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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호훈 Nov 12. 2017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 심리학이 답한다

“네 마음의 소리를 들어라”

해마다 연말이 되면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내년을 다짐한다. 그리고, 좀 더 행복해지고자 하는 소망을 계획에 담곤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해마다 더 불행하다고 말한다. 수많은 심리학과 처세술이 더 많은 돈과 더 좋은 관계, 그리고 마음의 평화까지 알려주는데도 말이다. 이제, *각자도생의 시대를 항해하기 위해 우리는 자신만의 나침반을 준비해야 한다.

*各自圖生. 제각기 살아갈 방법(方法)을 도모(圖謀)함



희망 없는 시대, 파랑새는 어디에


퍽퍽한 세상살이에 오래 살아야 하는 시대를 맞아, 뻑하면 “산에 가서 살고 싶다”고들 한다. 지금 삶이 행복하지 않고, 앞으로 행복하고 싶어서 일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산에서 행복을 찾는가? 사람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하여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는 ‘자기통제감’을 많이 느낄수록 만족감이 커지고, ‘실제로’ 삶에 대한 통제력이 커질 때 행복을 더 많이 느끼는데, 홀로 산에 간다는 것은 속박에서 벗어나 자기 삶을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다는 것이다.

자연에서 홀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프로그램. 40대에게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사진 출처] MBN '나는 자연인이다' 공식 웹사이트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대한민국은 저성장, 분배의 불균형, 정치적 불안, 저출산과 고령사회로 인해, 높은 GDP에도 행복지수는 최저에 자살률은 최고라는 가혹한 멍에를 풀 수 없는 지경에까지 왔으니 말이다. 내 삶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 생명을 버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요즘은 뉴스만 봐도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하다며 화병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화병이 오래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촛불 시위에 나가 SNS에서 소통할 정도는 되니 ‘대단히’ 다행스럽다고 할 수 있다. 소통이 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혹시, ‘헬조선’이니 머니 하며, 스스로 변명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진 않은가? 이 빌어먹을 세상 때문에 내가 이렇게 힘들다고 말하며, 자기합리화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닌가? 물론 희망이 없어 보이긴 한다. 그래도, 스스로를 *파랑새 증후군에 몰아 넣고 불행 속에 사는 것은 옳지 않다. 여기 행복해지기 위한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Bluebird syndrome.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 발맞추지 못하고 현재의 일에는 흥미를 못 느끼면서 미래의 막연한 행복만을 추구하는 병적인 증상




한계효용 체감의 시대, 행복하려면 욕망도 합리적으로 품어라


경제학은 인플레이션이나 실업과 같은 경제 시스템이 개인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그리고, 욕망의 소비를 통해 얻는 개인의 주관적 만족감을 효용utility이라 하며, 소비를 증가시킴에 따라 *총효용은 증가하지만 각 단위의 **한계효용은 감소한다는 한계효용체감 법칙으로 만족을 설명한다. 배가 고플 때 처음 먹는 공기밥은 큰 만족을 주지만, 두 번째는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Total utility. 어떤 소비자가 일정기간 동안 일정량의 재화를 소비하였을 때 얻을 수 있는 주관적인 만족감 / **Marginal utility. 다른 재화의 소비는 불변인 상태에서 한 재화의 1단위 추가적인 소비로 인한 총효용의 증가분

 

돈을 몇 배를 벌고 소비를 몇 배로 늘린다고 만족감이 계속 늘어나지 않는 것도 동일하게 설명이 되는데, 결국 사람은 쾌락에 금세 적응을 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지속되지는 않는다. 정말 사고 싶거나 필요한 것을 소비해도 그러한데, 속아서 산 것들에 대하여는 어떤 마음이 생길까? 


무슨 말인가 하겠지만, 소비사회는 소비가 미덕이라고 가르치고, 광고는 우리를 속여 소비하게 한다. 먹방쿡방에 중독시켜 과식과 다이어트를 하게하고, 몸짱•얼짱과 같은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여 남과 비교하게 하고, 과시욕과 속물근성을 자극하여 명품을 사게 만든다. 이것은 사실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소비에 대한 기대 수준은 날로 높아지고 상대적 결핍감 또한 함께 커져, 결국 더 소비할수록 더 큰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간단하다. 노벨 경제학자 폴 사무엘슨Paul Samuelson의 방정식 ‘행복=소비(소유)/욕망’을 보라. 행복을 키우려면 소비(소유)를 늘리거나 욕망을 줄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개 욕망이 소비보다 크고 빨리 늘어나기 때문에 행복은 커질 수 없다. 더군다나, 한계효용체감을 생각한다면 욕망을 줄이는 것이 행복을 늘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소비사회에서 행복하고 싶다면, 광고가 전하는 이야기 대신 내면의 간절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합리적 욕망을 품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자신의 가치를 진심으로 믿는 것이 행복의 출발점이다


“당신의 가치는 몇 점 입니까?” 100점이라는 사람도, 50점이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눈치 안보고, 자기 관점으로 점수를 줄 수도 있고, 관계 속에서 자신의 평가를 객관적으로 내릴 수도 있다. 현재를 기준으로 점수를 매길 수도, 과거나 미래를 기준으로 매길 수도 있다.


그러면, 50점짜리에게 물어보자. 왜 그렇게 야박한지. 아마 현재의 만족보다는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자신의 확고한 관점보다는 남이 바라 본 나를 평가했을 것이다. 즉, 시점이 ‘지금’이 아니고, 관점이 ‘나’가 아닐 경우 점수가 낮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50점이라고 답한 이에게 다시 물어보자. 그 점수를 남이 매겼다면? 겸손한 척 했던 50점짜리는 순간 화가 나고 좌절할 것이다. 이미 나는 나 자신의 가치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지금의 나’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기준에 비교하며 학력, 경력, 외모, 좋은 집과 차, 명품을 소유하려 발버둥치며, 소비사회의 훌륭한 구성원으로 평생을 살아간다. 결국,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고, 본인도 행복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우리는 미디어가 지시하고 강요하는 세상에서, 학교와 종교가 가르쳐 준 대로 살아야 했고, 남의 눈치를 살피느라 내 마음대로 살지도 못했다. 그리고, 소비사회는 우리가 얼마나 소유하고 소비할 수 있는지로 우리의 가치를 매겼다. 그런데, 어차피 그 기준은 내 기준이 아니며, 그 기준에 도달해도 그 기준은 이미 바뀌어 있다. 그러므로, 나의 가치를 오직 내가 선택할 때만이 행복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


더불어,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슴과 영감을 따르는 용기는 내는 것이고 이미 여러분의 가슴과 영감은 여러분이 되고자 하는 바를 알고 있습니다"라는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말을 기억하라.



당신의 인생을 재정의 하라, 그리고 당신의 인생을 살아라


 “친구 같은 아빠”라는 광고 문구를 보면 내가 아빠가 되어야 하는지 친구가 되어야 하는지, SNS에 도배 된 몸 사진과 먹는 사진을 보면 일반인인지 연예인인지, 힙합 프로그램이 인기니 노래방에서 트로트를 불러야 할지 랩을 해야 할 지, 나는 엄마 역할이 좋은데 ‘여성이여, 욕망을 깨워라’고 하면 사회생활도 하고 소비도 자유롭게 하고 남자친구도 사귀어야 하는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혼란스럽다. 내가 남자인지, 아빠인지, 아재인지 정체성의 혼란이 온다. 최근의 정체성의 혼란은, 이성과 합리적 사고, 권위와 절대이념을 거부하고 개성, 자율성, 다양성, 대중성을 중시하는 포스트 모더니즘postmodernism 그 자체 때문이기도 하고, 그것으로부터 파생된 탈이념, 소비문화, 페미니즘과도 관련이 있지만, 100세 시대, 고령사회를 맞이하여 ‘젊음’이라는 키워드 탓이 크다. 즉, 노인이 많은 사회에서 젊음은 최고의 가치이며, 권력 그 자체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외모지상주의는 더욱 심화되고, 젊은이들의 문화를 향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 되어 버렸다.


오죽하면 ‘갱춘기(갱년기+사춘기)'라는 신조어가 생기기까지 하겠는가. 물론, 부모•부부•친구•사제•군신 지간의 역할과 의무에 대하여 부모에게 교육받은 대로 살기엔 사회가 너무 많이 변했지만, 사회에 순응하고 모범생 틀에서 살던 아재들에게 이제 ‘너의 삶을 살아라’, ‘젊음을 즐겨라’며 새로운 ‘역할놀이’를 하라면 당황스럽지 않은가. 그런데, 소비사회는 이렇게 사람들이 계속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만든다. 사람들이 자기 주관이 너무 뚜렷하면 물건 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케팅은 멀쩡한(문제가 없는) 소비자에게 결핍을 느끼게끔 하여, 소비를 하게 만든다. 그리고 소비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불행하게 느끼도록 만든다. 


그러면, 사람들은 바보인가? 다 자기만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이 있는데, 소비사회에서 강요하는 바대로 역할놀이를 하는가? 이것은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우세하고 다수 의견에 속하면 자신 있게 겉으로 표명하고 소수 의견에 속하면 침묵한다”는 ‘침묵의 나선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사람들이 동조하는 것은 좋아서가 아니라 고립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 이제 조금 더 행복해 지고 싶다면 소비사회가 정의해 준 역할놀이와 마케팅에 속지 말고, 나, 가족, 친구, 일에 대하여 스스로 재정의 하여야 한다. 그리고, 고립될 것을 두려워 말고 온전히 나의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긍정을 이야기해야 한다


세계 최장기 성인발달연구를 맡아온 하버드대학교의 조지 베일런트George Vaillant는 그의 저서 《행복의 조건》에서 행복한 삶을 위한 70여년간의 연구 결과를 한문장으로 정리했다. ‘행복한 삶을 위한 조건은 고통에 대응하는 성숙한 방어기제, 교육, 안정된 결혼생활, 금연, 금주, 운동, 알맞은 체중, 그리고 따뜻한 인간관계이다’는 것이다. 인생살이는 복잡해 졌지만, 행복한 삶의 조건은 의외로 단순하지 않은가?


이제 해야 할 일은 내 마음의 소리를 진지하게 듣고 그 소리를 긍정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세상에 대한 나의 관점과 행동이 긍정적으로 바뀐다고 ‘세상이 변하는가’라며 이를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겠다.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해지고 싶다면 우리는 긍정을 이야기해야 한다. 


성인발달 연구의 대가인 윌리엄 새들러William Sadler의 말을 빌리자면, "배가 방향을 바꿔서 새로운 방향으로 향하는 데는 적절한 바람이 필요하다. 낙관주의는 우리의 배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그 항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불어주는 미풍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비관주의와 냉소주의야 말로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하며, 새들러가 말한 바와 같이 명확하고 객관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한 ‘성숙한 낙관주의’와 용기와 자신감, 결단력을 바탕으로 한 ‘용감한 현실주의’를 조화롭고 균형 있게 할 때 우리는 좀 더 행복하게 긴 항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 브런치 매거진, 『프로그래밍화된 심리』는 심리학 '이론' 자체보다는 '개론'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심리학자가 아닌 까닭에 적정선에서 다루는 이유도 있겠거니와, 심리학을 심리학 밖으로 꺼낼 때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심리 현상을 모티브로 하여, 우리 일상의 고민과 소비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사실 우리네 고민의 대부분은 '상품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이념, 정체성, 관계, 그리고 안정감(불안 해소)까지도 소비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복잡성, 그리고 혼란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그것은 우리가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소비사회의 메커니즘과 매스미디어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것이죠.
           즉 '불안'과 '죄책감'과 같은 심리상태는 사실,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세상을 보는 틀' 뿐만 아니라 '생각과 행동의 방식'마저 재단 당하고 암묵적으로 지시당한 결과 느끼게 되는 '프로그래밍화된 심리'이며, 이로 인해 우리는 그 어떤 '메커니즘'에 더 강하고 깊게 지배당하게 된다는 것이 저의 관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심리를 더 객관적이고 진지하게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기 자신의 삶에 더 다가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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