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등단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다 May 29. 2022

등단 하고 싶다면 해야 하는 일

등단에도 트렌드가 있다

문예창작과 4학년생이 되면 서서히 주변에서 등단 소식이 들려온다. 어디 대학교에 누가 등단을 했다더라, 선배님 중 누군가가 등단을 했다더라. 친구들도 몇몇 최종심에 오르는 걸 보니 기쁜 마음도 들면서 한 편으로는 조급해지기도 한다. 나도 같은 문창과 4학년인데 뭘 하고 있는 거지? 당시 뭘 하고 있었냐면 블로그에 글이나 쓰고 있었다. 블로그가 나쁜 건 아닌데, 뭐랄까, 소설을 써야 하는데 블로그에 실용글을 올리고 있는 내 모습이 영 모순적으로 느껴진 것이었다. (사실 그 모순점은 이 브런치에도 나타나긴 한다. 하지만 브런치 글 쓰는 시간에 소설을 더 쓴다고 등단을 할 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애초에 이건 등단을 위한 일기니까 괜찮아! 라며 자기위로를 해본다.)


뭔가 글을 써야겠다. 그런 위기의식을 느끼고서 한글 프로그램을 켰다. 백지에 소재를 끄적이고 있는데 아무리 써봐도 영 느낌이 오지 않는다. 내가 읽어도 재미가 없는데 독자가 읽으면 얼마나 재미가 없을까! 뭐가 문제지 싶어서 글을 끄적이다가, 문득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옆에 있던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책 추천 해줄 만한 거 있어?"


"음... 너 김멜라 읽어봤어?"


(정적)


"김멜라가 누구야?"


김멜라가 누구냐는 말에 이제와서 답을 해주자면, 2021년, 2022년 연속으로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대상은 아니지만) 문단에서 핫한 작가였다. 김메라가 누구야, 라는 말을 했을 때 "NCT가 누구야"라는 그 밈이 떠오른 건 왜일까. 뭐긴 뭐야, 대단한 사람들이지! 라고 그분처럼 덧붙일 여유도 없이 내 친구는 나를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소다야, 책 좀 읽자."


이 자리를 빌어 그 친구에게 감사인사를 한다. 너의 그 표정이 아니었다면 난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거야...


책. 책을 읽어야 한다. 특히 등단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트렌드'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순수문학을 쓰겠다고 결심을 하고서 쓴 글이 교과서에 늘 나오던 '운수 좋은 날' 같은 글을 쓰면 어떠겠는가. 운수 좋은 날은 분명히 좋은 텍스트이지만, '트렌드'라기엔 애매한 스테디셀러라는 뜻이다. 아이돌 오디션을 보는데 소녀시대의 'GEE'를 추는 것보다는 에스파의 'NEXT LEVEL'을 추는 게 더 합격 확률이 올라가듯이, 수능이나 고시 공부를 할 때도 매년마다 새 문제집을 사서 '최신 경향 트렌드'를 읽듯이 등단이라는 것도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는 말이다.


아직 2022년 문학상의 트렌드 분석을 하기에는 내게 빅데이터가 없어서 자신이 없다. 나 역시 아직도 트렌드를 분석하려고 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한 방법들 몇 가지를 소개만 해주려고 한다.


1) 젊은작가상 수상집을 본다.


- 옛날에는 이상문학상이었는데, 여러가지 논란이 있고 나서 대세는 젊은작가상 수상집으로 옮겨졌다. 특히 이들이 트렌디한 이유는 바로 '젊은 작가'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젊다'는 건 큰 재능이긴 하다. 시대를 면밀하게 살펴보는 눈이 있고, 빠르게 적응하며, 여러가지 시도를 하기에 좋은 나이니까 말이다. 물론 나이 든 사람들도 충분히 그럴 수는 있지만 젊을수록 그게 쉽다는 건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요즘 핫하게 떠오르는 작가가 누구인지를 알 수가 있다. 젊은작가상에는 아직 소설집을 내지 않은, 혹은 소설집을 한 권만 낸 신진 작가들의 이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몰랐던 신인 스타 작가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2) 신춘문예 혹은 문예지 등단작을 본다.


- 신춘문예 등단작은 각자 신문사에 나오기 때문에 볼 수가 있다. 나는 메이저 신문사의 신춘문예만 보는 편이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경향일보부터 한국일보와 세계일보, 문화일보 등등! 모든 신춘문예를 읽기에는 양이 많기 때문에 괜찮은 작품들이 나오는 신문사 위주로 보고 있다. 등단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최전선인 신춘문예는 꼭 확인해야 한다. 단순히 감상만 해서는 안 된다. 이들이 왜 붙었고, 어떤 점을 배워야하고, 심사위원들은 이 글의 어떤 부분을 마음에 들어했는지를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 국어 시간에 문학을 분석하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심사평까지 확인한다. 당선된 사람의 심사평뿐 아니라 당선이 안 되고 최종심에서 떨어진 사람들에 대한 심사평까지 보다 보면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3) 문예지, 계간지를 본다.


- 메이저 문예지까지 보면 좋다. 가장 최신의 텍스트들이 올라오는 곳이라 최신 동향을 파악하기에 가장 좋지만, 아무래도 양이 방대해서인지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가볍고 얇은 문예지로는 릿터와 악스트를 추천한다.  문예지로 분류되는 거 같진 않지만 계절마다 나오는 '소설 보다' 시리즈도 추천한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오는 '문학과 사회', 창작과 비평에서 나오는 '창작과 비평, 문학동네의 '문학동네', 그리고 현대문학. 참고로 나의 추천은 '소설' 한정이다. (시는 잘 모른다... 응애) 혹시 또 추천할 만한 문예지가 있다면 댓글로 소개해준다면 추가를 해두겠습니다.


이처럼 크게 세 가지 순서로 방법을 알려주었다. 젊은작가상 보는 게 가장 재미있고, 그 다음은 신춘문예 찾아보기, 마지막으로는 문예지를 살펴보는 순이다. 재미있고 쉬운 순, 갈수록 어렵고 힘든 순으로 배치했다. 문예지는 특히 습관이 되지 않으면 보기가 힘든 거 같다. 나도 아직까지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문예지를 다 찾아보기 어렵다면 도서관을 이용해도 좋다. 도서관에 잡지를 구매하는 시스템이 있을 텐데, 이 문예지들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하면 해줄 것이다. 등단지망생들이 돈을 아끼는 방법, 도서관을 애용하는 것!


이렇게 등단을 하면 해야 하는 일을 알아보았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책읽기'지만 어떤 책을 읽는지도 중요하니까. 이러한 과정을 마쳤다면 젊은 작가들 중에서 자신의 취향인 작가의 단편선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이때 조심해야 하는 건, 그 작가를 너무 닮아가지는 말기.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기. 나도 이제 젊은 작가상 2022년은 읽었으니 2021년을 읽어야 할 차례이다. 등단을 하려면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도 먼저 '책'을 읽어야 한다. 책 읽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