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만에서 두바이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마음 같아서는 하루 더 머물며 돌고래 크루즈를 한번 더 하고 싶었다. 하지만 다음날 등교와 출근을 모두 해야 하니, 아쉬운 마음을 담고 집으로 가야만 했다.
그래도 아쉬웠다.
원래대로라면 아침 일찍 두바이로 출발하려 했지만, 남편도 나도, 아이들도 무산담을 한 번 더 마음에 담고 싶었다. 아무 계획도 없이 충동적으로 오만 무산담 명소를 검색을 했고, '높은 곳에 있는 만'이라는코하르 나지드 Khor Najd로 차를 돌렸다.
거리상으로는 멀지 않은데, 내비게이션 시간이 꽤 길게 나와 길이 막히나 싶었다. 웬걸 완전 비포장도로의 가파른 돌산을 빙빙 돌며 올라가는 길이었다. 평소 같으면 내가 절대가지 않을 길이었지만, 우리는 이미 오만의 마법에 걸려 모두 신이 나있었다. 할까 말까 고민이 되는 건 다 해보자.
4륜의 SUV이지만, 차가 덜컹덜컹 난리도 아니었다. 정말 길이 맞는 건가 의문이 들 때쯤 앞차가 보였다. 같이 가는 앞차의 존재가 이리도 고마울 수가 없다.
연실 덜컹덜컹 대는 차에 아이들은 몬스터 트럭 탄 거 같다며 깔깔거리며 신이 났다. 타이어 펑크 나는 거 아닌가, 괜히 오자고 했나? 나의 이성이 조금씩 돌아오는 순간, 저 멀리 조형물이 하나 보인다
'I ♡Oman'
도착이다. 그리고 한 번도 보지 못한 절경
이리도 아름다운 배선착장을 본적이 있었던가? 깊은 바다와 하늘, 그 사이 구불구불 돌길이 만나, 어디 시간여행을 떠나는 선착장같이 아름다웠다. 중동은 이렇게 불현듯, 예상못한 신비로움으로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다.
이 비포장도로를 뚫고 오는 사람들이 우리만은 아니었다. 전문가용 카메라를 들고 온 한 무리를 보니, 여기가 절경이긴 한가보다. 우리도 신이 나서 수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그리고 잠시나마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하늘, 바다 그리고 돌산을 보며 자연의 위대함에 감탄을 했다. 두바이에 없는 것들이라 더욱 마음에 담고 싶었을지도.
오만 여행을 계기로 나는 두바이를, 중동을 다시 보기로 했다. 낯설던 해외살이에서 '그래, 까짓것 해보자!'하고 결심이 섰다. 오만의 마법인지, 돌고래의 마법인지, 바다의 마법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늘 낯설던 두바이 일상에서 못 찾고 있던 이너 피스를, 기대도 안했던 오만 무산담 결혼 10주년 여행에서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