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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디대디 Apr 15. 2023

미안해

못난 아빠는 오늘도 아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금요일 오후. 

평소보다 일찍 하원을 하고, 

아들의 안과진료를 마치고 학원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벌어진 일이다. 


평소에 장난 많고 많이 웃는 아들이 

유독 예민해지고 짜증이 많아지는 때가 있는데

그건 바로 피곤할 때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무엇이 잘못된 건지, 

차에 타고는 이상한 생떼를 부리는 아들 녀석. 

(아마 분명 뭔가 내 행동 중에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었을 거다. )


“미안해해 줘.”

“미안해”

“계속 미안해해. 계속 속상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

“그래도 속상해. 그래도 속상해에”

‘참자 참자 참자 참자 제발 참자.’


“미안해해 빨리. 왜 미안해 안 해”

“그만!!!! 아들. 적당히 해. 제발. 힘들어 아빠도.!”


별일 아닌 일에, 생떼를 쓰며

무한 사과를 요구하는 아들에게

못 참고 소리를 질렀다.


평소에도 이렇게 쌩 떼를 쓰면 정신이 없지만

특히 운전 중이나, 주차 중에 이러면

참지 못하고 고함부터 나오곤 한다.


내가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날에는

아들은 언제나, 눈을 딱 감고

자는 척, 못 듣는 척을 한다.


안쓰럽다.

떼쓰는 본인도 자기 마음을 잘 몰라서 

그래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 밖에는 없어서 

그래서 

하는 행동인 것을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또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다. 


아직은 여물지 않은 저 작은 아이의

가슴에 또 생채기를 내고 말았다는 죄책감에

운전하는 내내 영 마음에 편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번 생에는 좋은 아빠가 되기에는 글렀다. 


결국. 안 되겠다 싶어 

인근에 정차를 한 뒤

마음을 가다듬고,

아들의 어깨를 잡고 차분히


“아들. 아빠가 아까 소리 질러서 미안해.

 이제부터는 속상한 일 있으면,

 계속 미안해를 반복하지 말고, 차라리 

 구체적으로 말해줘. 왜 네 마음이 속상지,

그래야 아빠도 우리 아들 마음에 들게 사과를 하지.

그러지 않고 계속 미안해하라고 요구만 하면

아빠도 힘들고, 아들도 속상한 게 하나도 안 풀리잖아.

알겠지? “


대답이 없다. 여전히 내 눈을 피한채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는 아들.


“아들. 아빠가 요청하는 게 혹시 많이 힘들어?

네가 왜 화가 났는지, 왜 속이 상한지 말해주는 게? "


여전히 답이 없다. 

두 눈을 꾹 감은채 고개를 돌리고 있는 아들 녀석.

조금 더 기다릴까 하다가 

학원시간이 다 되어 가기에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 


학원 앞. 

"아빠. 근데 그게 잘 안 돼. 그게 지금은 힘든가 봐"

다행히 그 사이 아들이 마음의 문을 열어줬다. 


"그래. 그렇구나. 미안해

그것도 모르고, 아빠가 괜히 소리나 지르고 

아빠가 참 못났다. 그렇지"


씩 웃는 녀석.  

그리곤 한마디 더 내뱉는다. 

"그래도 미안해해 줘." 

'또..? 시작? 아직은 힘든가 보네'

"응. 미안해. 진짜 진짜 미안해." 

"안아줘" 


있는 힘껏 아들을 안는다. 

아들을 학원에 들여보내고, 

인근 카페에 앉아 잠시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데,

막상 극한의 상황이 오면 머리로는 아는 게

실천이 안 된다. 


오늘 같은 날은 그냥 울고 싶을 때가 많다. 

부모가 된 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을 알았다면

나는 다른 선택을 했을까. 


분명 내 피가 섞인 내 자식인데

나는 왜 이렇게 자식의 마음을 읽는 게 서투른지

'이러니 매일 집사람에게 잔소리를 듣는 거지'

'다 내가 부족한 탓이지' 하며 

자책을 쏟아낸다. 




이런저런 잡생각에 빠져 있다 보니 

벌써 학원 마칠 시간이 다 되어 헐레벌떡 

뛰어 들어갔다. 


자식에게 크게 소리나 지르는 아빠가 뭐가 좋은지,

창문너머로 아빠를 보고는 웃으면서 

"아빠~ 선생님 아빠 왔어요!"라고 

씩씩하게 얘기하며 달려 나오는 아들을 보니 

더 미안해진다. 


"어 그래. 우리 아들 오늘 재밌었어?"

아들이 가만히 나를 보다, 

작은 손으로 내 손을 잡고는 작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미안해"

'하. 도대체 나란 놈은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건지.'

"내가 더 미안해. 아들. 사랑해." 

아까보다 더 힘껏 안아 들어 올렸다.


오늘따라 내가 더 못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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