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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수 Nov 16. 2020

무신사 <이옷활용법>을 만든 이야기

 이커머스에서 콘텐츠의 가치

0.

이 글은 무신사에서 일하며 <이 옷 활용법>을 만든 얘기다. ‘이커머스에서 콘텐츠를 매대로 만든다’가 전략적 지향점이었다.


1.

사람과 상품 사이를 노려라.



이 말이 이 글의 요지다.



2.

이커머스에서 매대는 구매자를 불러들이고 맞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접점이며 수단이다.


매대의 경험과 기억이 구매자에게 긍정적이고 선명하다면, 플랫폼은 브랜딩 효과를 얻고 구매자는 정기적으로 재방문할 확률이 높다. 매대의 역할과 가치는 연작의 전편에 있으니 링크로 대신한다.



3.

패션 카테고리는 미디어커머스의 역할과 가치가 크다. 패션은 목적형 쇼핑보다 발견형 쇼핑에 가깝고, 결핍보다는 욕망에 가깝고, 기능의 가치보다 취향의 가치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내용 역시 브런치의 다른 글에 자세히 다루었으니 링크로 대신한다.



4.

작년 말부터 무신사의 미디어부문을 맡아 일하고 있다. 회사의 과제 중에 우신사 활성화가 있었다. 큰 폭의 성장을 이어온 무신사지만 2030 여성 고객들이 아직 성장의 여지로 남아 있었다.


이 과제를 미디어커머스로 접근해 풀어보려는 시도가 ‘콘텐츠의 매대화’다. 패션 콘텐츠 자체가 매대의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영상 시청이 상품을 진열한 매대를 경험한 것처럼 만드는 것이다.



5.

위 4.와 같은 미디어커머스 방식은 일반적인 광고나 PPL과 다르다.


패션에서 셀렙을 활용한 광고나 PPL은 익숙한 치트키다. 하지만 대개 많은 예산이 들고, 분절된 하나의 영상으로 유통되는 데 그쳐 콘텐츠로서 활용 가치가 제한적이다. 채산성과 지속성도 낮다. 모델 파워에 의존할수록 초상권 범위와 기간의 제약도 심하다. 내가 의도한 위 4.의 ‘콘텐츠의 매대화'로 사용하기엔 구조가 성립하지 않았다.

유아인은 훌륭하다. 활용은 어렵다.


6.

콘텐츠의 매대화에 필요한 조건을 세워 보았다.


단품 단위로 영업의 니즈를 해결한다.

PPL보다 직설적이어야 한다.

광고보다 몰입도가 높아야 한다.

가볍고 빠르게 제작해 채산성이 높아야 한다.

제작과 유통이 지속가능한 포맷이어야 한다.

여성 고객들이 좋아해야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잘 먹히는 콘텐츠여야 한다.

일반 기획전보다 상품이 더 잘 느껴져야 한다.



7.

한마디로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한 콘텐츠’다.


여자도 아니고 인스타그래머블하지도 않은 오십 다 된 중년 남자가 이를 고민하다니. 웃기지만 업자로서 어쩔 수 없다.



8.

내가 붙잡은 키워드는 ‘사람’이었다.


예전부터 늘 궁금했다. 패션은 다른 품목보다 훨씬 사람에 의존하는 카테고리인데, 콘텐츠를 들여다 보면 의외로 사람을 사람으로서 다루지 않는다.


패션은 개인 정체성의 표피다. 취향과 개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표현되는 품목이다. 상품의 가치가 사람에 의해 가장 크게 발현되는 카테고리다.


전지현의 BHC 치킨이나 이영자의 60계 치킨은 모두 맛있어 보인다. 둘이 서로 모델을 바꿔도 치킨은 계속 맛있게 보일 것이다.

이영자다.
전지현 맞다.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 네파의 모델도 전지현이다. 이를 이영자로 바꾸면 느껴지는 멋이 많이 다를 것이다.

이 영상을 보면 데뷔 시절 전지현의 1999년 삼성 프린터 CF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패션은 상품보다 사람을 먼저 팔아야 한다.



9.

큰 돈 들여 셀렙 쓰는 일회성 광고는 차치하고, 상시로 영업을 지원하는 패션 콘텐츠들 역시 사람을 사람처럼 쓰지 않는다. 대개 패션 콘텐츠에서 사람은 그냥 포즈를 취하거나 움직이는 마네킹 역할이다. 혹은 사람은 사람대로 놀고, 패션은 PPL의 형태로 그 사람에게 ‘삽입’해 놓는다. 사람과 상품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매대의 역할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10.

이를 해결하려 <이 옷 활용법>을 만들었다.

인스타그램 IGTV라 퍼포먼스 광고도 돌리지 않은 조회수이다.



11.

<이 옷 활용법>의 기획과 제작 과정은 이렇다.


팔아야 할 브랜드와 옷(품목)을 정한다.

해당 브랜드와 옷의 스타일을 흥미롭게 소화할 만한 사람을 찾는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섭외하고, 인터뷰한다. 이때 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취재해 콘텐츠에 녹인다.

섭외한 인스타그래머(게스트)에게 해당 브랜드의 옷을 주고, 그의 평소 스타일링과 코디 철학(?)을 들어본다.
그는 마네킹이 아니라 사람이니까 자기 스타일이 분명하다.

그리고 무신사(우신사)의 에디터가 그 옷의 장점과 게스트의 스타일을 매치해 새로운 코디를 제안한다. 게스트에게 직접 입힌다.
게스트도, 그 영상을 보는 고객도 에디터의 제안을 함께 들어본다.

게스트는 자신의 스타일링과 에디터가 제안한 스타일링을 직접 다 입어보고 느낌을 솔직하게 말한다. 마음에 안 들면 별로라고 말해도 된다.  
그는 마네킹이 아니라 사람이니까 자기 느낌이 분명하다.

이 과정은 고스란히 콘텐츠가 된다.

이 콘텐츠에서 소개하는 브랜드와 상품은 고객이 매대에서 만나는 것들과 동일한 구성이다.

정지된 웹 페이지의 기획전 매대보다, 고객에게 더 잘 스며든다.

정지된 웹 페이지의 기획전 매대보다, 모바일과 소셜미디어에서도 더 잘 퍼진다.  

가장 조회수가 많이 나왔던 영상. IG, FB, YT 합쳐 80만 회
게스트를 외부에서만 찾으란 법은 없으니, 티키타카 에디터들 집안싸움 버전



12.

29편의 <이 옷 활용법>으로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서 거둔 누적 조회수는 2020년 말 기준 약 500만 회에 이른다.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의 조회수가 인스타그램 IGTV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기존 무신사TV의 콘텐츠들은 인스타그램에서는 별 반응이 없었다는 걸 감안하면 특이하다.


더 희한한 점은 반응 형태다. 2020년 11월 기준으로 무신사 인스타그램의 팔로워는 약 30만 명, 우신사는 10만 명이다. 무신사도 여성 고객은 많으니 저 숫자로만 보면 같은 콘텐츠를 게시할 때 반응도 저 팔로워 비율처럼 나올 것만 같다. 그러나 같은 <이 옷 활용법>을 올리면 조회수나 도달은 저 비율과 반대다. 우신사 인스타그램의 계정에 올린 <이 옷 활용법>의 반응이 무신사보다 3배 이상 높다. 다른 콘텐츠는 그렇지 않은데 <이 옷 활용법>만 그렇다.



13.

의도한 것이긴 하지만 <이 옷 활용법>이 기존의 무신사TV 콘텐츠와 다른 점들이 있다.


무신사TV의 기존 콘텐츠는 고퀄리티다. 주류 방송국의 웰메이드 예능 프로그램과 결이 흡사하다. 반면 <이 옷 활용법>은 연출하지 않는 컨셉이다. 그냥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게스트와 에디터 모두에게 그렇다. 날 것의 재미를 최대한 그대로 살린다.



14.

‘콘텐츠의 매대화’로 기획된 콘텐츠는 직설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조금만 균형을 잃으면 제안이 아니라 광고가 된다. 이를 해결하는 실마리는 사람이다.


"사람과 상품 사이”

상술의 큐레이션이 제대로 먹히는 지점이다.


상품에 치우치면 설득이 아니라 설명이 된다.

사람에 치우치면 상품이 보이지 않는다.


콘텐츠가 매대가 되려면 저 사이를 겨냥해야 한다.




15.

<이 옷 활용법>에 이어 ‘콘텐츠의 매대화’ 2탄으로 최근 시도한 콘텐츠가 있다. <무신옷사>다. 많은 유튜버들이 흔히들 사용하는 포맷을 차용해 봤다. 다만 일반 패션 유튜버들보다 더 날 것의 느낌으로 기획했다. 앞으로 어떤 반응일지 궁금한 콘텐츠다.




이 글은 두 편으로 구성한 연작이다.


1편 <29CM '수요입점회'를 만든 이야기>

2편 <무신사 '이옷활용법'을 만든 이야기>


이 글은 2편이다.  

두 글의 연속성에 순서는 없으나 1편을 먼저 읽으면 좋다.

두 글에 공통으로 쓰이는 개념을 굳이 중복으로 적기 싫어 1편에만 써서다.


1편 <29CM '수요입점회'를 만든 이야기> 보러 가기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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