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지 말자
대학원을 가기로 한 결심은 너무 확실했다. 가장 크게 다가왔던 부분은 바로 내 경험이었다. 대학원 입학원서를 쓰기 전 회사에 지원하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썼다. 지난 4년간의 내 학교 생활을 총망라하는 시간이었다. 이것저것 활동한 것과 수상 경력 인턴 했던 경험들을 꽉 채워 넣었다. 이것까진 괜찮았다. 마치 내 지난 시간을 도움닫기 삼아 미래를 향하는 것 같았으니까.
문제는 자기소개서 문항에서 찾아왔다. 보통의 자기소개서가 그렇듯이 학기 중 가장 열정을 쏟았던 사례, 입사지원을 하는 이유, 내가 가진 장점과 단점 등을 작성했다. 근데 한 글자, 한 문장, 한문단을 작성해나갈 때마다, 자신감이 떨어졌다. 내가 소설을 쓰는 건지 나에 대해 쓰는 건지 헷갈렸다.
내가 자랑할 수 있는 건 고작 학교를 잘 다녔다는 것뿐이었다. 누군가에게 내가 이런 능력이 있습니다. 나를 뽑으십시오. 보여줄 만한 매력 포인트가 없는 것이었다. 무언가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그저 졸업을 앞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자괴감이 들었다. 적어도 나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 있게 말하고 싶었다. 나 이거 잘합니다. 이런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라고.
대학원은 이러한 이유로 진학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공부를 해서 전문성을 키우자. 내가 나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지원했다. 하지만 마음과 행동은 또 다르다고, 요즈음 그런 생각이 흔들릴 때가 많다. 하루를 그저 그냥 그렇게 보내버리고 시간을 헛되이 날려버린다.
내가 대학원에 가겠다고 결심한 그때를 떠올려본다. 어린 내 모습과 고민의 흔적들을 다시금 들춰내 본다. 그래야 이 아까운 시간 후회하지 않고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