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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Nov 30. 2020

디지털 디톡스

미니 소설

혜선은 휴대폰의 검은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제 더 이상 시도 때도 없이 안내 메시지가 뜨지 않는다.


혜선은 모바일 게임회사에서 기획업무를 하고 있다. 대리로 승진한 후 기획팀으로 옮겼다. 벌써 4년이 지났다. 과장으로의 승진을 앞두고 있다. 


그녀는 하루 종일 휴대폰과 함께 했다. '까똑'이라는 안내음이 울리면 바로 답장을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페북에 들어갔다. 페친의 강아지 사진을 봤다. 좋아요 버튼을 눌렀다. 인스타도 습관적으로 들어갔다. 팔로우하는 사람의 먹방 사진을 봤다. 댓글을 달았다. 

     

좋아요 버튼을 누르거나 댓글을 다는 순간에는 기분이 좋았다. 연결되는 느낌이 좋았다. 그런데 그렇게 한참 시간을 보내고 나면 마음 한 구석이 공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기는 한데 겉에서만 맴도는 관계였다.  


어느 날 친구와의 약속시간까지 시간이 남아 근처 서점에 들렀다. 서점 입구에 있던 '디지털 미니멀리즘'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란다. 디지털 시대에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기라는 목표 하에 30일간의 '디지털 정돈'과정과 함께 이를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실천지침을 제시하고 있었다. 


관심 있는 챕터를 골라 30분간 서서 책을 읽었다. '아하, 이거야. 디지털 디톡스를 하자.' 


혜선은 친구와의 만남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다른 목적으로. 설정으로 들어가서 카톡, 페북, 인스타의 알림을 모두 해제했다. 앞으로 30일간 페북과 인스타는 아예 보지 않을 작정이다. 카톡은 하루에 두 번만 들어가서 메시지를 확인할 것이다.   


외부 세계와 단절되는 느낌이 들어 불안해졌다. 하지만 이겨내야 할 감정이리라. 그동안 SNS 하느라 보냈던 시간에 어떤 의미 있는 것을 할까 고민하며 혜선의 가슴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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