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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worker Jul 20. 2024

우기의 호찌민, 의외의 매력을 만나다.

호찌민의 우기는 5월부터 11월까지 지속됩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우기의 호찌민 여행은 생각보다 훨씬 괜찮습니다. 오히려 특별한 매력이 있다고 할 수 있죠. 우선, 흐린 날씨 덕분에 따가운 햇살을 피할 수 있어요. 한낮의 직사광선을 걱정하지 않고 여유롭게 거리를 걸을 수 있죠. 게다가 한번씩 쏟아지는 폭우는 더위를 식혀주는 청량제 역할을 합니다. 비가 그치고 나면 오토바이 매연이 조금은 줄어든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어요.


서울과 비교해보면 호찌민의 날씨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알 수 있어요. 7월 기준으로 서울의 평균 기온이 24.9°C인 반면, 호찌민은 27.3°C입니다. 불과 2.4°C 차이죠. 습도가 높긴 하지만, 에어컨이 잘 되어 있는 실내에서는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이제 우기의 호찌민을 즐기러 떠나볼까요?


늦은 밤비행기로 호찌민에 도착한다면 서둘러 여행자거리에 있는 포퀸(Pho Quynh)으로 향하세요. 이곳의 쌀국수는 당신이 베트남에 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줄 거에요. 뜨거운 국물과 쫄깃한 면발, 특유의 고수 향이 어우러져 여행의 시작을 완벽하게 만들어줍니다. 비 오는 날씨에 따뜻한 쌀국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죠?


식사 후에는 숙소로 돌아가 푹 쉬세요. 시차 적응과 긴 비행으로 지친 몸을 달래주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 날의 여행을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세요.  


다음 날 아침, 호텔 조식 뷔페 대신 여행자거리로 나가보는 건 어떨까요? 여행자거리 곳곳에 포진한 길거리 음식들은 호찌민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반미(Banh Mi) 샌드위치를 추천합니다. 바삭한 바게트 빵 속에 각종 고기와 채소, 소스가 어우러진 이 샌드위치는 베트남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이에요. 프랑스 식민 지배의 영향으로 탄생한 이 음식은 이제 베트남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죠. 아침 식사로 딱이에요. 반미와 함께 꼭 맛봐야 할 것이 바로 베트남 연유커피(Ca Phe Sua Da)에요. 진한 베트남 커피에 달콤한 연유를 섞어 얼음을 가득 채운 이 음료는 더운 호찌민의 아침을 상쾌하게 깨워줄 거예요. 길거리 카페에 앉아 연유커피를 마시며 바삐 오가는 오토바이들과 현지인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간단한 식사를 마쳤다면 이제 본격적인 호찌민 탐험에 나설 시간이에요. 갑자기 쏟아질 수 있는 스콜에 대비해 우산을 챙기는 것 잊지 마세요. Grab을 이용해 첫번째 목적지인 벤탄시장으로 향합니다. 호찌민에서는 Grab이 편리하고 저렴한 이동 수단이에요. 스마트폰 앱으로 쉽게 호출할 수 있고, 요금도 미리 확인할 수 있어 좋습니다. 물론 가끔은 일반 택시를 타도 비용 부담이 크진 않아요. 하지만 Grab을 주로 이용하면 여행 경비를 조금 더 아낄 수 있겠죠. 


벤탄 시장에 도착하면 시원한 실내에서 쇼핑을 즐기세요. 비가 오면 시장 안이 더 북적거릴 거예요. 베트남 커피 한 잔과 함께 분주한 시장 풍경을 감상해보세요. 미국이 생각보다 더 자본주의의 나라라면, 베트남은 생각보다 더 사회주의의 나라입니다. 하지만 이 시장은 자본주의의 열기로 가득 차 있죠. 시장 상인들에게 물어보세요. 당신은 어디서 왔으며 나는 호찌민에서 뭐하고 있나. 그리고 왜 이렇게 습한지 물어보세요.






둘째날은 호찌민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향하세요. 흐린 날씨 덕분에 사진 찍기에도 좋답니다. 프랑스 식민 시대의 유산인 이 대성당은 호찌민의 상징적인 건물 중 하나입니다.

대성당 근처에는 북 스트리트(Book Street)가 있어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들러보세요. 다양한 서점과 카페들이 있어 잠시 비를 피해 쉬어갈 수 있는 좋은 장소입니다. 살만한 책이 없다면 기념품 샵에 들러 베트남 지도가 그려진 노트 한 권을 기념품으로 구입하는 것도 좋습니다. 



점심은 냐항응온(Nha Hang Ngon)에서 즐기세요. 이곳은 호찌민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 중 하나로, 베트남 요리의 모든 것을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냐항응온은 '맛있는 레스토랑'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 그대로, 베트남 전역의 맛있는 요리를 한데 모아놓은 곳이에요.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마치 작은 마을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될 거예요. 넓은 정원 같은 실내에 여러 개의 노점이 있고, 각 노점마다 다른 요리를 만들고 있죠. 이곳의 매력은 단순히 음식에만 있지 않아요. 프랑스 식민 시대의 건물을 개조한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천장에 매달린 화려한 샹들리에, 그리고 곳곳에 놓인 관엽식물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비 오는 날에는 창밖으로 보이는 우산 쓴 행인들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아요. 메뉴를 고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베트남 북부의 하노이식 쌀국수부터 중부의 후에식 분짜, 남부의 해산물 요리까지, 베트남 전역의 대표 요리를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어요. 특히 파인애플 볶음밥은 꼭 드셔보세요. 새콤달콤한 맛이 입맛을 돋워줄 거예요. 또한, 베트남의 대표적인 간식인 반쎄오(Banh Xeo)도 추천합니다. 노릇노릇하게 구운 쌀가루 반죽에 숙주, 새우, 돼지고기를 넣은 이 음식은 상추에 싸서 느억맘 소스에 찍어 먹는데, 그 맛이 일품이에요. 냐항응온의 또 다른 장점은 합리적인 가격이에요. 고급 레스토랑 수준의 음식과 분위기를 즐기면서도, 가격은 한국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으로 저렴하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쯤이면, 당신은 이미 베트남 요리의 매력에 푹 빠져있을 거예요. 그리고 아마도 "내일 또 와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저녁에는 랜드마크81로 가세요.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이 건물의 전망대에서 호찌민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운이 좋다면 도시를 덮는 구름 사이로 석양이 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그 장면을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 여행 중 피로해졌다면 Ngoc Anh Spa를 방문해보세요. 이곳은 호찌민에서 가장 좋은 마사지 숍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트남식 마사지로 여행의 피로를 풀어보세요. 밖에서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받는 마사지는 색다른 경험이 될 거예요. 



마지막 날, 다시 벤탄 시장을 찾아가 기념품을 구입해보세요. 베트남 모자인 논라, 커피 필터, 코코넛 볼 등 다양한 기념품을 살 수 있어요. 흥정은 필수! 처음 부르는 가격의 절반 정도가 적정 가격입니다. 벤탄 시장 구경을 마쳤다면, 도보로 약 5-10분 거리에 사이공 스퀘어(Saigon Square)라는 또 다른 쇼핑 명소가 있답니다. 이곳은 현지인들 사이에서 '짝퉁천국'으로 알려진 곳이에요. 사이공 스퀘어는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실내 쇼핑몰 형태로, 수많은 작은 부스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유명 브랜드의 의류, 가방, 신발 등을 찾아볼 수 있어요. 전부 가짜에요. 제품들의 퀄리티는 천차만별입니다. 정품과 거의 구분이 안 되는 수준부터 한눈에 가짜임을 알아볼 수 있는 것까지 다양해요. 가격도 흥정의 여지가 많아서, 처음 부르는 가격의 절반 이하로 깎는 것이 보통이에요. 구입을 추천하진 않지만 원한다면 대부분 현금으로만 거래가 이루어지니 미리 준비하세요. 사이공 스퀘어는 호찌민의 쇼핑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흥미로운 장소입니다. 구매를 하지 않더라도, 이곳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호찌민의 또 다른 면을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그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구경하고, 현지인들과 흥정하는 재미를 느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돌아올 때는 베트남 커피, 인스턴트 쌀국수와 말린 망고를 사오세요. 물론 한국에서도 다 구할 수 있고 받는이도 그다지 감동하지 않아요. 그렇게 서울로 돌아오면 이제 더 더운 서울이 기다리고 있겠죠. 그래도 우리는 에어컨이 있잖아요. 호찌민은 베트남의 다른 도시들과는 또 달라요. 전세계인들이 모이는 국제도시예요. 매우 혼잡하지만 생각보다 안전해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절합니다. 만약 당신이 호찌민에서 불친절함을 만났다면, 그것은 당신이 무례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이 도시를 즐겨보세요. 비가 오더라도, 호찌민의 매력에 빠져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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