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이 뭐냐고요?
글쎄요...
강점(强點). 국어사전은 이를 ‘남보다 우세하거나 더 뛰어난 점’이라고 정의한다. 간단명료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남’이라는 존재가 도무지 끝이 없다는 데 있다.
실은 강점이라는 단어는 내가 누군가를 평가할 때 즐겨 쓰는 단골 메뉴다. 오늘도 모 기관에 평가위원으로 나가 앉아 묻고 왔다. "님, 강점이 뭐임?" 물론 직접 이렇게 묻진 않았다. 하지만 말은 비문으로 할수록 더 솔직하다는 점에서, 이 표현이 오히려 진실에 가깝다.
그러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답변이 있다.
"저희는 힘없고 돈없고 능력없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Generative AI 기반의 솔루션을 어쩌고 저쩌고..."
이쯤 되면 속으로 읊조린다. ‘또 시작이군. 뜬구름 잔치.’ 강점이란 자기암시가 아니다. 정량적 근거 위에 세워진 비교 우위여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은 희망사항을 강점이라 부르고, 야망을 증거로 내민다.
그러나 정작 나 자신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나는 과연 그럴듯한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정량적이고 객관적인 차별성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 질문이 내게로 되돌아오는 순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없다.
슬프고 부끄럽지만 없다.
강점이 없는 채로 50년을 살았다는 사실이 실망스럽고, 때로는 내 존재가 근본적으로 무능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내가 남의 강점을 평가하고 지적질을 해도 되는 걸까? 강점 없는 사람이 강점을 논한다는 건, 마치 고기 한 점 없이 고깃집을 운영하는 것처럼 우스운 일 아닌가?
이 시대는 경쟁사회다. 누군가 "나 이거 잘해요!" 하면, 그 말 끝나기도 전에 이렇게 되받는다.
"그 정도는 요즘 초등학생도 해."
"내 친구 중에 그거 전국 1등 한 사람 있어."
"그래서 성과는?"
"그거 해서 밥은 먹고 사냐?"
모든 문장이 하나의 메시지를 향해 달린다.
"그걸 감히 강점이라고 부르다니, 웃기지 마라."
그러나 나는 감히 말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점을 다시 생각해보자고...
먼저 사전이 말하는 ‘남’이 누구인지부터 짚자. ‘타인’인가, ‘일반 평균’인가, 혹은 ‘내가 상상하는 이상적 인간상’인가? 만약 강점이 ‘남보다 잘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그리고 그 ‘남’이 세계 랭킹 1위쯤 되는 존재라면, 나는 그 어떤 분야에서도 감히 손들 수 없다. 하지만 ‘남’이 평균이라면? ‘비교적 잘’ 정도라면? 그나마 조금쯤 말할 수 있는 것들이 떠오른다.
예컨대,
– 동년배보다 덜 늙어 보인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최대 열 살까지)
– 남들의 숨기고 싶은 약점을 빠르게 감지한다. (이게 과연 강점인지 논란은 있다)
– 사진을 꽤 그럴싸하게 찍는다.
– 밥을, 그리고 술을 꽤 자주 산다.
– 최신 기술 트렌드에 비교적 민감한 편이다.
– 벤처기업부터 투자회사까지, 얇지만 넓게 경험을 쌓았다.
– 또래보다 책을 조금 더 많이 읽는다.
– 아주 잘하는 건 없지만, 아주 못하는 것도 별로 없다. 대체로 사람들 평균치 정도는 한다.
이쯤 되면 깨닫는다.
강점이란, 누구를 압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그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를 밀어주는 작은 경사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나처럼 특출난 강점 하나 없이 살아온 50대도, 그럭저럭 재미있게 살아왔다. 강점이 없다면, 못 살 이유도 없다. 다만, 삶의 방향이 무엇이었는지 계속 물어야 할 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사실 하나를 덧붙인다.
강점을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은,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 순간, 삶은 의외로 가벼워지고, 나아갈 방향은 선명해진다.
그러니 오늘도 묻는다.
"님, 강점이 뭐임?"
그리고 속으로 덧붙인다.
"스스로 사업계획서를 쓰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강점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