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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연 Apr 12. 2022

다양성이 깃든 무자극 예능 <조인 마이 테이블>

왓챠 예능 추천


조인 마이 테이블

예능 | 한국 | 에피소드 6개 | 팀 awaw 감독 | 소설가 박상영, 방송인 이금희 출연



내 친구의 식탁에 초대합니다


<조인 마이 테이블>(이하 <조마테>)은 총 6회로, 각 회차가 ‘한국 지명, 나라 또는 민족 이름, 요리 이름’으로 제목 지어져 있다. <제주, 예멘, 파흐싸> 같은 식이다. <조마테>에 등장하는 나라/민족 이름은 이렇다. 예멘, 인도네시아, 미국, 모로코, 고려인, 미얀마. 각 회차에는 해당 나라/민족 출신으로 우리나라에 정착해 살고 있는 이주민이 등장한다. 제목에 등장하는 한국 지명은 이들이 정착해 살아가고 있는 장소이고, 요리 이름은 그들 나라/민족의 음식 중 이주민 출연자가 좋아하는 소울푸드이다. 언뜻 어색할 수 있는 조합이지만 <조마테>는 한국 도시에서 출발, 이주민의 삶을 통과해 음식까지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에 매끄럽게 성공해낸다. 박상영과 이금희는 이주민 출연자의 이야기를 들은 후 그들이 살고 있는 도시를 둘러본다. 이때, 그 지역에 관해 한국 사람들이 모두 알 만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광주와 민주화운동, 안산과 세월호 참사처럼. 그 아픔을 짚은 후 여전히 아름다운 도시의 풍광을 감상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지역 맛집에서 이주민 출연자의 소울푸드를 먹는다. 가끔씩 이주민 출연자가 식사에 동참하기도 한다.


이주민이 직접 말하는 한국에 들어온 계기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으면, 단순히 ‘이국적인 맛집’으로 보였던 식탁이 다른 의미를 얻는다. 친구네에 초대받은 기분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조마테>는 박상영과 이금희가 이주민 출연자의 초대장을 받아 해당 도시로 향하는 컨셉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요리는 그들이 어릴 적 집에서 자주 먹었던 일상적인 음식이다. 사실상 맛집이 아닌, 이주민의 고향 식탁에 초대되는 셈이다. <조마테>를 본 사람은 앞으로 외국 음식을 먹을 때에 이 음식이 로컬푸드인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게 될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조마테>가 선사하는 새로운 재미와 감동은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계속된다.


이쯤되면 조금 걱정될 것이다. 예능인데 너무 무거운 거 아닐까? 주로 교양 프로그램에서 보던 출연자들인데 너무 지루하지는 않을까? 제작진도 이를 의식했는지, 지루할 즈음에는 경쾌한 노래와 함께 음식을 조리하는 장면을 넣어서 프로그램 전반의 균형을 잡아준다. 백종원과 함께 <스트릿 푸드 파이터>를 함께한 감독들이니 연출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침이 질질 고이게 맛깔나니까.


<조마테>를 색다르게 만드는 또다른 요소는 박상영과 이금희의 대화이다. 학교에서 교수님과 학생으로 만났던, 성별도 나이도 다른 두 사람은 필요한 이야기를 자신의 정체성(예를 들면 비혼 중년 여성)과 이야기로 공감하며 풀어낸다. 웃음 또한 마찬가지다. 두 사람의 티키타카는 누군가를 공격하는 대신 차라리 자조하는 방식으로 웃음을 만들어낸다. 그렇다고 그 자조가 분위기를 흩뜨리는 건 아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서 같이 웃게 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금희) 내가 그 생각을 했어. 여기도 왜 예멘 남편하고 한국인 아내가 같이 하시는 거잖아.평화는 다른 게 아니라 음식이고 사랑이야.
(상영) 음! 그렇네요.
(금희) 음식하고 사랑만 있으면 평화야.
(상영) 전 사랑이 없는 삶을 살고 있어요. 음식만 있어요, 저는. 제 일상에는.
(금희) 어떡하면 좋아, 어떡하면 좋아(웃음).

이금희가 세상의 진리 같은 말을 꺼내면, 박상영이 자신의 인생에 투영해서 또다른 진실을 말한다. 이금희 말에 ‘맞아, 맞아’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박상영 말에 또 ‘맞아, 맞아’하면서 웃픈 웃음을 짓게 된다. 두 사람은 누구도 공격하지 않은 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장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편안한 웃음이다. 이쯤되면 무자극 예능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포용이 새로운 가능성이 되는 사회

2화에 등장하는 멜다 씨


가장 인상 깊었던 회차는 2화 <안산, 인도네시아, 나시고렝> 편과 4화 <김해, 모로코, 타진> 편이었다. 2화에는 은행원으로 일하고 있는 멜다 씨가, 4화에는 학교 육상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서알리 군이 출연한다.


멜다 씨는 제조업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인 산업연수생제도를 통해 1998년에 한국에 왔다. 2012년에 아이를 낳고 애를 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간단한 통번역 일을 하기 위해 우리은행에 입사한다. 그러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은행 상품을 팔 기회를 얻고 영업을 시작한 지 불과 이틀 만에 500명의 고객을 확보한다. 우리은행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 당황했다고 한다. 이주민 맞춤 은행 상품의 필요성을 알게 된 우리은행은 안산 지점을 최초로 다문화 지점으로 지정했다. 멜다 씨는 그 때의 실적을 인정받아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서알리 군은 모로코 출신의 엄마와 한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다. 두 사람은 모로코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고, 서알리 군의 아빠는 결혼을 위해 이슬람교로 개종했다. 알리 군도 이슬람교 신자다. 아직 이슬람 문화가 낯선 한국에서 하루 세번 예배 드리기란 쉽지 않지만 학교 생활은 재미있게 하고 있다. 알리 군은 학교 육상선수로 활약하며 체전에서 상을 타오기도 했다.


두 에피소드 모두 이주민을 포용하자 새로운 가능성이 보인 사례이다. 물론 이주민이 쓸모 때문에 포용되고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존재 자체로, 살아 있음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러한 사례가 자주 언급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의 태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주 제로썸 게임에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원이 한정적이라는 점에서 그 사실도 맞다. 하지만 그 범위가 단일 국가나 민족으로 한정지어져서는 안 된다. 생태계에서 종의 다양성이 건강함과 지속 가능함을 보여주는 척도인 것처럼, 사람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특성에 기인한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야말로 다양한 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일 것이다. <조인 마이 테이블>은 이주민의 삶을 통해 그 사실을 다시금 조명한다.


그런 측면에서 매우 공감되는 <조마테> 후기를 보았다.


이주민의 음식은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는데 왜 정작 나는 이주민들의 삶은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원맨으로 진행되던 숱한 푸드쇼가 왓챠와 닿으면 이렇게 세상을 안아주는 것 같아 참 좋았어요. 힙하다는 건 별 게 아니라 이런 정신을 가리킨다고 생각합니다.
(왓챠 닉네임 클*케)


점점 자극적인 드라마가 조명되는 현실이 매우 고깝다. 특히 경각심을 준답시고 호혜성 대신 이기심을 강조하는 <오징어 게임> <인간수업> 같은 이야기와 세계관은 더더욱 싫다. 와중에 왓챠는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계속해서 강조하며 가지각색의 단편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수급하고 <조인 마이 테이블> 같은 예능을 만들고 있다. 비록 단번에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진 않지만(왓챠는 2021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OTT 이용자 수 최하위이다.) 언젠가는 꼭 구체적인 결과로 빛을 보길 바라며 <조마테>도 이번에는 6회로 마쳤지만 앞으로 시즌 2, 시즌 3까지 계속되길 빈다.



▼ <조인 마이 테이블> 보러 가기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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