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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worker Feb 05. 2024

약점에 대한 생각

강점(強點): 남보다 우세하거나 더 뛰어난 점

사실 '강점'은 내가 남, 남의 역량, 남의 사업을 평가할 때 자주 던지는 질문 중 하나다.


"님, 강점이 뭐임?"(사실 오늘도 모기관 평가에 가서 이 질문을 던졌다)

"저(우리 조직 or 회사)의 강점은 투철한 사명감과 끈덕진 성실함으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Generative AI 알고리즘을 통해 남들이 쉽게 뛰어넘을 수 없는 기술 장벽을 구축해서 어쩌고 저쩌고....."


이런 식의 대답을 들으면 난 속으로 읎조린다. '웃기고 있네. 뜬구름 잡는 소리 하지 말고 강점을 이야기하라고... 그러려면 객관적 근거를 갖고 정량적 차별성을 보여줘야 할 거 아니야? 저 양반은 희망사항을 강점이라 착각하고 있구먼'


하지만 정작 스스로를 돌아볼 때 자신 있게 이것이 나의 강점이에요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있을까? 그것도 객관적이고 정량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점? 갑자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부끄럽고 슬프지만 없다.


아... 50년을 살았는데 강점하나 없는 인간이라니 한심하고 개탄스럽다. 이런 내가 아이들에게, 친구들에게, 학생들에게, 기업들에게 강점이 뭐냐고 물을 수 있나? 아니 강점은 이런 거라고 말해도 되나?

네가 뭔데 강점을 지적질하냐고 금방이라도 코웃음 칠 것 같다.


경쟁사회에서 강점 없는 인간의 삶은 힘들고도 괴롭다.

'나 이런 거 잘해!'라고 말하면 대번에 이런 답이 되돌아온다.

"야! 그 정도 가지고 잘한다니 잘하는 사람 다 죽었다냐?" 

"세상에 그보다 잘하는 사람은 세고 셌어. 내가 아는 사람만 모아도 세트럭은 되겠다."

"그래서 몇 등했는데?" 

"그렇게 쓸데없는 거 가지고 강점이라 하니 남들이 널 호구로 보는 거야."

"그래 그런 거 잘해서 밥이나 먹고살겠냐?"




아니다. 강점을 다시 생각해 보자.

먼저 '강점'에서 말하는 '남'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고 그 범위에 대해 생각해 보자. 


출처: 네이버사전

여기서 말하는 '남'은 1번에 해당되는 뜻일 게다. 남보다 더 뛰어나다는 뜻이 1등, 즉 '가장 잘'의 의미라면 슬프지만 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하지만 '가장 잘'이 아닌 '비교적 잘' 또는 평균보다 좀 더 나은의 뜻이라면 다행히도 말할 거리가 조금은 있겠다.


다음은 진지하게 생각해 본 나의 장점들이다.


1. 동년배보다 덜 늙어 보인다. 다섯 살에서 많게는 열 살까지도 어리게 봐준다.

2. 숨기고 싶어 하는 남의 약점을 빠르게 파악한다(장점 맞나?)

3. 비교적 사진을 잘 찍는다.

4. 비교적 밥을 잘 산다.

5. 비교적 술도 잘 산다.

6. 또래에 비해 기술적 트렌드에 민감하고 좀 더 잘 다루는 경향이 있다.

7. 벤처기업-대기업-공공기관-협회-대학-투자회사까지 얇은 경험을 넓게 해 봤다.

8. 남들보다 비교적 많은 맛집을 알고 있다.

9. 대한민국 40~50대 남성 평균보다 많은 책을 읽고 있다.

10. 아주 잘하는 것도 없지만 대단히 못하는 것도 별로 없다. 대체로 남들 하는 것만큼은 한다.


그렇다. 나같이 특별한 강점 없는 50대 일일노동자도 그럭저럭 재미있게 또 별탈없이 살아왔다. 

물론 남과 비교 우위를 찾는 강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없으면 또 어떤가?

스스로 만족하고 즐겁게 사는 인생이라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리고 잊지말자. 약점을 인정하고 내려놓는 것이 강점을 만드는 가장 빠른 길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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