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은퇴시기도 빨라지고 직장에 오래 다니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은 시대에 공인중개사 만큼 인기 있는 직업은 없을 것입니다. 자격증 하면 떠오르는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인중개사를 말하지 않을까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사실은 제가 예전에 썼던 글인 '공인중개사 자격증, 따면 뭐 합니까?'라는 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최근 공인중개사 1차 시험 응시생이 18만 명, 2차 시험 응시생 11만 명이라는 사실만 봐도 이해가 갈 것입니다. 2019년 수능 응시생이 53만 명이라는 통계와 비교해 보면 국민 자격증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개업 공인중개사는 11만 명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매년 그 숫자는 증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왜 이렇게 공인중개사가 인기 있는 직업이 되었을까요?
저는 프롭테크 회사로 이직을 하고 난 이후에 부동산 플랫폼을 만들면서 부동산 업계의 여러 분야에 있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공인중개사가 인기가 많은 이유에 대한 몇 가지 공통된 의견이 있어 정리를 해봤습니다.
1. 직장을 다니며 준비하기 좋은 직업
만약 직장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아 은퇴를 준비하거나 전직을 준비한다면 미리 준비를 해야 합니다. 아마도 특별한 기술이 없는데 단기간에 뭔가 준비를 하기에 가장 좋은 직업이 공인중개사일 것이다. 1,2차 시험에 합격하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고 회사를 다니면서 공부만 하면 되기 때문에 직장을 다니면서 준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난이도가 낮은 시험은 아니지만 변호사나 회계사처럼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기에 비교적 경쟁력있는 자격증 취급을 받는 것입니다.
능력이 좋은 분들은 직장을 다니면서 마음만 먹으면 1년 만에도 합격을 할 수 있고, 또 주변 동료들이나 사람들에게 다른 일을 준비하는 모습을 들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면에서도 굉장히 손쉽습니다. 오프라인 학원, 온라인 강좌, 독학 등 본인의 성향과 상황에 맞춰 편리한 방법을 선택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이 많아져서 학원이나 온라인 강좌를 파는 곳에서 경쟁적으로 수험생들을 유치하고자 다양한 프로모션과 할인혜택 등이 있어 시험을 준비하는데 돈만 있으면 일사천리로 진행을 할 수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수업료, 교재비, 응시료만 있으면 누구나 준비가 가능합니다. 게다가 직장인으로서 미래를 준비를 하는데 큰돈이 들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 없이 준비할 수 있습니다.
2. 넥타이를 맬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은퇴를 하거나 퇴직 후 직업을 찾을 때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직업의 귀천을 떠나서 기존에 자신이 하던 일과 비슷한 일을 찾고자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직업은 넥타이를 매고 하는 사무직들이 많은데 퇴사 후 비슷하게 할만한 직업이 공인중개사입니다. 매일 내가 출근할 수 있는 사무실이 있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컨설팅 해 주는 직업으로 공인중개사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적인 사무직을 하던 사람들에게 공인중개사는 이상적인 직업이 될 수 있습니다. 퇴사 후 갑자기 요식업을 창업해서 사장님으로 변신하는 것은 다소 부담스럽지만, 사무실에서 컨설팅을 해주는 사장님이 되는 게 조금 더 자연스러운 전직의 모습이라 사람들이 공인중개사에 열광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게다가 요즘처럼 오래 사는 시대에 번듯한 사무실에 정년없이 출근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때에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공인중개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3. 창업 준비가 비교적 쉬운 직업
만약 요식업으로 창업을 하려면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고려해야 합니다. 식당의 인테리어에서부터 홍보 및 마케팅, 직원 채용, 배달 등 간단히 생각해 봐도 복잡한 일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는 사무실과 튼튼한 몸만 있으면 쉽게 창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1인 창업으로 제격인 것입니다. 재료비나 인건비 걱정 등이 다른 업종에 비해 덜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물론 기본적인 임대료나 자신의 인건비를 수입으로 올리려면 기본적인 매출이 있어야 합니다. 창업 초기 사업이 괘도에 오르기 전에 어느 정도 견뎌낼 수 있는 시간이 다른 업종에 비해 나은 편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중개사무소 개업이 수월하고 느끼는 점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경우에 따라 부부가 함께 하거나 자식과 공동으로 운영하게 되면 가족 사업으로도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하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더욱 공인중개사 매력적인 직업으로 볼 수 있습니다.
4. 고소득의 기회가 있는 직업
공인중개사 업무 자체는 브로커이기 때문에 '정보'를 잘 중개 하기면 하면 큰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서울을 기준으로 아파트 매매 가격이 10억이라면 이를 중개하면 중개 보수는 매매가액의 0.9%인 900만 원을 받습니다. 거래 한 건만 체결해도 적지 않은 돈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이런 고소득을 얻을 수 있는 직업이 흔하지 않기 때문에 공인중개사의 인기가 한몫을 하는 것입니다. 아파트 단지 좋은 자리에 공인중개사 사무소들이 살아 남을 수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경쟁은 당연히 치열하겠지만 부동산 중개라는 게 매각이 있으면 또 이와 관련하여 임대를 해야 할 일도 발생합니다. 계약 관계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매각을 하면서 임대를 하는 건도 자연스럽게 연결되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 몇 가지 상황이 잘 맞춰지면 단기간 내에 큰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 년에 몇 건만 성사 시키면 다른 직종에 비해 고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만만치 않다는 것은 논외로 하고 말입니다.
이렇게 공인중개사의 직업적으로 좋은 점들을 살펴봤습니다만, 현업에서는 공인중개사 직업에 대한 말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미 포화 상태가 되어 레드오션이다.' , '미래에 사라질 직업의 중에 하나이다.' 등등 긍정적인 말보다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은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인중개사 응시생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창업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부동산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산업이든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돈이 있는 곳에 직업이 있고 그런 경쟁 시장에서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나뉘게 되어 있습니다. 시장에 들어온다고 해서 사이좋게 분배하고 공평하게 나눠가는 곳은 없습니다. 치열한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남들과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누군가는 하지 않는 차별화된 일을 하면서 스스로 시장을 만들어 가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돈을 잘 버는 사람과 못 버는 사람으로 구분됩니다.
최근 정부에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 시킨다면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법을 내놓고 있습니다. 당연히 부동산 거래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공인중개사분들의 수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새롭게 개정되는 법을 숙지하고 현장에서 고객들에게 정확한 분석을 해줘야 하는 등의 어려움도 생길 것입니다. 그만큼 공인중개사가 알아야 할 것도 많아지고 법적 리스크에 노출되는 일들이 더 많아질 것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쉬운 직업이 아니라 갈수록 어려워지는 직업이 되고 있습니다.
예전의 부모님 세대들 때 말하던 '복덕방'의 시대는 갔습니다. 공인중개사 업무를 하려고 해도 더 많은 경험과 변화하는 시대에 필요한 지식들을 더 많이 배우고 공부해야 시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공인중개사 시장도 조금 더 고도화되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인중개사를 현업으로 하는 분들도 앞으로 이 직업에 도전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많은 고민이 필요한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