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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디대디 Dec 26. 2023

근육 또는 건강 (건강 또는 근육)

돈 주고도 못 사는것들 시리즈 1편

몇 개월 전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속이 더부룩하고 머리도 어지러운 것이

마치 그 전날 친구들과 얼큰하게 취하고 난 다음날의 불쾌한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이다.

'아 뭔가 큰 사달이 난 건가?' '병인가' 싶을 정도로

찜찜한 아침이 지속되고 있었다.   


분명 매 해 의무적으로 받고 있는

직장인 건강검진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나오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평소 아내에게 '건강 염려증 환자'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오해를 받을 정도로 '건강'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종종 시간 날 때마다

30-40분 러닝을 하고 있는 나의 몸 상태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I (:: 보이지 않는 위협)의 마지막 장면을 보는 듯

불길하지만 뭔가 딱히 현상적으로 꼬집을 만한 뚜렷한 이유도 찾지 못하는

그런 상태였다.


답답하기만 한 마음에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보지만

뚜렷한 답을 얻을 수가 없었다.


상쾌한 아침이 저 멀리서 내게 손을 흔들고 있는 듯했다.

이제는 네가 무슨 짓을 하든 간에

내가 돌아올 일은 없다고 말하는 듯했다.


주말,

여전히 더부룩한 아침 일곱 시 반.

이제 그만 일어날까 싶다가도

조금 더 누워있으면 나아질까 싶어

두 손을 배에 포갠 뒤,

눈을 감고 다시 잠을 청해봤다.


꼼지락. 꼼지락.

-끄~아!


킹사이즈 침대와 슈퍼싱글침대를 나란히 배치해

안방을 가득 채울  만큼 넓은 침대 위에서

대각선으로 방향으로 대자로 뻗어 곤히 자고 있던

아들이 일어나 힘껏 기지개를 켜는 소리가 귓가로 들렸다.


5초의 망설임도 없이 벌떡 일어나

거실로 나가는 아들.


어제도 분명 뭔가 놀이를 하다 잘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잠든 아들이

도대체 무슨 힘으로

또는 무슨 의지로 저리 일어나는 건 지

신기하기만 했다.


혹시 어젯밤 부모가 모두 잠든 새벽

홀로 일어나 몸에 좋은 보양식이라도

따로 챙겨 먹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합리적인

추론이 뒤따른다.


하지만 결국

아마도 그게 '젊음'이겠지,라고 스스로 납득해 버리곤

이불 끄트머리를 조금 더 머리 위로 올리곤

돌아누웠다.



분명 지난해까지만 해도 없던 증상이

올해 들어서 갑자기 생긴 것은 아마도

'내가 나이를 먹어서'라고 추측된다.


'마흔'이라는 가파른 언덕이 내 앞에 서 있다.

올 것 같지 않았던 그 언덕에 한 발을 걸치고 서서 올려다보고 있다.


도저히 알 수도, 알고 싶지도 않았던 그 언덕을

이제는 올라가야 한다.


옆을 돌아보니 어느새부터인지

나와 함께 걷고 있는 아내와

그 한 참 뒤에

종종걸음으로 뒤따라 오고 있는 아들이 보인다.


'아. 이제는 혼자가 아니구나'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23년 6월부터 직장동료들과 다 같이 의기투합하여

점심시간에 헬스를 하기로 했다.


왜 하필 러닝이 아니라 헬스였냐 하면

애초에 러닝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지금도 가끔 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누군가가

나이를 먹을수록 근력운동을 해야 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주워들은 적이 있어서였다.


그렇게,

헬스를 해보자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직장동료 가운데에 헬스를 아주 오랫동안 (무려 10년이 넘는 세월을)

체계적으로 해온 누가 봐도 '몸짱'이라고 불릴만한 사람이 있었던 것이

시발점이 되어

'기왕 이렇게 된 것 다 같이 점심에 배워보자'라고 된 것이다.


그로부터 대략 6개월이 지난 지금.

어느새 23년이 끝나가고 있다.


한 개도 못 했던 턱걸이를

이제는 제법 쉬지 않고 5개 이상은 하게 되었다.

한 층만 올라가도

헉- 헉- 대며 가파르게 차오르던 숨이

어느덧 안정되었다.


떡 마냥 볼품없이 축 처져 있던 엉덩이에

제법 텐션이라는 것이 생기고 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러나, 아직은 부족한 듯하다.  

여전히 그러나

이제는 '종종'이 아니라 '가끔'

불쾌한 아침이 찾아오는 날이 있다.


그리고 살은 많이 빠졌을지언정

정작 붙어야 할 근육이 아직 많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뼈대만 만들고 아직 살을 붙이지 않은 점토로 만든 조형물의 모습이다.


생전 처음으로 헬스라는 것을

꽤나 체계적으로 배우면서 느끼게 된 것은  

'근육'이라는 녀석은 쉽게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처음 3개월은 단 하루도 빠짐없이 매주 5일

40분을 '죽어라'했건만, 내가 바랬던 몸짱 비슷한 몸은

아직 멀기만 하다.


여느 때처럼 '쇠질'을 하고 돌아오는 차에서

손가락 마디마디에 드문 하게 생겨있는 굳은살을 바라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근육'을 또는 '건강'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로 값지고 갖고 싶은 것들은 왜 하나같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일까.라고


그리고

그런 것들에 대하여 적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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