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raziCat Jan 25. 2023

조직에 영향을 끼치는 큰 성과를 만들려면 리더의 자리로

2022년 회고 시리즈 1

 나는 2년 전까지만 해도 리더라는 역할을 하기 싫었다. 그 이유는 내가 사람을 대하는 게 서툴고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개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옆에서 봐온 리더 역할은 사람을 많이 대해야 하는 자리였고, 나는 그런 자리에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묵적인 리더, 공식적인 프로젝트 리더를 거쳐 2022년에는 공식적으로 팀장이 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큰 성과를 주도적으로 만드는 경험을 하면서 사람을 대하는 스트레스 보다 주도적으로 성과를 만드는 기쁨이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리더가 된 이야기는 2021년에서 시작된다. 그때 우리 팀은 적은 인원으로 5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팀장이 매우 바빠지면서 신규 프로젝트의 리더십이 나에게 통째로 넘어오게 되었다. 나는 약 2년 정도 유사한 프로젝트를 해 오고 있었는데, 기존 문제점들을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차곡차곡 쌓아놓아서 제안하려던 시점이었다.
 마침 리더십도 넘어왔으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제안해서 (중간에 우여곡절이 없지는 않았지만) 관련 부서의 동의를 얻었고, 결과로 우리 팀뿐만 아니라 협업하는 모든 부서의 업무 효율성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결과물을 만들게 되었다. (결과물 하나만 말하면 1주일 걸리던 것을 1시간 이하가 걸리게 만들었다) 결국 이를 기반으로 전체 프로젝트의 말도 안 되는 일정을 현실화시켰고, 우리 팀이 프로젝트 성공에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을 인정받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팀장이 된 것은 덤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조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큰 성과를 만들려면 리더의 자리에 있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이유를 아래에 3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리더가 되면 권한이 확대된다.
팀원일 때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범위가 좁다. 만일 팀원이 어떤 일을 승인 없이 진행하면 선 넘는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팀장이라면 의사결정이 일상적인 행위가 되며, 승인을 받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 따라서 내가 옳은 결정을 한다는 가정 하에 전체적인 업무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좋은 팀원들 까지 있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사족인데 협의할 수 있는 직급이 달라지는 부분도 있다. 슬픈 사실이지만 일부 사람은 직급에 따라 내 말의 무게를 다르게 받아들인다. 팀원일 때는 ‘팀원 주제에…?!’ 이랬던 사람이 팀장이 된 지금은 순순히 내 말에 긍정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둘째, 들어오는 정보의 양과 질이 달라진다.
일단 팀장이 되면 참석하는 회의, 포함된 메일링 리스트 등 정보채널이 늘어나고, 고급 정보도 접하게 된다. 이럴 경우 시간과 정보에 묻혀서 허덕일 수 도 있지만 결국 정보는 조직에서 힘으로 작용할 때가 많다. 이러한 정보를 활용한다면 볼 수 있는 시야도 넓어지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범위도 커지게 된다. 결과로 내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게 되어 성과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필요한 인원에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 패턴을 파악하기 쉬워 팀의 정보 소통 과정을 주도적으로 최적화하게 된 것도 도움이 되었다.


셋째, 내가 일을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팀원이었을 때는 어떤 업무가 터졌을 때 보통 2가지로 나눠 생각했었다. '저게 내일인가? 남일인가?' 남의 일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누군가 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신경을 끄고, 결과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않았었다.
하지만 팀장으로서 동일한 일을 바라봤을 때 모든 일은 나의 책임 아래에 있는 일이기에 누구의 일인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게 되었다. 다만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누가 해결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보게 되었다. 이로 인해 모든 것을 문제해결 관점에서 접근하다 보니 시야가 넓어지고 일의 흐름이 보이게 되어 더 나은 성과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다.


 보통 엔지니어들은 이전의 나와 같이 리더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스스로 조직에 영향을 끼치는 큰 성과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기술한 내용을 검토해 보고 팀장의 역할을 맡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 보면 좋겠다. 그리고 개인 성향일 수도 있는데, 생각보다 할만하다.


 마지막으로 이것은 회고 글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것이 우려되는지 기술하며 마무리하려 한다.
먼저 프로젝트 중간중간 팀원들에게 나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했는데 그냥 다 잘한다고만 피드백이 와서 슬프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발전해야 할지 방향을 잡기 어렵다. 그냥 지금처럼 하면 되는 것인가?
그리고 내가 이런 성과를 만든 것에는 운이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내가 잘 아는 환경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생긴 적절한 시기에, 좋은 윗사람과 능력 있고 의욕 있는 팀원들이 있었고, 협업 부서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 내 실력이라고 여기려면 다른 환경 (예를 들면 적대적인 인원이 있는 환경)에서도 이러한 성과를 반복해서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침 올해는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 내 팀장으로서의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험대에서도 내가 여전히 팀장을 할만하다고 여기게 되길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