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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길벗 소로우 May 08. 2023

신발이 있는 자유

새벽에 여러 꿈을 꾸었다. 기억에 남는 것 하나만 적어 본다. 나는 하늘을 나는 꿈을 꾸었다. 그런데 하늘을 나는 과정 중에 신발을 잃어버리는 꿈이었다. 하늘은 날았지만 진정 자유롭진 않았다. 날 때는 신발이 필요 없지만, 걸을 때는 신발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는 신발을 신은 채로 걸어 다니는 자유, 그리고 신발 없이 날아다니는 자유를 경험했다. 둘 다 반쪽 자리 자유였고 완전히 자유스럽진 않았다.


이번 꿈에서 느낀 것은 꿈속에서 내가 평생 하늘을 날 수 있어 왔고, 그것을 아주 쉽게 한다는 것이었다. 꿈속에서 나는 이 사실을 아주 자연스럽게, 옛부터 당연히 그랬다듯이 알고 행동했다. 그건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너무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예전에 하늘을 나는 꿈들과 차이가 있었다면, 예전에는 하늘로 부양을 시작하기 위해 일단 ‘마바사하’라는 주문부터 외었아야 했는데, 이제는 그게 필요치 않게 되었다. 그냥 손으로 덩실덩실 날갯짓만 해도 나는 하늘로 잘 뜰 수 있게 되었다. 나이가 점점 들면서, 예전보다 공력이 높아진 듯하다. 걸어 다닐 때는 날고 싶어 하고, 그것이 자유라고 생각했다. 정작 내가 날고 있을 때는 걸어 다닐 수 있도록 신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날든, 걷든, 신을 신든, 벗든 나는 완전한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신발은 인간의 것이다. 하나님은 모세와 첫 대면을 하셨을 때, 신발을 벗으라고 하셨다. 신발은 인간의 나약함을 상징하고, 인간의 나약함을 보살펴 주는 것이다. 신발이 없이는 인간답게 살 수가 없다. 신발이 없는 인간은 그 발이 상처투성이가 되고, 제대로 걸어 다닐 수도 없다. 하나님의 영역으로 다가가는 자, 그와 직면하는 자는 신발을 벗어야 한다. 이는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그 어떤 보호물을 포기하거나, 또 다른 의미에서는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하나님도 천사도 신발이 없을 것이다. 그들은 중력에서 자유로운 분들이니, 결코 중력 법칙에 따라 이 차갑고 거친 땅 위에 서 있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신발 없는 삶이 결코 내 다리로 대지에 굳건히 서거나, 중력을 느끼며 돌아다니거나, 때로는 중력을 거슬러 높은 지대로 오를 수 있는 그런 자유를 주지는 못한다. 그건 천사들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고, 하나님 당신조차도 한 30년 정도 밖에 못 누린 자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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