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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호훈 Nov 12. 2017

긍정심리학, 행복으로 가는 길인가? 희망고문인가?

“불행을 부르는 긍정심리학”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 10조는 ‘행복추구권’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어디에도 긍정과 행복, 그리고 희망은 없어 보인다. 저성장과 실업, 저출산과 고령화, 그리고, 부와 권력의 편중. 헬hell조선과 N포세대(희망을 포기함)가 더 이상 젊은이들의 유행어 만은 아니다. 이제 우리는 어디에서 행복을 찾을 것인가?



불행한가? 여기, 긍정과 행복이 있도다


인류는 오랫동안, 계급사회에서 살아왔다. 계급의 높고 낮음은 주어진 것이었기에, 정해진 계급 안에서 그런대로 만족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런데, 인본주의humanism는 인간의 다양한 욕망에 대하여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하였고, 자본주의는 그 욕망을 경쟁하도록 하고, 소비사회는 욕망을 실현하도록 강요했다.


그 결과,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행복에서 조금씩 멀어졌으며,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이에 심리학은 정신질환과 같은 병을 치료하고자 반세기 넘게 노력 했었다. 그러나, 1998년 미국심리학회장을 맡고 있던 마틴 셀리그만Seligman은 ‘약점만큼 강점에, 인생에 있어 최악의 것을 회복하는 것만큼 최고의 것을 설계하는 것에, 불행한 이들의 삶을 치유하는 것만큼 건강한 사람들의 삶을 충만하게 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긍정심리학을 창시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에 열광한다.


물론 긍정심리학 이전에도 성공이나 행복에 대한 사람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이미 수십 년 동안 전세계에 수천 만 부가 판매되어 자기계발서의 바이블이 된, 성형외과 의사인 맥스웰 몰츠Maxwell Maltz의 《성공의 법칙》이나 리더십의 대가 스티븐 코비Stephen Covey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은 성공을 위한 긍정과 행복의 중요성에 대하여 강조하였으며, 최근에는 진정한 자유란 타인에게 미움을 받는 것이라며 인기를 끌고 있는 《미움받을 용기》까지, 바야흐로 세상은 행복과 긍정, 위로로 충만하다.




‘할 수 있다’ 신드롬과 긍정의 소비


이제,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 서점에 가서 그 많은 긍정과 희망에 대한 책을 집어 들고 술술 읽어나가며, ‘그렇다고 생각하면 진짜 그렇게 된다’는 강한 신념만 가지면 된다. 동기부여가 잘 안 되는가? 그렇다면, ‘4전5기’ 홍수환, ‘라면 소녀’ 임춘애, '맨 발 투혼' 박세리, 그리고 리우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박상영의 ‘할 수 있다’ 정신을 보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캔두이즘can-doism. 사실 한국전쟁 이 후 우리사회는 캔두이즘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긍정의 정신 외에 무엇이 더 필요했겠는가? 캔두이즘은 성공을 쟁취한 기업인이나 문화예술인, 스포츠 스타의 삶 속에도, 금모으기 운동 속에도, 광고가 보여주는 소비문화 속에도, 그리고 SNS 속 맛집사진 속 어디에나 있는데, 실로 캔두이즘은 전염병과도 같이 우리 사회를 감염시켜 왔다. 


무슨 말인고 하니, 사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개인의 성장보다는 사회의 성장을 위한 캔두이즘이 필요했기 때문에, 미디어는 캔두이즘을 소비하면 ‘행복한 중산층으로서 성공을 향해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식으로 긍정을 열심히 소비하게 했던 것이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성장의 일부가 배분되면서 우리는 사회에 크게 반항하지 않았고, 우리는 최근까지 그것을 열심히 소비하며 행복에 다가가고 있는 줄 알았다.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플라시보 효과와 **노시보 효과처럼 자기암시를 통해 극복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긍정을 소비하며 행복한 착각을 한 대가를 이제 치르고 있다.

*placebo effect. 환자가 자신의 증상과 전혀 상관없는 가짜 약제를 먹고 병세가 나아지기도 하는, ‘이루어질 거라는 기대의 긍정적인 효과’를 의미. / **nocebo effect.  약을 올바로 처방했는데도 환자가 의심을 품으면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 현상. ‘부정적인 암시가 초래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의미.




행복이라는 목적지에 가기 위한, 

불행이라는 대가


과거에는 캔두이즘이 통했다. 우리 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특별히 긍정적이고, 더 행복지향적 이어서였을까? 물론 그런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아마도, 그동안은 열심히 노력해서 쟁취할 수 있는 것이 많았고,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가능성 자체를 생각하기 어려운 시대이며, SNS를 통해 너무 많은 정보-특히, 사회의 불평등-에 노출되어 과거의 캔두이즘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무급 또는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주 적은 월급을 주면서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열정페이熱情Pay’를 경험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위로와 용기가 아니다. ‘아프면 환자지, 뭐가 청춘이냐?’는 원망과 조롱거리 일 뿐이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인 셀리그만도 지나친 낙관주의는 학습된 무력감을 줄 수 있음을 인정했고, 서구 심리학계는 이미 무조건적인 긍정 만능주의를 폐기하였지만, 우리는 아직도 "긍정적인 마음과 의지를 갖는다면, 우주의 에너지가 너를 도와줄 거야" 식의 긍정을 강요하니 반발이 없을 수가 없는 것이다.


더욱이 긍정심리학은 긍정적 마인드와 행복 등의 개념이 사회적 관계 안에서 생기는 것인데도 개인의 문제로만 전락한 점, 긍정을 긍정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과도한 긍정을 보일 수 있다는 점, 부정을 부정하는 것을 통한 긍정은 현실에 대한 회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등 그 자체가 딜레마를 가지고 있음에도 사회 전반적으로 비판 없이 확대재생산 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더 많은 불행을 생산할 뿐이다.


특히, 이제는 더 이상 성공한 유명인의 자기암시가 강요되면 안 되겠다. 자기암시는 자기가 그리는 모습이 실현된 이미지를 끊임없이 연상하는 것으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동안 내 것이 아닌 ‘타인의 암시’를 비판 없이 소비하도록 강요 받았기 때문에 긍정적 삶이나 행복 대신 혼란과 좌절을 더 많이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긍정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긍정심리학의 불완전함, 낙관적 긍정주의의 무책임성과 같은 것들 때문에 긍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한가? 그것이 진정으로 각 개인의 행복을 위해 더 많이 고민되어 지지 않았던 것이나, 그것을 해석하는 관점이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긍정 자체가 나쁜 것 이거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우리는 여전히 긍정을 이야기 해야 한다. 


더욱이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긍정적 태도와 행동은 매우 중요하다. 긍정과 행복의 상관관계 때문이다. 최근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는 대학생 270명을 3년간 지켜보며, 낙관성이 행복의 원인이 될 수는 있지만, 행복이 낙관성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는 연구 결과를 이었다. 즉, 행복해서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 긍정적이어서 행복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괴롭게 살고 싶지 않다. 기쁘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했었다면’ 이라며 과거의 후회로 스스로를 괴롭히고, ‘만약…한다면’ 이라는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자신을 불안하게 만든다. 아무도 괴롭히거나 불안하게 만들지 않는데도 스스로 매 순간을 자신이 만든 올가미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 빠져 나올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이다. 부정적인 과거와 미래를 부정함으로써 긍정을 얻는 것이 아니라, 현재 그 자체를 인정함으로써 긍정을 얻어야 한다. 밝음은 어둠을 수반하는데, 부정은 싫고 긍정만 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아니겠는가?


긍정의 마음만 먹는다고 모든 일이 다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냉소주의자가 되거나, ‘이 세상은 희망이 없다’며 남 탓과 조롱으로 스스로를 괴롭힐 필요는 없다. 건강까지 잃으면 그나마 행복해질 가능성이 더 적어지기 않겠는가?




행복은 고민하는 것이 아니고, 

실천하는 것이다


행복하기 위한 철학과 심리학, 자기 경영에 대한 연구가 더 많아지고 있는데도, 우리는 더 비관적이고 더 불행해지고 있는 것은, 행복은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인데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지 고민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 행복을 실천하기 위한 행동강령을 제시해 본다. 용기를 내어 배를 타지 않으면 바다를 건널 수 없다고 하였으니, 일단 첫 발을 내딛자!


첫째,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더 잘게 쪼개어, 실천한다. 그리고, 그 작은 실천에서 승리의 기쁨을 맛 보아라. 그러면, 그 작은 성취감이 행복을 주고 자신감을 줄 것이다. 


둘째, 좋은 사람을 찾지 말고, 좋은 사람이 되라. 사람들은 나보다 더 즐겁고 행복한 사람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받고 싶어하는데, 정작 자신이 주려고는 하지 않는다. 대게 내가 찾은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그나마 자신을 바꾸는 쉬운 방법을 택하라.


셋째,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경험을 쌓아라. 과정이 즐거우면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도 매순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과정이 즐겁지 않으면 결과까지 가기도 어렵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잊지 마라.


넷째, 행복의 동기는 자신의 것이어야 하고, 자신만의 방식이어야 한다. 남을 위한 행복은 지속될 수 없으며, 남의 방식이 나에게 맞을 리 없다.


다섯째, 비교하지 마라. 샤넬CHANEL왕국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 는 "비교를 멈출 때 개성이 시작된다.Personality begins where comparison ends“고 하였다. 사람들은 흉내 내는 것에 감동받지 않는다. 당신의 길을 가라.


여섯째, 외로움을 이겨내라. 결국 당신의 행복은 당신만이 만들 수 있다.


일곱째, 거절에 익숙해져라. 행복해지려는 노력을 세상이 거절하더라도 좌절하지 말라. 거절은 더 좋은 것을 보여달라는 요청이다.


마지막으로, 자기계발서를 찾아 서점을 뒤적이고 남의 성공담에 빠져 있을 시간에, 차라리 로버트 프로스트R.Frost의 ‘가지 않은 길’을 큰소리로 낭독하길 권한다.



            ※ 브런치 매거진, 『프로그래밍화된 심리』는 심리학 '이론' 자체보다는 '개론'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심리학자가 아닌 까닭에 적정선에서 다루는 이유도 있겠거니와, 심리학을 심리학 밖으로 꺼낼 때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심리 현상을 모티브로 하여, 우리 일상의 고민과 소비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사실 우리네 고민의 대부분은 '상품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이념, 정체성, 관계, 그리고 안정감(불안 해소)까지도 소비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복잡성, 그리고 혼란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그것은 우리가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소비사회의 메커니즘과 매스미디어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것이죠.
           즉 '불안'과 '죄책감'과 같은 심리상태는 사실,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세상을 보는 틀' 뿐만 아니라 '생각과 행동의 방식'마저 재단 당하고 암묵적으로 지시당한 결과 느끼게 되는 '프로그래밍화된 심리'이며, 이로 인해 우리는 그 어떤 '메커니즘'에 더 강하고 깊게 지배당하게 된다는 것이 저의 관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심리를 더 객관적이고 진지하게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기 자신의 삶에 더 다가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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