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시간 동안 가장 후회되는 게 무엇이냐면
충분한 '쉼'을 누리지 못한 게 가장 후회가 돼.
퇴사하고 두 달까지는 그래도 온전히 잘 쉰 것 같은데...
딱 거기까지였던 걸까?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만 커져갔었어.
'쉬어도 되나?'
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찾아오곤 했지.
왜냐면 이대로 영영 일을 못하게 되는 건 아닌지
다른 사람들은 지금 다 열심히 일하는데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닌지
면접을 보게 되면 나를 불성실한 사람으로 보는 건 아닌지
내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거든.
근데 그 불안감과 반대로 왜 한국 사회는 '쉼'을 잘 허용하지 않을까? 에 대한 의문점도 생겼어.
그렇다고 다른 나라가 '쉼'에 항상 관대하고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나라만큼 바쁘게 움직이고 쉼 없이 일하는 곳은 지구상에서 잘 없는 것 같아.
몇 개월이라도 쉬었다 하면 인생이, 사람이 하자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부류들도 꽤 있더라고.
왜 그런지 나름대로 짚어보자면
정해진 나이대에 무언가를 빨리 이뤄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
30대에는 대리가 되어야 하고, 40대에는 과장이 되어야 하고
결국 남들보다 빨리 승진하고, 성공하고, 뭔가 이뤄내야 하고
하지만 인간의 수명은 지금보다 더 늘어날 테고 그러면 일하는 시간도 그만큼 더 늘어날 텐데
내 인생을 길게 보면 잠깐의 '쉼'은 허용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어.
그리고 앞으로 지속가능한 나를 만들자고 다짐했어.
정년까지 다닐 수 있는 회사는 줄고, 은퇴는 빨라지고, 수명이 늘어나는 것이 내가 겪는 세상이라면
회사를 다닐 때도 열심히 일하고, 다니지 않을 때도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앞으로 그렇게 살기 위해서 내가 어떤 것에 흥미를 갖고 있는지
무얼 잘하고 있는지도 계속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것 같아.
누군가는 경제적 자유나 파이어족을 꿈꾸는 거 아니냐는 말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나 빨리 은퇴할 생각은 없고, 경제적 자유와는 좀 거리가 먼 이야기라 생각해.
직장유무에 상관없이 단지 내 일을 계속 잘해나가고 싶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