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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아 Jan 16. 2024

퇴사하고 뭐했어?
#1.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봤어

안녕. 오랜만이야.

퇴사 후 꽤 긴 시간이 지나갔어.

그동안 뭐 하고 살았는지 궁금한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아.

그만두고 나서 가정적으로 돌봐야 하는 일들도 있었지만,

직장을 다니느라 미뤄두었던 일들을 도전해보기도 했어.

근데 목표한 만큼 성과를 얻진 못했서 그것 때문에 한동안 괴롭기도 했었지만 헛된 시간은 아니었어. 

‘나’라는 사람에 대해 몇 가지 알게 되었거든?

지금부터 그 얘기들을 잠깐 해볼게.


나는 내가 세상 제일가는 뽀로로인 줄 알았는데 인생에서 일이 중요한 사람이더라.

퇴사를 하면서 평생 받아 볼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실업급여를 받게 되었어.

시럽급여받았으니 개꿀이라고?

글쎄…

예전에는 실업급여받는 친구나 지인들이 마냥 부럽기만 했던 철없던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막상 직접 당사자가 되어보니 나에겐 썩 좋은 시간은 아니더라.


일 안 하고 돈 받으면 좋은 거 아니냐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잘 들어봐.

취업이든 창업이든 다른 일을 물색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좋은 제도이긴 해.

하지만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은 사업은 물론 아르바이트조차 할 수 없어.

간혹 소득세를 떼지 않고 현찰로 받는다거나 하는 방법도 있다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난 그런 아르바이트를 찾기 쉽진 않더라고.

즉, 공부하거나 시도하거나 이런 건 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소득을 얻는 활동은 하기 어렵다는 거야.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 조기취업을 하는 방법도 있긴 했는데,

내가 한동안 취미로 콘텐츠를 만드는데 빠져서 그 방법은 잊어버렸지.

언제 또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걸 마냥 해볼 수 있겠냐는 생각으로 살았던 것 같아.

근데 다른 친구가 왜 자꾸 취미로 일을 하냐며,

그냥 열심히 놀라고 하더라?


음 노는 거 좋지. 좋은데… (난 같이 놀 친구가 없어)


여기서부터 중요해.

어느 새부터 실업급여를 받는 게 과연 좋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어.

내가 일을 하지 않아도 수입이 있다는 건 좋은 것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내가 사회에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


‘나중에는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이대로 사회에서 도태되면 어떡하지?’

라는 불안감에 잠 못 이루는 밤도 있었어.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에 사람들과 함께 열심히 일했던 날,

잘 안 되는 일을 붙잡으며 어떻게든 더 나아지게 했던 날들이 종종 생각나더라고

'나는 일을 하면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었구나'를 느꼈어.

그 당시에 너무 힘들어서 때려치우네 뭐네 했었어도

그게 나한테 살아가야 하는 동기부여가 되다니, 참 아이러니해.

일을 통해 얻는 성취, 보람도 인생에서 중요하다는걸 깨달았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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