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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연필 Mar 21. 2018

시간을 드립니다

부산의 송정해수욕장이 보이는 카페. 3층 테라스에 놓인 테이블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멘토이자 한 때 청소년 뮤지컬 음악 선생님이었던 이 형은 나에게 항상 질문을 남겨줬다.


테라스 너머로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많은 이야기를 했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원하는 삶인지,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은 어떤 삶인지, 나의 인생의 고민은 적절한 깊이인지 사실 과한 건 아닌 것인지, 월급이란 틀에 묶여 사는 삶에 대해서, 각자의 사랑에 대하여.


바다의 선을 바라보면서,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멈춤의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하던 나에게. 형과의 대화는 바다의 존재가 보조역할을 하게 만든다.


예전 형의 연습실에서 받았던 첫 질문이 생각난다. 왜 사람들은 슬픈 음악을 더 원하는 것일까. 생각했다. 왜 그럴까.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어째서 슬픔을 이야기하는 노래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것일까.


집을 오는 내내 생각했다. 억눌린 삶으로 하루하루를 보낸 사람들이 많아서 그 눌린 감정이 흐를 수 있도록 슬픈 음악이 물꼬 역할을 하는 건 아닐까. 아니면 슬픔이 기쁨의 기본 감정은 아닐까. 이 슬픔이 존재하기에 기쁨이 있어서 그 본질인 슬픔을 더 찾는 건 아닐까.


음악을 부르고 듣고 만드는 행동에 심취했던 고등학교 시절. 그 시기에 만나 음악과 사랑과 삶에 대해 이야기했던 형과의 대화들이 많은 질문을 남겼고, 그 질문들이 나의 사춘기 시절을 가득 채워줬음을 새삼 다시 느낀다.




다른 게 좋아서 같은 게 신기해서 서로의 삶을 내어줬고
사랑이라는 실로 어떤 바람과 비도 새어들지 않게 끌어안았지


뭐가 잘못된 걸까 아냐 고장 난 것도 없는데 고치려 한 거야
난 너의 눈물의 이유를 몰라 널 외롭게 한 거야
왜 우린 버리지 못하고 바늘을 찾는 걸까


봉제선 - 다이나믹듀오(feat.수란)




음악의 소리가 주는 감정과 그 음악에 쓰인 가사가 주는 감정. 최근엔 좋아했던 힙합 가수의 신곡 가사는 우리의 익숙한 사랑의 한 단면을 잘 표현했다.


사랑의 시작과 끝은 명백하게 보이는 결과지만, 그 과정에서 오는 질문들과 느낌들은 보이지 않는 행동들이기에 우린 그것을 공유보단 간직한다. 여러 감정이 섞인 이 과정에는 사랑의 아픔이라 불리는 의문의 고통들이 주로 담겨있다. 나의 지난 사랑들은, 현재의 사랑은, 어떤 고통이 존재하고 왜 그런 것인지 질문해본다.


시간을 마구잡이로 흡수하듯 가져가는 글과 음악. 결국 많은 질문과 답을 건네주는 친구이자 한결같이 내 옆에 남아있는 친구이기에 글과 음악은 만인의 사랑을 받는다. 이들에게는 언제나 나의 시간을 즐겁게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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