다양한 감정을 내보이는 아이를 다 받아주지 못하고 잔소리로 받아칠 때가 대부분이다. 아이가 짜증과 미움의 감정을 내비치면 나도 같은 감정으로 혹은 더한 감정으로 받아치다가 그 모습과 감정에 스스로 놀라 슬픈 기분이 들기도 한다. 끝까지 인내하지 못하고 아이에게 욱 하고 나서 잠들기 전 옆에 누워 미안했다고 사과하는 게 다반사다. 그럼 가끔 아인이는 얘기해준다.

“그렇게 이야기해줘서 고마워.”

나도 모르는 사이 아인이는 엄마의 감정을 헤아릴 만큼 커버렸다.


아침마다 서둘러 준비하라고 재촉하고 다그치고, 밤에도 어서 자라고 잔소리하고 있는 나도 참 안쓰럽다. 종종거리며 달려 출퇴근할 때에 비하면 재택과 출근을 섞어하는 요즘은 많이 여유가 생긴 편인데 여전히 육아와 일사이에서 줄다리기하느라 바쁘다. 그 속에서 지친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먼저인 듯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아이의 속도에 맞춰서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가지기로 오늘도 다짐해본다.


오늘은 내 다짐에 화답이라도 하듯 학교에서 뛰어나오며 환한 얼굴로 엄마 이름이 새겨진 팔찌를 건넨다.


2022년 7월 여름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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