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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상 Dec 02. 2016

외로움과 싸우며 헤매는가

허무함과 공허함을 항해하며

 새로운 지구를 찾아 떠나는 길은 까마득했다. 빛이 없는 어둠 속을 볼 때마다 마치 그곳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비현실적인 배경으로 가득했다. 눈을 비비며 다시금 창 밖을 바라보아도 여전히 그곳은 온통 검은색이었다.


 이따금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나라는 존재는 누군가에 만들어진 인형에 불과하고 그저 위에서 꼭두각시처럼 전지전능한 누군가에 의해 조종되어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어쩌면 나는 고도화된 컴퓨터로써 하나의 프로그래밍된 존재로 0과 1의 2진법의 세계 속의 버그인지와 같은 쓸데없는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 중에는 우주선의 환경 영향이 크다. 하얀색의 커다랗고 전혀 특징이라곤 볼 수 없는 유선형의 우주선, 엄청난 비용을 들여 만들어낸 인류의 희망이라 불리는 이것 또한 거대한 우주의 공허함을 막아낼 순 없었다. 


 목적은 기밀, 목표도 기밀, 탑승 인원도 기밀, 기밀 투성이인 이곳. 내게 허용된 공간과 자재들. 나는 왜 이곳에 와 있는가. 자조석인 웃음이 피식하고 입꼬리 밖으로 세어 나왔다. 그리고는 눈물이 왈칵 올라와 눈물이 동그랗게 맺혔다.


 외로움은 강력한 적이다. 약해지도록 내 마음속을 좀먹는 괴물.


 속으로 흐리멍덩한 회색깔의 형체를 떠올려본다. 그렇다 얘는 외로움이다. 이전에도 한번 싸워봤던 적이다. 이미 공략법은 다 알고 있다. 누워서 떡먹기, 식은 죽 먹기의 상대이다.


 그나마 이렇게 생각하니 속이 진정된다. 그리곤 창 밖을 바라본다. 저 강대한 허무함을 허우적거리는 내게 기존의 영광과 아름다움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길을 찾아 헤매는 한 마리 양이 돼버린 내게 이렇게도 무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다시금 마주한다.


 창에 투영된 내 모습을 바라본다. 나는 누구인가. 끊임없이 외로움과 사투하며 그토록 찾아 헤매는 것이 무엇일까. 목적과 목표도 잃어버리고 생각하는 법도 잃어버려 그저 외로움과 싸우는 기계가 돼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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