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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영작가 Apr 10. 2020

우리는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존재였다

눈을 보며 소통하는 일상의 소중함

 오늘 대학 온라인 강의를 처음 해보았다. 수업에 소음을 없애기 위해 소리는 끄고 화면은 각자가 알아서 정하는 방식이었다. 학생들이 54명인데 얼굴을 보여주는 학생은 딱 한사람이었다. 모두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데 나는 단 한사람의 얼굴만 보며 수업을 한다는 것이 조금 답답했다. 수업이 끝날 때까지 얼굴 화면을 끄지 않은 그 친구가 참 고마웠다.


  ‘너마저 없었다면 난 정말 외로웠을 거야.’


 수업을 하는 내내 학생들이 수업을 잘 듣고 있는지, 나를 잘 보고 있는지 너무 궁금했다. 확인할 수 있는 건 채팅방에 떠있는 이름뿐이었다. 수업 시작과 함께 끝까지 대답해주고 반응 보여준 한 학생에게 수업이 끝나고 고마움을 전했다.


  학생들이 잘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피피티 화면을 보다가 중간중간 화면전환으로 반응을 살폈지만 대답은 한 명뿐 조용한 분위기였다. 질문도 받으면서 지루하지 않도록 수업을 진행하고 싶었는데 학생들도 마음이 힘든지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잠시 자리를 비울 땐 매너있게 알려주고 나갔다 들어오는 모습이었다.


 얼굴을 마주보며 눈을 쳐다보고 소통하는 일상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낀 하루였다. 어쩌면 그동안 살아오면서 얼굴을 마주보면서도 생각을 알 수 없었던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내가 아니라면 상대방이. 그 순간의 소중함도 모르고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강의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대학의 모습이다. 언젠가는 모든 대학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위기로 인해 빨리 시도해보며 온라인 강의에 적응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학생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보완하면 좋을 것이다. 다음에 온라인 강의를 할 기회가 또 생긴다면 모두 얼굴을 보여달라고 말해야겠다. 지금도 나는 학생들의 얼굴이 궁금하다.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이 모여 있고, 학생들도 이번 학기에 처음으로 온라인수업을 하는 것이기에 많이 불편하고 적응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얼굴을 보지 않고 반응을 보지 않고 하는 수업이라 그런지 수업 내내 열정을 불태웠지만 수업이 끝난 후 많이 아쉬웠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드디어 눈으로 웃기 시작했다고.  코로나가 우리의 입과 코를 가렸지만 우리는 눈만으로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눈을 보고 소통하는 시간이 얼마나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지, 생각해보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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