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소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엄마에게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카톡 메시지를 보내도 답이 없었다. 하루에 한 번씩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이상했다. 엄마가 완전히 흔적 없이 증발해버렸다. 오늘이 2040년 11월 3일이니까 일주일 전부터 엄마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혜선은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하루 종일 멍하게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기를 반복했다. 혜선은 모바일 게임회사에서 기획업무를 하고 있다. 그녀는 40대 중반의 나이로 아들 하나과 딸 하나를 두고 있다. '엄마가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그녀는 그 이유를 도대체 짐작할 수 없었다.
사실 그녀의 엄마는 1년여 전에 교통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음주운전을 한 상대방 차가 차선을 넘어서 엄마가 탄 차를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에 망연자실하면서 3일간의 장례를 치르고 엄마를 납골당에 모셨다.
혜선은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면서도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멍하니 틀어놓은 유튜브 채널에서 광고 하나가 귀에 확 들어왔다. 인공지능 AI 기술을 기반으로 돌아가신 고인과 생전과 똑같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서비스가 베타 테스트를 마치고 판매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고인의 생전의 기억, 글 쓰는 방식, 말투, 얼굴 모양까지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단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과 똑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고인북"이라는 이름의 서비스는 기본형, 보급형, 고급형의 세 가지 상품을 판매했다. 기본형은 고인과 문자와 카톡을 주고받을 수 있다. 고인에게 문자나 카톡을 보내면 고인이 마치 살아있는 듯이 메시지를 보내온다. 고인이 생전에 썼던 것과 똑같은 문체와 이모티콘으로. 때로는 고인이 먼저 문자나 카톡을 보내기도 한다.
보급형은 기본형에 영상 통화가 추가된 상품이다. 이용자가 원하는 고인의 나이를 지정하면 그때의 모습으로 고인과 영상통화를 할 수 있다. 돌아가시기 전의 얼굴을 보면서 통화를 할 수도 있고, 아님 고인의 젊은 시절 얼굴을 보며 통화할 수도 있다.
고급형은 보급형에 홀로그램이 추가되었다. 고인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홀로그램으로 보면서 고인과 대화할 수 있다. 감촉 옵션을 선택하면 고인의 얼굴이나 몸을 직접 만질 수 있다. 생전의 촉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혜선은 어떤 서비스를 선택할지 고민했다. 마음 같아서는 허무하게 돌아가신 엄마를 직접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고급형에 감촉 옵션 추가를 선택하고 싶었다. 하지만 고민 끝에 기본형을 선택했다. 기본형만 해도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고급형은 기본형보다 10배나 비싸서 꿈도 꾸지 못할 가격이었다.
일 년 계약으로 기본형 서비스 신청을 했다. 일 년 후에 서비스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면 서비스가 중지되고 일주일이 지나면 모든 데이터가 삭제된다는 약관이 화면에 떴다. 혜선은 건성으로 약관 동의 버튼을 클릭했다.
서비스 계약을 연장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한 달 전에 발송된 이메일은 혜선의 스팸 폴더로 들어갔다. 계약 만료 일주일 전의 메일도, 계약 만료 안내 메일도, 일주일 이내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면 모든 데이터가 삭제된다는 경고 메일도, 계약이 만료되어 모든 데이터가 삭제되었다는 메일도 모두 스팸 폴더에 쌓였다.
혜선은 엄마를 영원히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