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 유감
"요즘처럼 여행이 쉬워진 때에 여행을 좋아하지 않으면 각종 추천을 뿌리치며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 때문에 여행 찬양론자를 내심 미워했다. 그런데 이제는 안다. 여행지가 좋아서 떠나기도 하지만 지금 여기를 떠나고 싶어서 떠나기도 한다는 것을. 문제는 떠나야만 하는 기분이 분기마다 찾아온다는 점. 한편 팔로우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수는 배로 늘어났다. 쉬는 날 들어보고 싶은 원데이 클래스, 가보고 싶은 예쁜 카페와 힙해 보이는 예술 공간 등등. 자랑하기 위해 올린다고 생각했던 사진은 사실 무슨 말이든 하고 싶은데 올릴 사진이 없어서 올리는 것이었더라. 물론 실제로 가본 곳보다 하트 누른 계정이 더 많지만.
어느 순간부터 닮고 싶은 사람보다 닮고 싶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아졌다. 닮고 싶은 사람은 재미있는 사람. 태도와 말이 일치하는 사람. 닮고 싶지 않은 사람은 뻔하게 별로인 사람. 엄마의 어떤 모습들. 아빠의 어떤 모습들. 어른들의 어떤 모습들. 나는 굳이 따지자면 재미 없는 사람이었기에 지루하고 별로인 사람만 되지 말자고 결심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 다짐 자체가 치기였음을 뼈저리게 느낀다."
(채널예스, 솔직히 말해서, 2018.11.23)
이런 글을 썼습니다. 너무 힘든 시기에 써서 어둡지만, 이 또한 나의 일부분이니까. 솔직히 말해서라는 코너 이름에 충실해보았습니다. 어른이 되어가는 건 날을 무디게 만드는 과정일까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