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졸리 May 13. 2021

청각장애 교사와 발달장애 학생

애들아, 선생님 발음 잘 알아들었어?

 나는 청각장애가 가진 스펙트럼 중에서도 아주 심한 정도에 속한 청각장애인이자 농인이다. 


 2021년 3월 1일 자로 신규 중등교사로 임용되어 경기도 소재의 특수학교에 발령받았다. 발령 학교는 발달장애 중점학교고 대부분의 특수학교가 그렇다. 청인과 소통하는 데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나는 자발적으로 청인 사회에서 나와 농인 사회에 몸을 담그면서 농인을 중심으로 많이 만나게 되었고, 실습교도 서울농학교에서 실습을 마쳐 다른 장애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 어쩌면 내가 그 기회를 만들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때 나는 힘에 부쳐서 잠시라도, 하루라도 편하게 살고 싶었다.  


말하는 게 힘든 사람에게 말하라고 하는 것은
안경 쓴 사람에게 안경 벗고 보라고 하는 것이다.


 다른 장애를 접할 기회를 만들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지만 발달장애 학교로 발령받았을 때 그다지 곤혹스럽지 않았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어려울 것 같은 일을 미리 외면하고 편한 일만 찾았던 나에 대한 자아성찰을 이미 끝냈기에 마음 준비도 이미 다 끝낸 상태였다. 교사가 되었고 평생 교육에 몸 담그게 된 이상 편한 일만 찾을 수 없고 어렵든 궃든 피눈물 흘리든 마음고생이던 모두 다 해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준비했다. 


 단순히 나와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나와 다른 장애인을 만나는 것은 중간에 통역을 거쳐 대화를 할 수 있고, 매일 보지 않아도 되고, 그 사람의 장애에 대해 완벽하게 100% 이해할 필요가 없다. 어떤 지속적 관계로 엮이지 않는 이상 계속 볼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만나는 그 순간만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나와 다른 장애인을 가르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이자 다른 문제다. 농학교의 농교육이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가 수어를 모르는 청인 교사들이 수어를 언어로 사용하는 농인을 구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바로 그 시점에서 교육이 실패한다. 나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소통의 어려움을 안고 일반학교에서 일반교육을 받아와서 누구보다 교육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학교 수업 속에서 교사와 학생의 소통, 티키타카가 잘 이뤄져야 교사와 학생이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안다. 이 역시 또 같은 맥락으로 발달장애 학생의 특성을 이해하지 않고 나만 편하고 나만 혼자 떠들면 그 시점에서 교육도 실패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학생들을 매일 봐야 하고, 수업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티키타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학생들 각각 갖고 있는 장애를 100%에 근접할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


 즉 끊임없이 나의 에너지를 소비해야 된다는 얘기다. 


 이렇듯이 삶의 경험 속에서 체득하고 테트리스처럼 맞추고 쌓은 결과로 발달장애 학생들도 나의 말을 알아듣지 못할 수도 있다는 변수를 염두에 두었다. 사실 변수가 확. 실. 히 맞다. 그래서 이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수업을 잘 이해시키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라포를 형성하고 티키타카가 잘 되는 수업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사실 매일매일이 고민이다. 혼자 머리 싸매고 끙끙거리며 고민하는 것은 답이 없을 듯하여 현직 초등교사로 근무 중인 친동생과 같은 부서인 부장 선생님과 선생님들과 깊은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나만의 교수방법을 연구하고 내 어눌한 발음을 보완할 수 있는 수업 자료를 더 공들여서 만드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노력하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나는 청인 교사에 비해 한참 뒤쳐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과연 이것은 무슨 감정일까? 그 생각을 지울 수 없는 이유는 청인 교사들은 수업 준비할 때 아이들이 수업을 즐겁게 임할 수 있고, 잘 따라올 수 있고, 교육적 의미를 얻을 수 있을지 고민을 먼저 하지만(아마도?) 나 같은 경우는 아이들이 내 말을 잘 이해하고 수업을 잘 따라올 수 있을지부터 걱정을 한다. "애들아, 선생님 발음 잘 알아들었어?" 내가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결코 나 혼자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학생들과 함께 속도를 맞추며 걸어가기로 했다. 교사가 갖고 있는 고유의 스킬은 다년간의 교직 경험으로 다져지는 것이라고 들었다. 청각장애를 갖고 있지만 앞으로 1년 3년 5년... 교직 경험을 계속 쌓아가다 보면 발달장애 학생들과 티키타카 할 수 있는 나만의 스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애들아, 선생님 발음 잘 알아들었어? 
우리 앞으로 티키타카 수업을 할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임용고시 스터디에서의 장애인 거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