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게 클릭이에요...

한 작은 교습소가 코로나를 견디는 방법 - 2

by 조현서

무한도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한상사에서 노홍철 사원이 업무를 잘하지 못하는 동기 하하 사원을 가르치면서 하는 말을 기억할 것이다. 비교적 유능한 노홍철 사원에 경쟁심을 느끼는 무능한 하하 사원의 관계를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이 장면은 무한도전 무한상사 중 가장 웃긴 장면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무한상사에서 가장 인상 깊은 콩트 장면이다.

자, 이게 클릭이야...
sddefault.jpg 무한도전 무한상사 에피소드 중 장면. 출처 MBC

예능에서의 이 웃긴 모습이, 누군가에겐 사뭇 진지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고 느꼈다.

교습소 선생님은 컴퓨터와 너무 멀어져 있었다. 컴퓨터를 손으로 만지는 것이 거의 15년 만이었다. 그간 보는 컴퓨터라고는 자식들이 과제를 하기 위해서 문서 작업을 하는 모습이나, 드라마에서 검사나 비서가 노트북을 바쁘게 두드리는 모습이 전부였다. 본인이 바쁘게 타자를 치는 건 그녀의 인생 계획에 전혀 없었다. 교습소 운영에 필요한 문서 작업은 아들이나 딸, 혹은 출판사에서 업무를 보는 남편에게 부탁하면 그만이었다. 매일 11반에 출근해서 오후 9시가 가까워져야 교습소의 불을 끄고 나오는 그녀는 뭔가를 배우기에는 평일에는 항상 지쳐있었다.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드라마 <펜트하우스>를 보면 시계는 어느새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코로나 이후 성당을 가지 않아도 주말은 밀린 잠을 보충하는 것만으로도 짧았다. 취미 생활을 하기에도 지쳐있는 와중에 가족의 도움으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을 배울 필요를 느끼기에, 그녀의 삶은 너무 고되었다.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기 삼일 전, 선생님 앞에 내 노트북을 폈다. 컴퓨터를 거의 쓰지 않았다고 누차 말씀하셔서 알고는 있었지만,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알았기 때문에, 노트북을 들이밀었다. 선생님은 갑자기 당황스러워했다. 나는 그때까지는 선생님이 당황스러워하는 걸 알지 못했다. 나는 다시 한번 더 선생님께 말하고 나서야 선생님의 얼굴에 피어오르는 당황스러움을 눈치챘다. 그 당황스러움은 선생님의 말 한마디 "이거 어떻게 켜는 거예요?"로 사실임이 증명되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선생님의 여정이 생각보다 더 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생각보다 컴퓨터와 선생님과의 거리는 더 멀었다. 하지만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고, 시작이 반이라는 기분 좋은 말도 있다. 나는 동그라미에 짧은 직선이 위에 그어진 기호가 있는 키보드 버튼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 버튼이 전원 버튼이에요. 컴퓨터가 꺼진 상태에서 누르면 컴퓨터 전원이 켜집니다."

"아 알겠습니다."

컴퓨터가 켜지는 와중에 선생님은 내가 알려준 버튼을 유심히 살피고, 선생님 특유의 글씨체로 전원 버튼과 설명을 적는 것을 시작으로 메모를 시작했다. 오늘따라 왜 컴퓨터가 켜지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나는 당최 알 수 없었다. 위기는 곧바로 찾아왔다. 컴퓨터가 켜지고 바탕 화면이 모니터에 나타났고, 나는 선생님께 크롬 아이콘을 가리키면서, 이 브라우저를 열면 된다고 물었다. 선생님은 내게 다시 물었다.

"어떻게 열죠?"

"이 아이콘을 클릭하면 열립니다."

한참 동안 노트북 키보드와 마우스를 살피던 선생님은 내게 말했다.

어디를 눌러야 하죠?

온라인 수업을 향한 기나긴 여정의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나는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과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마음속으로 계속 되뇌었다.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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