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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타는 여여사 Nov 22. 2020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일상 이야기

안달복달하면서 사는 나를 보고 아버지는 늘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지금 네가 갖고 있는 것도 충분하다. 사람이 위만 보면서 살 수는 없지. 아래도 보면서 평범하게 살아라.』      

사실 좀 억울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은 평범하게 사는 게 아닌 건가.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 사람으로, 가질 수 없는 신기루를 쫓는 사람으로 나를 보고 계시는 듯해서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위만 보고 살 수 없듯이 아래만 보고 만족할 수도 없는 게 인생 아닌가. 당연하지 않나. 돈이든 사회적 지위든 무엇이든지 말이다. 하지만 대들지 않고 잠자코 듣고 있었다.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시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를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서 문제였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혼자인 나를 보고 가끔 만나는 친척은 늘 비슷한 말을 하셨다.      


『결혼해서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인데. 자식도 낳아봐야 부모 마음도 알고.』   

   

명절이나 되어야 만나는 친척 이야기니, 마음에 오래 담아 두지는 않고 흘려보낸다. 가끔 만나는 친척은 나에 대해 아주 가끔씩만 생각하거나 아주 가끔 만났을 때나 생각할 테니 말이다. 나에 대해 얼마나 깊은 생각을 하겠는가. 결혼해서 평범하게 살다가 이혼한 친척의 딸은 평범하게 사는 게 아닌 건가. 나에게 말하듯이 딸에게도 그렇게 말했을 듯해서 더 마음에 담아둘 필요는 없었다.  

    

아버지가 평범하게 살라고 하신 말은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않게,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삶을 살아보라는 것일 테다. 현재 갖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남과 비교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때 좀 더 따지면서 물어볼 걸 그랬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게 어떤 건지 좀 알려달라고. 지금은 대답해 줄 아버지가 안 계시니 혼자서 이렇게 저렇게 아버지의 생각을 끼워 맞춘다. 참 미련스럽기도 하지. 

     

친척이 평범하게 살라고 한 말은 고정관념과 편견에 맞춰서 살아보라는 것일 테다. 스물몇 살, 서른몇 살쯤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몇 년 후 아이를 낳고, 하나를 낳으면 또 하나를 언제 낳느냐는 질문까지 받으면서, 그렇게 사회가 규정해 놓은 틀에서 튀지 말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만약에 지금 나에게 평범하게 사는 게 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내 대답은 하나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감기에 걸리거나 비염이 있어서 병원에 한두 번 가는 건 아프긴 하지만 평범하게 사는 편이다. 계단에서 굴러 넘어져서 다리가 똑 부러져 깁스를 하고 있어도, 말하고 행동하는 데 어려움이 없으며 한두 달 시간이 지나면 나을 수 있다고 의사가 말해준다면 그나마 평범하게 사는 편이다.      

  

평범하게 사는 건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른 듯하다. 아버지가 말씀하신 것도, 친척이 말한 것도, 내가 생각하는 것도 다 평범하게 사는 것으로 통할 테니. 그러니 남에게 평범하게 살라고 섣불리 말하면 안 될 듯하다. 상대가 과거에 어떤 경험을 했는지, 지금 현재 어떤 상황에 빠져 있는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입을 다물라고 하더니 그 말이 마음에 닿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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