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오토바이 & 미케 비치
전날에 잠을 푹 자고 호텔로비로 내려옴.
호텔 프론트에 가서 현금 인출은 어디서 하는지 물어보곤 호텔 옆 은행으로 갔어. 환전한 돈을 다 써버렸으니 말야. 그런데 왜 자꾸 에러가 나는지 카드인출이 안되어 초조한 상황. 몇군데 현금인출기에 가봐도 뭐가 잘못되었는지 에러가 여러번 나고. 땀나네. 아휴. 지갑엔 택시비 조차 없어서 꼼짝 못하고 있었거든. 고민하다 호텔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더니 조금 먼 은행까지 날 데려주겠단다. 고맙게도 근데, 같이 그 남자직원 오토바이 뒤에 타고 가야 하잖아. 별로 내키지 않는 마음 반. 세상에나. 난 생 처음 타본 오토바이. 너무 빨리 달려 좀 겁은 났지만 나름 스릴이 있더군. 좀 속도를 줄여달라고 호텔직원에게 부탁하고. 오토바이 뒷좌석에 올라 탄 중년 여인인 내 얼굴을 적당히 더운 바람이 쓰다듬는군. 이런 예상치 못한 경험을 다 해 보다니. 참나... 어쨋든 현금 인출 무사히 해결하고 호텔직원과 오토바이 타고 호텔 도착. 적어도 내겐 베트남에서 택시는 필수이며 인력거는 선택. 오토바이는 정말 우연이었네.
베트남인을 보며 부러운게 있었어. 고등학생 이상이면 남녀 차별없이 오토바이를 소유하고 타고 다니더군. 도로에 오토바이 천국인데도 교통도 원활하고 양보와 배려도 눈치껏 잘하면서. 난 길 건널때마다 주춤거리고 그랬는데, 일단 오토바이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라는 인식이 되어 있는것 같았거든. 대단한 시민의식을 그들에게서 봤거든. 그래도 비케비치 근처 도로에서는 조심해야 했어. 횡단보도도 거의 없고 자동차와 오토바이로 매우 혼잡했거든.
이제 스파 하러 가야 할 시간. 첫날 공포의 스파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고 꼼꼼히 살펴 본 후 'ㄴ ㅇ 스파' 라는 곳이 좋다고 소문을 듣고 갔어. 입구 들어서면서 안내 분위기도 좋고 스파 받는 동안 편하게 잘 받고 나왔지. 기분도 한결 좋아졌고 긴장된 몸이 확~ 풀리는 느낌으로.
주변을 돌아보니 한산한 거리와 건물들 그 사이로 사람들 몇 명만 보일 뿐. 걷다보니 한국 마켓이 보이길래 거기 들어가 군것질 할것 몇가지 사서 배낭에 집어넣고 나왔어.
또 배고픈 시간이군. 걷다가 한국 음식점을 찾아 들어간 곳. 'ㅇ ㄱ' 라고 간판이 보이더군. 괜히 반갑고 친근해지더군.
며칠만에 한국말을 하게 되다니. 음식점 주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어. 친절하게 대해주며 베트남의 현재 실정도 들려주어 덤으로 공부도 하고.
다행히 손님이 많지 않아서 방해가 되지 않은것 같아 맘이 가벼웠고 말야. 들깨 칼국수를 정말 맛나게 먹었어. 베트남 쌀국수가 질리던 차에 잘 선택한것 같아.
다음에 또 다낭에 오면 꼭 여기에 들리게 될거라고 말하고, 택시 도착했다고 종업원이 알려주어 급하게 음식점에서 나왔지.
이제 배를 채웠으니 또 힐링하러 가야지. 내 몸과 마음을 위해. 가자! 미케 비치로.
오늘은 저 멀리 해변 끝쪽을 향해 걸어가보자.
걷다가 쉬고 걷다가 쉬고 하다 마침내 좋은 자리가 눈에 들어왔으니 걷기를 멈췄지.
전경엔 푸른 바다가 확 펼쳐져 있고, 내 등 뒤엔 크고 작은 호텔도 보이고 새로 짓는 공사중인 호텔도 보이네. 리조트 건설 붐인 광경을 보니 한국의 80년대 건설이 한창인 그때와 오버랩 되기도 하고.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에는 올해 지하철도 완공된다고 하던데, 조만간 가보고 싶네. 건설중인 호텔 사이로 야자수 나무도 듬성듬성 보이고. 수영복 차림의 인파와 오토바이의 질주 군무도 보이고.
일단 비치파라솔 그늘 밑에 몸을 숨기고. 배낭에서 꺼낸것은 아까 마트에서 산 냉커피(미지근한 커피가 되었지만)를 마시고 휴식.
아직은 조용하다. 옆자리도 거의 비어있고.
뭐라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편하고 나른한 오후.
파라솔 의자에 누워 완전 릴렉스. 요걸 즐기려고 혼자 준비하고 비행기타고 멀리 오지 않았는가.
누워서 파란하늘을 보고 또 보고 가슴에 담고, 바다는 눈과 귀와 머리에 충분히 담았고. 그냥 보다가 검정색알 선글래스로 보다가 노란색알 선글래스로 보다가. 나혼자 쇼를 하는 이 기분이란.
수영복만 걸친 내 몸의 가벼움도 느껴보고 말야.
이런 몰입의 시간은 특권 행위 같은것이거든. 감사한 마음으로 맘껏 즐겨야지.
졸려서 잠도 청해보고 가져온 책도 꺼내어 읽고,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바다를 바라보며 하는 말 "야, 너 맘에 들어. 좋다! "
이제 일어나 바다로 들어가 보자. 시원하고 때론 차갑지만 기분 굿. 발바닥에 닿는 물속에 잠긴 잔모래의 촉감은 실크 스카프를 만지는 것과도 비슷해. 정말 부드럽군. 오늘도 바닷물에 온 몸을 담그며 파도와도 장난도 쳐보며. 순간 어릴 적 추억도 떠오르고 정말 이런 기분 묘하군. 혼자 놀때 약간 심심했지만. 뭐랄까 그냥 해방감으로 온전히 바다에 맡겨버린걸. 이제 실컷 놀았으니 바다에서 벗어나보자. 저녁 먹으러 근처 음식점를 찾아 맛난 식사를 한 후 호텔로 들어왔지.
샤워한 후에 조금 쉬고 시원한 맥주 한 캔 마시고 잠을 청하곤 꿈나라로 들어갔음.
그 다음날 아침 일찍 호텔 근처에 있는 롱교(용다리)를 건너봤지. 호텔방에서만 멀리 바라봤던 한강이었는데 생각보다 다리가 길어서 오래 걸리더군. 밤에는 불빛 때문에 괜찮아 보인거였구나. 정말 땀이 온몸을 적셔대는군. 잠시 미쳤었군. 그 긴 다리를 내가 왜 걸었을까 후회막급. 강 건너 카페를 찾아 들어가서 시원한 녹차라테 한 잔 마시고 나왔어. 마지막 코스를 한강을 건너봤으니 나름 의미를 갖자. 호텔로 돌아올때는 택시로 올 수 밖에. 나의 3박 공간 친구였던 호텔룸 들어와 짐 정리하고 체크아웃. 다낭에서의 마지막 택시 타고 다낭 공항으로 출발. 이제 집으로 GoGo~~다낭 Bye~~
이렇게 나혼자 다낭 여행은 마무리 하는걸로.
다음엔 호이안도 가고싶어. 겨울에 한 번 가봐야겠어. 언제 가게 될까.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