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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명다양성재단 Aug 18. 2023

[실천생태학] 5강 쓰레기 생태학

정다운 대표: 한 명의 제로웨이스터가 태어나기 위해선 마을이 필요하다

실천생태학은 환경재난과 기후위기가 일상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우리의 일상(실천)과 환경(생태)과의 관계를 배우고, 이를 통해 삶을 꾸려나가는 새로운 전제를 확립해 일상을 바꿔나가기 위한 실천적인 공부의 과정입니다. 생태학적 지식의 갖춤과 우리 삶에서의 행동 실천 두 가지를 모색하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의 교육을 목표로 합니다.


실천생태학 5강 쓰레기 생태학은 비닐포장 천국인 현재 소비 시스템에 균열을 내기 위해 환경문제 실험공간 ‘보틀팩토리’를 만들어 준비된 환경소비자란 무엇인지를 보여준 정다운 대표님과 함께 했습니다. 정다운 대표님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개인적인 실천을 모색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지역 커뮤니티, 대학 커뮤니티 등과 함께 다양한 실험들을 해왔습니다. 이번 강연은 그에 해당하는 프로젝트 사례를 중심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쓰레기 여행과 보틀팩토리

정다운 대표님이 보틀팩토리라는 공간을 열게 된 시작점에는 쓰레기통에 쌓인 플라스틱 일회용 컵들이 있었습니다. 산더미 같은 버려진 일회용 컵들이 일상 풍경 속에서 흔하게 자리 잡은 것을 느끼며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버릴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사람들은 이 컵들이 재활용된다고 믿기 때문에 이렇게 많이 사용하고 쉽게 버리는 것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게  되었습니다.


일상 속에서 흔하게 자리잡고 있는 일회용품 쌓인 쓰레기풍경 c.정다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쓰레기여행’을 했습니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일회용 컵이 쓰레기통으로 간 다음 어떻게 되는지 추적해 보는 여행입니다. 운이 좋았던 순간, 기다림의 순간들이 뒤섞여 결국 쓰레기 선별장까지 가는 데 성공했지만 충격적인 결과를 확인하게 됩니다. 플라스틱 일회용 컵이 재활용되기 위해 따로 보내지는 곳은 없었습니다. 다른 재활용품과 섞여 일부가 재활용되는 사례(약 5%)는 있었지만 결국 대부분은 재활용이 되지 않았습니다. 재활용이 거의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컵에 재활용 마크가 찍혀 있고, 그것을 보고 안심한 사람들이 일회용 컵을 하루에 몇 개씩이나 사용하고 버리며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는 현 시스템의 허점을 눈으로 확인한 것입니다.

c. 정다운


이후 일회용 컵이 없는 카페가 가능할까?라는 물음으로 6개월 동안 테스트 팝업 카페(보틀카페)를 운영하게 됩니다. 테이크아웃을 하면 컵을 빌려주는 대신 1000원의 보증금을 추가로 지불하고 나중에 컵을 돌려주게 되면 보증금을 반환하는 방식을 썼습니다. 테이크아웃을 하면 할인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2016년 당시였지만 많은 분들이 불만을 터뜨리는 대신 일회용 컵 쓰레기에 대한 문제의식에 동의를 해주셨다고 합니다. 이에 힘입어 카페에서 빌린 컵을 교차반납까지 할 수 있도록 주변 카페와 협업해보려 했지만 당시에는 시기상조였습니다.


그러다 2018년 지금의 공간 보틀팩토리를 열었습니다. 단순하게 “일회용 컵을 줄이고 싶다”라는 마음이 제일 컸다고 합니다. 단순한 마음이라고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작은 것조차 바꾸지 못한다면 다른 것도 해결할 수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있었다고 합니다. 보틀팩토리를 시작할 때부터 공간 내에 일회용 빨대, 일회용 컵은 구비하지 않았습니다. 빨대의 경우 스텐빨대, 유리빨대 등과 같은 대안을 두긴 했지만 빨대를 사용하지 않게끔 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또 테이크아웃은 일회용 컵!이라는 만연한 공식을 깨기 위해 카페 카운터에 대여용 텀블러를 구비해 두었습니다. 적어도 보틀팩토리라는 공간 안에서는 테이크아웃을 하려면 본인 컵이 있거나, 그곳의 텀블러를 빌려서 사용해야 한다는 법칙을 세웠습니다. 텀블러 반환 관리를 위해 텀블러 대여 카드를 제작하여 보틀클럽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c. 정다운


보틀팩토리를 시작할 때부터 갖고 있던 질문 ‘지역 내 카페와 컵을 공유하면?‘ 을 실험해 보기 위해 컵 개발, 컵 대여와 반납이 가능한 플랫폼을 개발했습니다. 보틀팩토리 내에서 보틀클럽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갖가지 텀블러를 관리해 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여러 형태의 텀블러가 갖고 있는 장단점을 파악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에코젠이라는 소재를 활용한 다회용 컵을 개발합니다. 관리가 쉽고 차가운 음료부터 뜨거운 음료까지 담을 수 있으며 별도의 컵 슬리브가 필요하지 않도록 디자인한 컵입니다. 또한 컵을 대여, 반납하는 ‘우리 동네 컵 공유시스템‘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제작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했습니다. 일회용 컵 사용규제 정책이 스탑 되고 매장 내에서도 일회용 컵 사용이 한시적으로 허용된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지만 코로나 이후 일회용 컵 쓰레기가 폭발적으로 늘어가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이 가진 카페들이 모였습니다. 17곳의 카페와 함께 한 보틀클럽은 2021년 5월부터 9개월 동안 약 18,600개의 일회용 용기를 절감했습니다. 이때 대부분의 대여텀블러가 교차반납되지 않고 처음에 빌렸던 카페로 되돌아오는 패턴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c. 정다운


YOUR BOTTLE WEEK(유어보틀위크)

일 년에 한 번 하는 행사인 ‘유어보틀위크’는 일회용품을 안 쓰는 것, 단 일주일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유어보틀위크에 참여한 카페들은 일주일 동안 손님들에게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대여하도록 제안했습니다. 빨대 역시도 플라스틱 빨대 대신 유리나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빨대를 제공했습니다. 이때 사용된 텀블러는 누군가의 찬장 속에 잠들어 있던 것으로 전국에서 기증받아 보틀팩토리 내 세척소에서 세척, 살균 과정을 거쳤습니다. 첫 해에는 유어보틀위크 일주일 내내 각 카페 공간에서 강연, 워크숍, 살롱 분위기의 대화모임들을 열기도 했습니다. 그다음 해에는 동네에 있는 분식집, 빵집, 참기름집 등과 협업하여 지역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세 번째 해에는 연희동 내 40군데의 가게와 협업하며 그 범위를 넓혔고 네 번째 해에는 서촌, 인천까지 확장되어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c. 정다운


채우장

채우장은 동네 작은 가게들의 물건을 한 달에 한 번, 포장 없이 판매하고 소비자는 자기 용기를 가져와 채우는 장터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포장 없이 채워갈 수 있는 장터가 있으면 어떨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손님들은 ‘패키지를 포함한 상품’ 대신 ‘상품 그 자체’만을 필요한 만큼 담아갈 수 있었습니다. 1인 가구가 많은 요즘 현대인들에게도 합리적인 장터인 셈입니다. 또한 구매할 물건의 포장용기를 미리, 직접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존에 누리던 간편함을 포기하는 것 같지만 쇼핑 후 비닐봉지, 랩, 소포박스 등의 쓰레기를 처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채우장의 소비자들은 깨닫게 되었습니다. 불편한 부분이 옮겨지는 것입니다. 정다운 대표님은 소비자들이 준비해 오는 다양한 용기를 보고 일회용품 없는 소비로 일상이 예뻐지기도 하는구나라고 새삼 느꼈다고 합니다.


c. 정다운


경북쌀상회: 동네 쌀집의 변신

동네 사람들이 자기 용기를 들고 와 자신이 원하는 곡물을 원하는 만큼 사갈 수 있게 동네 쌀집을 리모델링한 프로젝트입니다. 내외부를 단장하고 가게로고 디자인을 바꾼 것은 물론 사람들이 쓰레기 없이 곡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버려지는 쌀포대를 업사이클링하여 사람들이 쇼핑백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동네 카페에서 나오는 소스가 담겼던 유리병을 세척한 후 손님들이 곡물을 담아갈 수 있게 제공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원동력은 제로웨이스터가 되기 위해선 마을이 바뀌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지역에 생산자가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예전엔 동네에 떡집, 쌀집, 방앗간 등 다양한 가게가 있었지만 어느 순간 큰 슈퍼, 마트가 들어섰고 그것마저 없어져 이제는 온라인으로 모든 걸 주문하는 시대입니다. 이미 없어진 가게들은 어쩔 수가 없지만 아직 있는 가게가 잘 남아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역의 생산자를 지원하는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c.  정다운


일회용 컵 없는 캠퍼스를 위한 도전

현재 정다운 대표님은 서울대학교와 함께 ‘대학 및 지역기반 다회용기 순환시스템 모델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일회용 컵 없는 캠퍼스가 가능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연구라고 합니다. 학생, 학교, 카페 관계자 등 관계 주체를 대상으로 다회용 컵 사업의 필요성과 실현의 문제점을 논의하고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대학 내 활성화 방안이 어떤 것이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는 단계로 올해 10월 정도에 실행 예정이라고 합니다.


Design a Solution

정다운 대표님의 여정은 1. 질문을 던지고 2. 실험하고 3. 가능성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실험’입니다. 완벽하려고 하기보다는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방법을 일단 해보는 것입니다. 그 후 새로운 방법을 찾아나갈 수도 있고 한계를 찾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 ‘해보는 것’을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상으로 실천생태학 5강 <쓰레기 생태학>의 정리를 마칩니다. 다음 6강 <똥 생태학>은 똥 예찬론자인 생명다양성재단의 두 연구원이 똥 생태학, 똥 인문학 강연을 합니다. 냄새나는 똥에서 야생과 인문의 향기를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강연 온/오프라인 참가 신청과 관련 문의는 생명다양성재단 SNS채널을 통해 연락 바랍니다.


강연|  

정다운 보틀팩토리 대표

기록|  

박지연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


생명다양성재단|

생명다양성재단은 생물과 환경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고, 과학을 바탕으로 자연 및 환경 문제를 올바로 이해하고 해결하고자 2013년 설립된 공익 재단법인입니다. 환경 전문성을 바탕으로 과학적, 사회적, 문화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누구나 환경 문제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삶 속에서 변화를 꾀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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