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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연필 Nov 01. 2017

나이를 던진 자리

시간이 내 앞을 지날 때마다

나의 안으로 들어와

작은 무엇들을 어지럽히고 가버렸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주는 나이를 한 줌씩 받아

대충 던져 놓고


정신없이 채워지는 내 안을

묵묵히 바라보며 나날을 보냈다


어느 날

나의 안은 걷잡을 수 없는

혼돈의 공간이 되었고


자신의 차례가 되었을 때 올라왔던 감정들은

순서 없이 구분 없이 막무가내로 등장했다


어떤 감정인지 살피는 것이 귀찮았고

누가 올라와 내 옆에 앉아도 신경 쓰지 않았다


쓰러지고 싶다고 소리 지르는 내 몸과 마음에는

무관심과 귀찮음이 함께 올라와 앉았고


밥은 먹었냐는 부모님의 안부에는

이유 없이 눈물이 올라와 앉았다


몇 번이고 정리를 해보려

내 안으로 내려갔지만


엄두조차 나지 않는 그 난장판은

깊은 한숨을 불러왔다


원망에 젖은 눈빛으로

앞을 지나가는 시간을 바라봤고

시간은 안타깝게 쳐다보며 한마디 던졌다


'그러게 정리 좀 하지 그랬어'


한 대 쥐어박고 싶어 일어섰더니

무기력과 체념이 올라와 내 옆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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