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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서 Feb 14. 2021

예능 방송국이 유튜브 시대를 대하는 방식

TV 예능 방송국의 오리지널 웹 예능 콘텐츠 제작 방식

유튜브와 OTT 서비스가 TV와 극장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각 방송사 예능국이 이를 대응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KBS, MBC, SBS, TVN, JTBC가 유튜브에 TV 예능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는지 분석하면, 그들의 대응이 미묘하지만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 방송사의 방식을 분석하기에 앞서서, 그간 화제가 되었던 예능을 유튜브에서 보기 편한 방식으로 재편집하는 것은 따로 다루지 않았다. 새로운 채널을 만드는 등 채널 운영 방식에 있어서 각 방송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 유행했던 예능을 재편집해서 업로드한다는 본질은 같기 때문이다. 방송사 별 오리지널 웹 예능만을 다뤘다.


1. MBC

유튜브 관련 예능으로 성공 여부를 떠나 가장 협업을 많이 하는 방송사는 MBC이다. 다른 방송사에서 잘하지 않는 온라인 크리에이터 및 인터넷 방송국과의 협업이 눈에 띈다. 이전에는 방송사가 '콘텐츠 제작사'로서의 권위를 가졌다면, 이제는 '인증된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권위를 가지는 것으로 미묘하게 변했는데,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이행하는 방송사다. 실제 자신의 콘텐츠를 진행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으로는 이득이지만, 방송사가 주관하는 콘텐츠에 온라인 크리에이터가 게스트로 출연하는 이유는 바로 '공인된 영향력'이다. 현재까지는 유튜브와 개인방송만으로는 대중적인 소구력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에, 보다 적은 출연료와 대우로도 시청률이 별로 나오지 않는 방송국 콘텐츠에 출연하는 것이다.

이말년과 주호민이 주축이 되어 Dingo Freestyle과 협업했던 <주말의 영화>, 그리고 M드로메다에서 진행하는 <말년을 행복하게>, 그리고 감스트와 박명수, 하하가 함께 진행한 <라이브 맞짱>이 대표적인 예시다. 특히 유튜브 채널에서 강세인 인터넷 방송인들의 개인 채널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을 유입시키려는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라이브 맞짱> 같은 경우는 최종화 조회수가 감스트의 채널의 조회수를 온전히 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보다 인터넷 방송인의 영향력과 방송국과 기존 연예인의 화제성을 잘 조화시킬 연출과 구성을 생각해내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요약하자면, 온라인 콘텐츠용 연출과 편집에 있어서는 약점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적극적인 협업으로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듯 보인다.

Dingo freestyle과 함깨 온라인 크리에이터 침착맨, 주호민을 주축으로 제작한 웹 예능 <주말의 영화>. 웹 영화 <잠은행>까지 제작했다. 
웹예능 <말년을 행복하게>. 침착맨과 주호민을 필두로 슈카, 승우아빠, 수빙수 등 다양한 유투버들도 게스트로 출연한다.
박명수, 하하라는 걸출한 TV 예능인과 가장 유명한 아프리카 BJ이자 유튜버인 감스트의 출연으로 화제였던 <라이브 맞짱>


2. JTBC

<스튜디오 룰루랄라>를 주축으로 유튜브 전용 예능프로그램을 만들고, 화제가 되면 독립 채널을 운영하도록 하는 방향성을 보인다. <와썹맨>과 <워크맨>이 대표적이다. 이 두 채널이 유튜브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유는 인터넷 방송인의 영향력을 활용하기보다는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를 겨냥한 연출과 콘텐츠를 바탕으로 기존에 TV 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만으로 유튜브에서의 인기를 이끌어냈다는 점에 있다. 이는 이후 여타 다양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오히려 <워크맨>과 <와썹맨>의 연출과 편집을 모방했다는 점에서 선구자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독립채널에서 진행하는 <트러블러>도 이와 비슷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박명수를 주축으로 진행하는 <할명수>는 <워크맨>과 <와썹맨>과 다르게 기존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보인다. MBC 웹 예능과 비슷한 측면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간 온라인 상에서의 박명수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부가적으로 필요한 콘텐츠에서 온라인 크리에이터를 활용한다. 즉, 온라인 콘텐츠 제작 수요가 있는 연예인에 대한 기획을 기본으로 한 상태에서 특정 콘텐츠에서만 온라인 크리에이터와 함께 한다는 점에서 보다 제한적으로 온라인 크리에이터를 활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구체적인 기획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MBC의 예능보다 실패 위험이 적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와썹맨>. 유튜브에서 굉장히 큰 인기를 끌었던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웹예능.
세상의 모든 알바를 한다는 <워크맨>. 독창적인 기획으로 현재까지도 높은 화제성을 유지중이다.
<할명수>. 박명수 중심의 예능 콘텐츠다. 승우아빠를 비롯한 다양한 유투버들이 게스트로 출연한다.

3. TVN

코미디언들의 무대인 <코미디 빅리그> 소속 개그맨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코미디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이용진과 이진호를 필두로 진행했던 <괴릴라 데이트>가 대표적이다. 특이한 점은 온라인 크리에이터들과의 협업을 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 20~30대에게 TVN에서 활동 중인 개그맨들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큰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TVN D ENT를 비롯한 웹 예능 채널은 <채널 십오야> 채널을 제외하면 단발성으로 웹 예능을 만들기에 독립 채널을 만들지 않는다. 이는 JTBC와의 차이점이다. 

가장 특이한 것은 나영석 사단이 따로 운영하는 <채널 십오야>이다. 이 채널은 사실상 웹 예능의 시초인 <신서유기>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악마는정남이를입는다>, <뒤돌아보지말아요>를 업로드하고 있다. 이 중 몇 개는 TV에서 짧게 방영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채널 십오야>의 핵심은 이미 팬층이 확실한 나영석 표 예능에서 나온 캐릭터를 다시 재활용해서 웹 예능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신서유기>와 <일박이일>에서 라면 관련해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만들었던 강호동의 <라끼남>, <신서유기>의 미션에서 파생된 <아이슬란드에 간 세끼>, 신서유기에서 주정뱅이 캐릭터로 활약했던 조규현이 주축이 된 <언제까지어깨춤을추게할거야>가 대표적인 예시다. 이미 흥행했던 나영석표 예능에서의 주축 캐릭터를 중심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실패 확률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괴릴라데이트>. 나영석 표 예능의 스핀오프를 제외하면 가장 흥행한 웹예능 콘텐츠. 독립 채널을 만들라는 요구가 가장 많았다.
<악마는정남이를입는다>. <스페인하숙>에 출연했던 배정남의 스핀오프 웹 예능.
<신서유기>에 대한 관심을 효과적으로 전환시켜서 웹 예능으로 만든 <아. 간. 세> 신서유기 스핀오프의 시작이자 가장 화제가 된 작품.

4. KBS

독립 채널에서 선보이는 <구라철>을 포함해서, <영지전능쇼>, <도니스쿨> 등의 웹 예능이 업로드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이미 예능인으로서 형성된 캐릭터를 활용해서 영상을 기획하고 제작한다는 점이다. 즉, '이 인물이 아니면 불가능한' 예능 콘텐츠를 만든다. <구라철>은 <라디오스타>에서 형성된 독설가 캐릭터를 기반으로 만든 콘텐츠고, <영지전능쇼> 역시 하이텐션 인싸 래퍼 이영지의 원래 이미지를 기반으로 만든 콘텐츠다. 보다 안정적인 기획이지만, 기획에서의 참신함을 잃어가면 점점 파급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극복해야 한다. 현재 <영지전능쇼>와 <구라철> 모두 휴식기를 가지고 있다. 차후에 다른 시즌으로 돌아올 때 시작했을 때의 파급력을 이어갈 수 있는 치밀한 기획과 참신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언급하고 싶은 채널은 <KBS동물티비 : 애니멀포유 animal4u>다. 반려견, 반려묘 및 동물 관련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채널을 따로 만들었다는 점은 다른 방송사에서 보이지 않는 특징이다. 물론 웹 예능 콘텐츠를 따로 업로드하지는 않지만, 드라마와 예능 등 장르가 아닌 '특정 소재'만 독점적으로 다룬 채널을 따로 개설했다는 점은 눈에 띈다. 후에 TV에서 볼 수 없는 참신한 웹 예능 콘텐츠가 업로드되고 인기를 끈다면 새로운 흐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핵인싸 래퍼 이영지를 중심으로 만든 웹 예능 리뷰쇼 <영지전능쇼>. 현재는 잠시 휴식기를 가지는 중.
KBS 웹예능 중 가장 화제가 되고, 독립채널까지 만들어진 웹 예능 <구라철>. 촌철살인의 발언이 특징인 김구라의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웹예능.

5. SBS

전반적으로 JTBC와 방향성이 유사하다. <SBS 모비딕>에서 웹 예능을 제작하고, 어느 정도 조회수가 보장된다고 판단하면 독립 채널을 운용하는 방향성을 띤다. 현재는 <제시의 쇼!터뷰>가 업로드되고 있다. <양세형의 숏터뷰>의 후속작 버전으로, 제시의 할 말은 하는 캐릭터를 활용해서 기존에 보기 어려웠던 솔직한 질문을 하는 것이 콘셉트이다. 개그맨 이상준이 중심이 된 <상준아 모하니>같이 KBS와 비슷하게 기존의 예능에서 형성된 확실한 캐릭터가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제작하는 콘텐츠가 많지만, <고막메이트>처럼 확실한 기획을 가지고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가장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있는 웹 예능 프로그램은 단연코 <문명특급>인데, 이 프로그램은 애초에 <SBS 모비딕>에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시사 채널인 <스브스뉴스>에서 분리된 것이 특징이다. <스브스뉴스>에서 진행되었던 숨듣명(숨어 듣는 명곡) 콘텐츠가 이 프로그램과 채널의 시초다. 아이돌 컴백 및 영화/드라마 개봉 인터뷰가 주 콘텐츠다. 현재는 <스브스뉴스>와 <SBS 모비딕>보다도 더 높은 구독자 수를 보인다는 점에서 높은 파급력을 지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문명특급>의 파급력의 원인으로는 진행자 재재를 빼놓을 수 없지만, '숨듣명 콘서트' 등 재치 있는 기획도 있다. 기존의 인물 중심 웹 예능이 일정 시간 이후 빠르게 화제성을 잃는 것과 달리 화제성을 꾸준히 유지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제시의 쇼!터뷰>. 현재 제시의 거침없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 인터뷰로 순항중이다.
재재가 진행하는 <문명특급>. 현재 아이돌들의 컴백 필수 코스가 되가는 중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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