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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호준 Jan 08. 2020

존재의 이유

공상

인간 존재의 이유는 무엇인가.

단순히 선대의 유전자를 후대로 전달하는 매개체일뿐인걸까?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유일한 목적이었다면 훨씬 효율적인 다른 방식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번식력과 생존력이 엄청난 다른 세균이나 생명체들은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혹은 위대한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존재할 지도 모른다.

현재 인류가 알고 있는 한에서는 우리 자신이 자의식을 갖고 고도의 추상적, 분석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이며, 그렇기에 미래에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우주 전체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정말 우연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현생 인류는 유인원 들 중 급작스러운 환경 변화로 더 이상 나무에서 살기 힘들어진 특정 무리가, 직립보행을 하기 시작하고, 열등한 신체적 특징을 극복하기 위해 뇌를 발달시킨 결과 나타난 진화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이 경우 인류에게 주어진 특별한 목적은 없을 것이다. 우리 자신이 설정하지 않는 한.


두번째, 혹은 세번쨰 중 어느 것이 맞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두 가지 경우 모두 인류가 우주의 의식을 구성하고 있는중요한 생명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적어도 우리들은 태양계의 물질 중에서 유일하게 우리가 현재 태양계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존재이니 말이다.


스스로 자각하는 우주. 이 단어는 인류를 설명하는 가장 고귀한 단어라고 나는 생각한다.

스스로를 인식하는 인간이라는 단백질 덩어리, 별의 자손이 없이도 우주는 지속해서 존재해왔고 인류가 사라진 후에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자각하는 존재가 없는 우주는 존재의 의미, 기록도 없이 그저 무의미한 텅 빈 공간일 것이다. 또한 양자역학에 따르면, 우리가 관찰하는 순간 입자는 존재한다. 그 전에는 확률적으로 존재할 수도 있고,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자의식을 갖춘 인류가 관찰하기에, 우주는 이 형태로써 존재한다. 인간이 위대한 설계의 작품이건, 우연이건, 인간이 우주에서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다른 자각을 갖는 생명체를 발견하기 전까지, 아니 발견한다 하더라도, 인류는 아직 멸종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사라진다면, 우주 하나가 사라지게 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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