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에 써두었던 동시 기록하기
한 잎 두 잎 부끄러운 속마음을 포개어
빨개진 두 볼을 거친 이파리로 감싸 낸다
저 까만 밤에 숨겨 놓던
순수의 별조각 떼내어
저려오는 가슴팍에 뿌리고
가녀린 체구에 실오라기
한 마디 두 마디 엮어내니
기다리고 기다리던 원숙함이 물들인다
몇 밤이 지나면 사라질
봉숭아의 단꿈이라지만
수 밤이 지나도
별은 노래할 것이다
한 여름에 품은 봉숭아의 첫사랑이
얼마나 아리따운 소녀의 마음이었는지를
어릴 적 시골에서 나고 자란 저는 매년 마당에 봉숭아 꽃이 활짝 필 때를 기다려 왔던 추억이 있습니다.
오뉴월이 되면 꽃잎들이 붉은빛을 띠는데 그럴 때면 또래 여자 아이들과 함께 한 소쿠리 꽃잎을 떼어 와 마당에 삼삼오오 모입니다. 그리고는 어머니가 우리가 가져온 꽃잎을 섞어 내주시고는 백반을 조금 넣어 돌로 여러 번 찧어 냅니다. 다 찧어진 것을 조금씩 떼어 작은 손톱들에 올리고 초록 잎사귀로 잘 처매어 실로 돌돌 감싸주었습니다. 그렇게 설렘을 동여 매고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열 손가락 손톱에 빠알갛게- 물이 들어 있었지요. 짙게 물들어 있던 손톱이 어찌나 곱고 예뻐 보였는지 그때의 어린아이는 새색시라도 된 기분이 들어 볼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여러 번 거울을 들여다본 기억이 납니다. 그 해 겨울 첫 눈이 올 때까지 봉숭아물이 손톱에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곧게 믿었습니다. 그 나이에는 첫사랑의 대상도 없었지만은 아마도 제일 마음 졸여했던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어른이 되어 도시에서는 봉숭아 꽃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끔 제가 살던 시골, 금탄동에 갈 때면 봉숭아 꽃이 산길 따라 피어나는데 이제는 떼어가는 아이들이 사라져서 그 자리에서 후두둑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는 모습이 무척 애처로워 보입니다. 푸르게 새잎이 돋고 조금씩 제 모습의 색깔로 봉우리를 펼치는 봉숭아를 볼 때면 어릴 적의 소녀를 참 닮았단 생각이 듭니다. 볼살과 입술이 발갛게 순수로 물들어 있던 거울 속 아이. 잊고 있던 제게도 봉숭아의 첫사랑이 얼마나 설레고 아름다웠던 시간인지를 꺼내어 봅니다.
글과 그림 성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