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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상 Jun 12. 2016

밤을 부른다.

흐트러진 일상

고개를 살짝 들어 머리 위 찬란히 펼쳐진 별들의 돗자리를 바라본다. 코 끝에서 느껴지는 비릿한 바다향이 어색하다. 지난 며칠간 세차게 불어왔던 눈, 바람이 어디 갔는지 맑은 하늘이 보기 좋다.


A는 고개를 들어 저 끝 무저갱의 검은 빛을 바라봤다. 알 수 없는 저 너머에서 전해지는 찌릿한 느낌에 속이 울렁거렸다.


며칠째 밤에 잠 못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가.

낮의 찬란함은 뒤로한 체 밤의 우아함을 뽐내는가.

미끄러지듯 윤기가 흐르는 저 검은 비단이 보이는가.


아아. 항문에서부터 올라오는 -찌르르르- 전기신호에 온몸이 부르르 떨린다. A는 인간이 만들어낸 다 바스러진 아스팔트 위에 굳건히 서 눈을 감아 자신과 밤 사이의 기묘한 기류를 느꼈다.


허무함과 절망감 그리고 어깨를 가볍게 누르는 책임감 따위는 모두 저 속에 던져버린다. 그렇다. A는 저 까마득히 먼 블랙홀 속에 자신의 모든 의무와 목표를 던져버린다. 손을 뻗어 하늘을 향해 휘젓는 모습이 꽤나 우스꽝스럽다.


하지만 A는 그런 겉모습 따위에 신경 쓰지 않았다. 오직 밤과 자신 그리고 온몸을 휘감는 기운에 그저 정신을 살며시 내려놓을 뿐이다.


그는 조용히 외쳤다.

"밤... 밤... 밤..."

그는 조용히 밤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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